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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든 드라마든, 유난히 제목이 헷갈리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비슷한 제목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어의 조합이 자연스럽지 않아 더 자연스러운 쪽을 찾아가는 경향도 있죠.

 

어떤 쪽이든 대개는 '제목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는데, 최근 1200만 관객을 넘어 선 '7번방의 선물'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할 사람은 설마 없겠죠. '홍보 부족'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엄청난 흥행 성적입니다. 그렇다고 제목이 너무 길어서 헛갈리게 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생각해 보면 이렇게 제목이 헛갈리는 작품들이 대부분 흥행에서는 꽤 좋은 성적들을 냈더라는 것입니다. 참 신기한 일이죠. 어떤 영화들이 있었는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바로 아래 포스터에 쓰여 있는 영화 제목을 한자 한자 정확하게 읽어 보시고, 스스로 반문해 보세요.

 

당신은 정말 이 영화의 제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까?

 

 

 

 

 

그렇습니다. 놀랍게도 정확한 제목은 '내가 살인범이다'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으로 기억하고 있고, 심지어 '내가 살인자다', '나는 살인자다'로 착각한 분들도 한둘이 아닙니다.

 

바로 그런 작품들에 대한 내용입니다.

 

 

 

 

제목: ‘세상의 끝’, 아니고요, ‘세계의 끝입니다.

 

관객 천만명이 넘었는데도 제목이 헛갈리는 영화가 있다. 바로 ‘7번방의 선물이다. 아마 아직도 ? 내가 본 영화는 ‘7번방의 기적인데…”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하다. ‘7번방의 기적이란 영화는 없다.

왜 이런 착시현상이 생겼을까. 크리스마스 영화의 고전인 34번가의 기적(Miracle on 34th street)’ 이후로 유사 제목이 특히 한국에서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기획에 참여한 1987년작 ‘Batteries not included’는 국내 개봉 때 8번가의 기적이란 제목이 붙여졌다. 임창정과 하지원이 주연한 1번가의 기적 도 흥행에선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왠지 제목만큼은 친근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에는 QTV에서 신동엽이 진행하는 7번가의 기적 이란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된 적이 있다.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7번방의 기적이 등장한 것이다.

지금이야 대박이 났으니 별 상관 없겠지만, ‘7번방의 선물관계자들은 엉뚱한 제목을 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덜컹 덜컹 내려앉았을 거다. 사실 필자도 요즘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 다름아닌 새 드라마, ‘세계의 끝세상의 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 때문이다.

하얀 거탑’, ‘아내의 자격의 안판석 감독이 연출하고 윤제문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치사율 100%의 변종 바이러스가 한국을 덮치면서 일어나는 상황을 그린 드라마다. 316일부터 매주 주말에 방송되고 있다. 포스터에서부터 세기말적인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 하며, 서울 시내가 아비규환으로 변한다는 설정 하며 세계의 끝이라는 제목은 참 잘 지은 제목이다 싶었다. 본래 배영익 작가의 원작 소설 전염병에서 비롯된 작품이니 그냥 드라마 제목도 전염병으로 했으면 좋았겠으나 2010년 보건복지부가 전염병이라는 단어를 아예 감염병이라는 말로 바꿔 버렸다. 그렇다고 감염병이란 생소한 단어를 드라마 제목으로 붙일 수도 없지 없지 않은가.

 

 

눈치 빠른 분들은 아시겠지만 세계의 끝이란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소설, ‘세계의 끝, 하드보일드 원더랜드(世界りとハドボイルドワンダランド)에서 따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 역시 스키터 데이비스의 올드 팝 히트곡 ‘The end of the world’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 절대 낯선 제목이 아니다.

그런데 제목을 확정한 바로 다음 날부터 혼란이 시작됐다. 많은 사람이새 드라마 세상의 끝말인데요라고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7번방의 선물아니라도 비슷한 제목이 있으면 헛갈릴 수 있다. 박시후 주연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 나는 살인범이다로 잘못 쓴 기사만 해도 수백건이다. 당연히 나는 가수다 의 영향일 게다. 외화의 경우도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두 영화 디 아더스디 아워스를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좀 더 코믹한 경우로는 슈퍼맨 비긴즈배트맨 리턴즈가 있다(물론 팀 버튼의 배트맨2’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어? 하는 순간 또 헷갈리는 분들. 네. 슈퍼맨은 '리턴즈'가 맞고 배트맨은 '비긴즈'가 맞죠. 하지만 그게 또 끝이 아니라는 거...^^ 저 아래쪽에 보충 설명 나갑니다.)

 

하지만 세상의 끝이란 제목은 어디에도 없는데 왜 혼동을 가져오는 것일까. 정정해 줘도 심각하게 “‘세계의 끝’? ‘세상의 끝이 아니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봐, ‘신세계신세상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잖아라고 항변했지만 그제야 알았다. 한국인에게는 세계보다세상이 훨씬 더 일상적인 단어라는 것을.

류시원 김희선이 주연한 왕년의 드라마도 세상 끝까지이고, 빔 벤더스 감독의 1991년작‘Until the end of the world’이 세상 끝까지로 번역됐다. 무라카미 하루키 탓을 해도 소용 없는 것이, 역시 일본 베스트셀러인 世界中心で、をさけぶ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번역됐다. ‘그 번역만 독특했던 것이다.

다행히도 재치있는 포털 검색 담당자 덕분에 세상의 끝을 검색해도 바로 드라마 세계의 끝이 뜬다. 그리고 위에서 예로 든 작품들 대다수가 흥행 성과가 썩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를 모으게 한다. 부디 세상 끝까지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드라마가 되길 기대해 본다. (끝)

 

 

아시는 바와 같이 '7번방의 선물'은 1200만, '내가 살인범이다'는 300만 고지를 넘어서며 흥행에서 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끝'도 방송을 시작한 뒤까지 여전히 '세상의 끝'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는데 비해 아직 시청률 면에서는 아직 대박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놀라운 완성도와 스케일, 그리고 윤제문, 장경아 등의 탄탄한 연기가 호평받고 있습니다.

 

'슈퍼맨 비긴즈'와 '배트맨 리턴즈'는 당연히 영화 '슈퍼맨 리턴즈'와 '배트맨 비긴즈'를 혼동해서 쓴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대해서도 더 자세히 아는 분들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놀란의 3부작 중 첫 작품은 분명 '배트맨 비긴즈'지만 '배트맨 리턴즈'라는 영화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팀 버튼이 만든 배트맨 시리즈의 두번째 영화, '배트맨 2'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영화의 부제가 바로 '배트맨 리턴즈'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배트맨 리턴즈'라는 표기를 어디선가 보게 되면 혹시 팀 버튼의 영화를 가리키는 게 아닌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슈퍼맨 비긴즈'의 경우에도 미드 '스몰빌'을 국내에서 방송할 때 이 제목을 쓴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래 저래 확인이 필요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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