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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2019년에 읽은 책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10권을 골라 보기로 했습니다. 고른 이유는 제각각. 어떤 책은 재미있어서, 어떤 책은 유익해서, 어떤 책은....

뭐 아무튼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 열권인데 제대로 읽은 책이 이 10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본 책들 중에는 음식에 대한 책(이건 왜 그런지 다들 아실듯), 그리고 이 변화하고 있는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에 대한 책들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돈을 벌자'는 책들은 좀 무의미한 것 같구요, 지금 이 세계가 변화하는 방향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풀어 주는 책을 찾고 싶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10권입니다. 순서는 무의미.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한국 소설을 거의 보지 않은 한해였지만 그중 발군.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소재가 새롭고 필치는 재기발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비슷하게 읽히는 장류진의 첫 단편집도 처음 발표된(책 수록 순서 아님) 두 개의 단편은 좋았지만 나머지는 소설이라기보다는 지나치게 수필 같았다는 점에서, <대도시의 사랑법>을 더 인정하게 된다.

 

산 자들 (장강명)

소설이라기에는 약간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아무튼 좋았던 책. 여러 가지 입장을 볼 수 있어서 생각의 폭을 넓혀준다. 다만 이야기가 끝나는 부분에서 현실이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 더 치열하게 파고 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

안녕 인간 (해나 프라이)

알고리듬을 왜 한국에서는 알고리즘이라고 쓰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알고리듬이라는 것의 실체를 좀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주는 책. AI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지나친 두려움도 사실은 알고리듬에 대한 무지에서 온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마음의 미래 (미치오 가쿠)

마음이란 내 것인가? 내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나인가, 나의 뇌인가? 나는 앞으로 죽고 싶을 때 죽을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원해도 죽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까?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들. ‘를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첨단 기술의 발달 위에 놓고 설명해주는 책.

 

컬처 쇼크 (존 브록만)

미래의 문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문화란 사회와 어떤 관계로 지속될 것인가? 브라이언 이노가 리처드 도킨스의 밈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통해 음악의 히트 과정을 설명하는 등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책. 존 브록만이 일련의 책들을 만들어 내는 과정 자체가 정말 놀랍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굽시니스트)

아편전쟁에서 한 중 일 3국이 외세와 부닥뜨리면서 1840년대 이후 풍운의 19세기를 헤쳐 나가는 이야기. 정말이지 칼날 끝에 서서 이를 악물고 뛰어야 했던 시기에 상황을 몰랐던 조상님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피어나기도 하지만, 일단 무엇보다 너무나 보는 재미에 푹 빠져들게 하는 책.

숨(테드 창)

이 SF의 신에 대해 더 이상 어떤 찬사가 필요할까. 사실 중편으로 이미 출판됐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가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는 것이 약간 아쉽긴 했지만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의 통찰이나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 감춰진 엄청나게 폭넓은 사고의 흔적을 또 어디서 발견할 수 있으랴. 지존에게 경의.

 

앞으로의 교양 (스가쓰케 마사노부)

무엇이 달라질까에서, 어떤 점을 다르게 살아야 할 것인가 놀라운 인터뷰. 특히 교양부서 담당자로서 생각의 방향이 달라진다.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역시 다르게 보기의 일환으로 중요한 책. 세계는 성장하고 있고, 모든 것은 변화하고 있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곤란.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셰일가스와 미국없는 세계 (피터 자이한)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두 권의 책. ‘정통 국제정치학계에서는 사마외도 취급을 받는 책이라고 하지만, 트럼프 시대의 세계를 이해하는 데에는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일본의 식문화사/ 음식의 문화를 말하다 (이시게 나오미치)

둘로 나누기 쉽지 않은 두 권의 책. “개발도상국에서는 음식문화에 대한 연구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처럼 뭔가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나 음식의 맛에 관심이 생기고, 그 다음에는 음식의 연원과 발전 원리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일본은 그 부분에선 한국보다 30년 정도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고르다 보니 13권이네요. 굳이 빼지 않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밖에 좋은 책들이었다는 생각을 주는 책들은

교수처럼 문학읽기 (토마스 포스터)

생각을 빼앗긴 세계 (프랭클린 포머)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김서령)

피로 물든 방(앤젤라 카터)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구정은)

등입니다. 특히 <피로 물든 방>은 페미니스트가 쓴 새로운 동화^^ 라는 면에서 매우 흥미로웠고 <사라진 남겨진 버려진>은 근래 읽은, 현직 기자가 쓴 책 중에는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유능한 사진작가와 팀을 이뤄서 같이 책으로 내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1년동안 읽은 책을 정리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한번 해보고 나니 이것도 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 복많이들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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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올해의 10대 영화를 꼽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기준은 개취구요, 대상은 '올해 본 영화 중 2018, 2019년에 제작된 영화'로 하겠습니다. 대상은 약 70~80편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들입니다. 순위는 크게 의미 없고, 생각난 순서?

1. 던 월 Dawn Wall

올해 최고로 이 영화를 고르는 데 전혀 고민이 필요 없었습니다. 요약하면 많은 일들을 겪고 난 한 남자가 묵묵히, 인생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암벽 오르기에 끝없이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뻔하고 지루할 것 같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왠지 눈가가 촉촉해지고, 주인공 토미 콜드웰을 응원하게 됩니다. 정말이지 '미친 영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듯.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2. 포드 v 페라리

결국 한 남자는 다른 남자에게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믿음을 받은 남자는 그 보답으로 평생 한번도 해 보지 않은 행동을 하게 된다...는 아름다운 이야기. 남자라면 피가 끓어오르지 않을 수 없는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스토리와 영상에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단지 회사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 쯤 느껴 보았을, '누가 일 다 해 놓으면 잽싸게 숟가락을 얹는 XX'에 대한 묘사가 너무 리얼해서 감동을 좀 해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죠.

