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2월입니다. 세월 참 빠르죠?
이달의 기대는 바로 이것.
10만원으로 즐기는 2월의 문화가이드 (2015)
이번달 예술의 전당 공연 중에는 ‘향수’라는 표제의 공연이 눈길을 끌어. 대부분의 연주회들이 별 설명 없이 레퍼토리를 내놓는 데 비해 이 공연은 ‘향수’라는 주제로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 첼로 협주곡, 그리고 교향곡 9번 ‘신세계’를 연주해. 전 KBS 상임지휘자였던 함신익과 심포니송의 연주. 첼로 독주자는 인기 최고인 송영훈이야.
함신익과 심포니송은 지난해에는 ‘황홀’이란 표제를 달고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곡 4번을 연주했는데, 한 작곡가를 이렇게 한 단어로 압축하는 건 무리가 아니냐는 생각도 드는 반편, 참신하고 대중적인 접근이란 면에서 그럴듯하기도 해. 물론 많은 사람들이 드보르작의 음악 세계를 설명할 때 ‘미국에서 활동하며 고향 보히미아를 그리던 작곡가’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걸 보면 드보르작과 ‘향수’를 연결하는 건 무리가 없어 보여. C석 3만원이면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거야.
다음. 국립극장에서 영국 국립극장(NT, National Theatere)의 공연을 그대로 녹화한 영상을 가끔씩 상영하고 있다는 걸 아는 분들은 이제 아실 거야. 그런데 이번 공연은 그야말로 마니아들을 흥분시킬만한 대박이야. 영국 BBC 드라마 ‘셜록’의 주인공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미국 뉴욕판 셜록 드라마인 ‘엘리멘트리’의 셜록 조니 리 밀러가 함께 무대에 서거든. 작품은 메리 셸리 원작 ‘프랑켄슈타인’.
누가 프랑켄슈타인 박사고 누가 괴물이냐고? 둘 다야. 두 스타 배우가 공연에 따라 번갈아가며 괴물과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을 바꿔 연기해. 이번 국립극장에선 두 가지 버전의 공연을 각각 3회씩 상영하지. 게다가 연출은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 이 글을 쓰는 나부터도 마음이 급해지네. R석 1만5000원, S석 1만원. 알았으면 서둘러야겠지?
이달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다니구치 지로의 ‘선생님의 가방’이야. 1년에 150권을 읽는(정상이 아닌) 다독가 하지현 교수가 추천한 책인데, 줄거리를 요약하면 술 좋아하는 37세의 골드미스 츠키코가 우연히 술집에서 옛날 고교시절 선생님을 만나 차츰 남녀관계로 발전해가는 이야기야. 30년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는 남녀, 그것도 노인의 연애 이야기인 거지.
하 교수에 따르면 ‘나이가 들 만큼 든 사람 사이의 사랑은 상대에 대한 깊은 배려와 관계의 감정이 무르익어 자연스럽게 숙성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라고 하는데, 남자든 여자든 이제 ‘나이 들어 감’의 의미가 가슴에 와 닿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권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해. 단 두권 짜리 만화의 울림이 만만치 않아. ‘고독한 미식가’ 등을 통해 다니구치 지로의 그림체를 접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한컷 한컷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공력이 느껴져.
문득 그 정 반대쪽에 있는 책을 하나 추천하고 싶어지네. 배명훈의 책을 추천하는 건 이번이 두번째인 것 같은데, ‘맛집 폭격’이라는 제목을 들어 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어. 한국과 저 먼 곳에 있는 어떤 나라가 묘한 긴장 상태에 들어가. 워낙 먼 거리라 직접 교전은 없지만 양쪽 다 상대방의 본토에 대해 미사일로 정밀 공격을 가하면서 눈치를 보는 상황인 거지. 그런데 한국의 상황 분석자가 보기엔 정말 묘할 정도로, 적의 공격 목표가 한때 사랑했던 ‘그녀’와 함께 가던 추억의 맛집들이더라는 거야. 과연 이 메시지가 뜻하는 건 뭘까.
‘선생님의 가방’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지나쳐 어떤 감정을 ‘그 감정’이라고 말하기 주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맛집 폭격’은 ‘그 감정’을 대놓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쿨하지 못하고 촌스러운 행동이라서 차마 그렇게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야. 그렇게 너무나 달라. 아마 두 작품 모두를 좋아하는 건 모순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 인터넷 서점 기준으로 ‘맛집 폭격’은 1만2000원 선, ‘선생님의 가방’은 권당 1만원 선.
마지막으로 ‘이달의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작년 12월8일부터 열리고 있는 ‘폼페이’ 전. 중앙박물관 전시 중에는 드물게 유료 행사야. 기원 79년 화산 폭발로 사라진 도시 폼페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고, 그 유적은 이탈리아 남부 여행에서 꼭 가 봐야 할 곳으로 꼽히지. 이번에는 폼페이에서 나온 유물 300여점이 전시돼. 폼페이 유적이 특별한 건 도시가 서서히 몰락해 가면서 텅빈 유령도시가 되어 유적화한 것이 아니고, 어느날 갑자기, 생활이 진행되던 상태에서 화산재로 덮여 정지화면처럼 그대로 남았다는 점 때문이야. 그렇기 때문에 당시 생활을 재현할 수 있는 유물이 풍성한 편이지. 성인 1만3000원.
이 정도면 2월은 심심찮게 보낼 수 있을거야. 3월에 만나.
향수 – 드보르작 C석 3만원
국립극장,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조니 리 밀러의 ‘프랑켄슈타인’ R석 1만5000원
다니구치 지로, ‘선생님의 가방’ 1,2 각 1만원
배명훈, ‘맛집 폭격’ 약 1만2000원
국립중앙박물관, ‘폼페이’ 전 1만3000원
계 약 9만원
그러니까 긴말 할 것 없이,
그리고
이렇게 두가지를 볼 수 있다는 거죠.
뭐 굳이 말을 더 길게 할 필요가 없을 듯. 팬들은 얼른 예매하세요.
이달의 음악도 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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