앞으로 잘 하겠다고 반성해놓고 또 이런 일이 ;;
죄송합니다. ;;
10만원으로 즐기는 3월의 문화가이드(2015)
해외에 나가서 공연을 본다고 하면 가장 선택하기 어려운 게 연극이지. 아무래도 대사의 비중이 크다 보니, 외국어에 능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하지만 요즘은 해외 유명 극단들도 내한공연을 하고, 기술의 발달로 자막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연을 즐기게 됐지.
2015년 3월에 가장 관심이 가는 공연은 국립극장에서 3월5일부터 7일까지 펼쳐지는 영국 극단 컴플리시테의 ‘라이온보이’야. 지난달 ‘프랑켄슈타인’은 무대극을 녹화한 영상이었지만 이번엔 진짜 배우들이 하는 내한공연이지.
원작은 ‘제2의 조앤 롤링’으로 불리는 영국 작가 지주 코더(본명은 루이자 영)의 판타지 소설 ‘라이온보이’ 시리즈야. 검색해 보니 첫 공연 이후 수많은 미디어로부터 ‘경이롭다’ ‘무대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어마어마한 극찬을 받았어. 고양이과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 흑인 소년이 납치된 부모를 찾아 벌이는 모험의 세계라는데, 과연 그걸 어떻게 영화도 아닌 연극 무대에서 펼칠지 사실 나도 궁금해. 일단 영국 ‘가디언’지가 “브로드웨이에서 온 다른 커다란 맹수(뮤지컬 ‘라이온 킹’을 말함)보다 훨씬 볼만하다”고 평했으니 기대해 볼만. VIP석 7만원부터 시작인데, 3만원짜리 S석도 괜찮을 거라고 권해 주고 싶어.
이달은 추천하고 싶은 볼거리가 월초에 몰려 있네. 3월3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윤한(피아노), 성민제(더블베이스), 크리스 리(피아노) 등 이미 실력으로 명성 높은 네 훈남 연주자들이 재즈 연주를 위해 뭉쳐. 공연 제목은 ‘더 로맨티스트’. 연주 곡목도 루이 암스트롱의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 데이브 브루벡의 ‘Take Five’ 등 재즈의 고전 중 고전들. 감상용으로도 좋고 데이트용이라면 최고일 듯. R석 12만원부터 시작인데, 어차피 오빠들의 얼굴은 맨 앞자리 아니면 안 보여. B석 3만원으로 좋은 시간 보내도록.
3월 후반엔 예술의 전당의 ‘해피 버스데이 바흐’가 눈길을 끄네. 바흐는 1685년 3월21일 생이지만 공연 날짜는 22일. 그러니까 탄생 330주년 생일 잔치인 셈이지. 임경원 교수의 무반주 첼로조곡 1번을 비롯해서 유명 연주자들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 바흐의 간판 히트곡들을 연주해. 제목은 몰라도 일단 들어 보면 ‘아, 이것도 바흐 곡이구나’ 할 곡들이야. S석 3만5천원. 3월1일엔 같은 기획으로 ‘해피 버스데이 쇼팽’ 공연도 있으니 참고해.
이달의 추천 책 1번은 질 브라가르, 크리스티앙 루도 공저 ‘대통령의 셰프’야. 세계 정상들의 식사를 책임진 특급 셰프들의 에피소드를 정리한 책인데, 전체적으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넘쳐나는 책이야. 다뤄지고 있는 나라는 각각이지만 그 ‘셰프’들은 대부분 프랑스 사람들이니 말야.
하지만 전 세계 명문 축구 클럽이 브라질 산 스트라이커를 찾듯(하긴 뭐 요즘은 그렇지도 않지만), 미식에 대한 한 프랑스인 셰프들과 프랑스 요리들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으니 어쩌면 정상적인 비율일 수도 있겠지. 20세기 초까지 프랑스 정찬은 15~10코스, 3시간이 표준이었는데 음식에 별 관심이 없었던 드골 대통령이 그나마 줄인 게 5코스에 100분 정도라는 얘기도 이 책에 나와. 레이건 대통령의 셰프였던 피에르 샹브랭이 남긴 “지방이 없는 음식은 맛이 없다. 나는 평생 훌륭한 요리를 해 왔다. 병원 요리를 하고 싶었다면 병원에 취직했을 것”이란 명언은 다이어트에 지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기도 해. 1만2000원 정도.
이 책 얘기를 하다 보니, 이런 주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뜨리지 않아야 할 책 한권이 생각났어. 바로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이야. 요네하라 마리 팬들이 보시면 아니 이런 뻔한 고전을 이제사 소개해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따지실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아직 이 책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강추하고 싶어. 어린 시절 동유럽과 러시아에서 살았던 저자의 독특한 경험이 낳은 책이야. 보드카 원조국의 명예를 걸고 벌인 러시아와 폴란드의 대결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 약 1만1000원 정도. 이달은 조금 넘쳤지? 다음 달에 절약해.
P.S. 이달의 궁금증은 공연 제목 ‘더 로맨티스트(Romantist)’. 영어엔 로맨티시스트(Romanticist)라는 말은 있어도 ‘로맨티스트’라는 말은 없어. 출연자 이름의 절반이 영어인 저 공연에 어쩌다 저런 제목이 붙었는지 정말 궁금해. 혹시 아는 사람 있으면 제보 부탁해.
3.5~3.7, 영국 컴플리시테 극단의 ‘라이온보이’ S석 3만원
3.3 ‘더 로맨티스트’ 공연 B석 3만원
3.22 ‘해피 버스데이 바흐’ 콘서트 S석 3만5000원
질 브라가르, 크리스티앙 루도 저 ‘대통령의 셰프’ 약 1만2000원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약 1만1000원
계 11만8000원
안 그래도 월초에 볼거리가 몰려 있어 어쩔까 싶던 차에 복잡한 일들이 한데 몰려 이런 참사가 일어났습니다그려;;
대신 책 많이 읽으시는 3월이 되기를(퍽) 기원합니다.
'대통령의 셰프'를 읽다 보면 이 영화, '엘리제궁의 요리사' 얘기가 나오는데, 마침 3월 개봉이더군요. 책 안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안 그래도 보수적인 남자들의 사회인 주방에서, 여성 셰프가 프랑스 대통령의 수석 셰프가 된 뒤로 수많은 갈등과 얘깃거리가 있었다고 하는데, 영화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실에선 대단한 해피엔딩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영화 소개는 이 쪽: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9148
아무튼 위에서 예로 든 피에르 샹브랭의 코멘트처럼 'Kcal=맛의 단위'라는 것은 역시 정설인 듯 합니다.
같이 소개한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은 블로그에서도 한번 소개했던 책이고, 사실 국내에서 요네하라 마리의 산문 열풍이 불게 했던 발화점을 제공한 책이기도 합니다. 따뜻하면서도 유머 넘치고, 그러면서도 뭔가 냉철한 그의 문체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그의 다른 책들이 이 책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살짝 실망하기도 했던.)
마지막은 아무래도 생신 맞으신 바흐님에 대한 헌정입니다. '브라질 풍의 바흐'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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