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플레이크드 Flaked>를 조금씩 쪼개 시즌 2까지 봤다. 미친듯이 정주행한 건 아니고 시간날때마다 곶감 빼먹듯 계속 보고 있었다. 낄낄대며.
주인공 이름은 칩. 그럭저럭 관리가 된 40대 싱글 남자. 전 장인(전처의 아버지) 소유 건물에서 전혀 장사가 되지 않는 가구점 운영. 세 안냄. 친구 데니스 어머니 소유 주택 본채(?)에 얹혀 생활. 역시 세 안냄. 인생에 대한 대단한 철학이 있는 척 하기 위해 핸드폰도 운전면허도 없이 산다. 한마디로 보기에 멀쩡한 빈대. 왜 제대로 된 뭔가를 하지 못하느냐는 질문에는 답이 엄청나게 길어진다.
특기는 순간적인 멋진 척, 생각있어 보이는 척, 상처 많이 받은 척, 그리고 얄팍한 거짓말을 이용한 임기응변. 실상을 알고 보면 도대체 긍정적인 면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워낙 뛰어난 사회적 위장막 덕에 사람들에게 은근히 인기있는 편이다. 특히 그를 무슨 롤모델인 양 떠받드는 남자 후배들(?)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자아는 비대하지만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인식은 유아 수준인 중년 남성이 주인공이다. 이 두가지가 종특이라는 중년 한남으로서, 보고 있으면 누군가 옆에서 바늘로 심장을 콕콕 찌르는 듯한, 매저키스틱한 쾌감이 일품이다. 그런 면에서 아저씨의 세계를 필요 이상으로 미화했던 <나의 아저씨>와는 우주 정 반대에 위치한 작품이랄까. 어쩌면 홍상수 영화를 영어로 보는 듯한 느낌도 있다.
대체 왜 제목이 flaked일까. '너무 얄팍해서 속이 뻔히 보일 듯한 캐릭터' 때문일까도 했는데 한국어로는 뭐라 번역하면 좋을까. 들통난? 뽀록난? 드라마 좀 보다 보다 뻔하지 않은 드라마 찾는 분들께 추천. 이런 엉망진창 개차반인 캐릭터가 주인공인 드라마에 다른 분들은 어떤 느낌을 받으실지도 궁금.
#자신있는사람만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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