지금까지 과소평가되어 온 느낌이 있는 제임스 맨골드가 드디어 인정받았다, 는 감동도?

3. 원스어폰어타임인 할리우드

아마도 구세대라서 반응할 수 있었던 영화. 스파게티 웨스턴, 그린 호넷, 스티브 맥퀸, 대탈주, 로즈마리의 아기, 샤론 테이트, 찰리 맨슨... 머리 속에 저절로 각주가 달리는 느낌. 마지막 뭔가 느슨한 듯한 엔딩도 어쩌면 더욱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그런 훈훈함이 감돌더군요. 타란티노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

4. 기생충

뭐 이 영화를 언급하지 않고 2019년을 넘길 수 있을 도리가. 봉준호의 최고작으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올해 최고의 영화들 중 하나. 특히 비오는 날, 저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가족의 발걸음을 보여주는 장면은 모든 영화 교과서에 남을 신이라고 생각. 그리고 아무래도 주제가상은 박소담이 받아야..하지 않을까요.

5. 콜드워

제목이 저렇긴 하지만 정치가 중요한게 아니라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이야기. 파리에서 만난 남녀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을 때립니다. 여자는 남자에게 믿음을 잃었고, 남자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선택을 하고.... 그 결과는. ㅜㅜ

결론적으로 사랑의 완성이 과연 해피엔딩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죠. 음악영화로서도 주목할 만 하고. 파벨 포리코브스키라는 감독의 이름을 새로 인식.

6. 어느 가족

네. 너무 늦게 봤습니다. 여전히 좋더군요. 그렇지만 이 영화도 고레에다의 최고작은 아니라는 생각. 개인적으론 역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정점을 찍은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 놀라운 연출.

7. 좀비랜드 더블탭

이쯤에서 이뭥미 하시는 분들 다수 출현 예상. 전작 <좀비랜드>를 아시는 분이라면 그리 놀라지 않을 수도 있을 듯 합니다만... 처음부터 개인적 취향이라고 못박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무턱대고 찡그리지 마시고, 마음을 여세요. 1편과 2편의 다른 점이라면, '좀비도 진화한다'? 뭔가 짜증나고 지루할 때 권장합니다.

아, 아래 오프닝을 보시고, 이건 도저히 내 취향이 아니야, 하시는 분들은 안 보셔도 됩니다.^^

8. 블라인드멜로디

인도 영화고 영어 제목은 Shoot the pianist 인가 그럴텐데 한국에선 저런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프랑스 고전 '피아니스트를 쏴라'와 혼동할까봐 그랬을까요? 블라인드 멜로디야말로 뭔가 장님 피아니스트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 같은 어색함이 감돕니다만.

어느 장님 피아니스트가 살인사건에 말려들어 겪는 파란만장한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으로 코미디. 웃기고 기발합니다. 네. 저 이런 영화 좋아합니다. 지루하지 않아요.

9. 바이스

결국 정치란 무엇인가. <하우스 오브 카즈>는 픽션이 아니었다, 그리고 최순실은 어느 나라에나 있다, 뭐 그런 이야기 되겠습니다. 미국이라고 대통령이 다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 삶은 계속되고, 대통령은 누군가 인생의 어느 시기에 한번 할 수도 있는 일인데 그건 취임 전과 취임 후의 인생에 대해서도 충분히 계산한 다음에 저지를 수 있는 도박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 도와줘야 하는데....

이하 생략. 어쩌다 보니 크리스천 베일 영화가 두 편이네요. 우연임.

10. 결혼 이야기

누워 있는 사진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죄 누워있는 사진. 그래도 이 사진만큼 이 영화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은 없을 듯 합니다. 딱 저 구도죠. 너무 여자의 입장에서 판타지를 그려 놓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내 맘 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주제는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사는 거죠. 그걸 다른 사람에게 의탁할 때 비극은 이미 시작된 거니까요. 이것도 넷플릭스 오리지날.

 

고민했던 영화라면 너무 길어서 빠진 '아이리시맨'. 그리고 '엑시트'?. '벌새'? '하이웨이맨'? '두 교황'? 음...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이 약진하고 있네요. 이 정도가 11~15위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물론 개취.

생각해 보면 '인피니티 워' 두번째 편도 넣을 만 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캡틴 마블'? 글쎄... 아쉬가르 파라디의 '누구나 아는 비밀'이 좀 아쉽군요. 그동안 파라디가 만들어 왔던 걸작들에 비하면 좀 떨어지는 느낌. '더 페이보릿'? 아뇨, 그런 취향 아닙니다. 란티모스 영화는 이제 앞으로 안 보기로 결심.

아, 그러고보니 '그린북'은 확실히 탑10에 넣어도 될 것 같은데 이미 10개 올렸으니 그냥 그걸로 된 걸로 하죠. 이게 무슨 상도 아니고. 아무튼 전반적으로 작년에 본 영화들에 비해 올해 영화들은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리 빌보드'나 '팬텀 스레드' 처럼 머리가 띵 하는 걸작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죠.

P.S. 혹시 폰 도너스마르크의 '작가 미상 (Never Look Away)' 이라는 영화를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아시는 분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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