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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매체에 새로운 방식으로 기여하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새로 '매거진M'이라는 주간 영화전문지가 새로 나왔습니다. 물론 계열사에서 나오는 기존의 '무비위크'가 건재하지만 이건 약간 스타일이 다릅니다. '무비위크'가 5000cc급 벤츠 세단이라면 '매거진M'은 2000cc 이하의 보급형 2인승 스포츠카라고나 할까요. 가볍고, 부담없는 편집입니다.

 

뭐 이렇게 길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제가 여기에 기여를 하기 때문이라는 걸 다들 눈치채셨을 겁니다. 고정란 제목은 '10만원으로 즐기는 *월의 문화 가이드'. 그러니까 예산이 10만원이라는 전제하에 대체 이 예산을 어떻게 집행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덜어 주는 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10만원은 꽤 큰 돈입니다. 특히 남자의 경우라면 대부분 이 돈에 x2를 해야 하기 때문에 20만원이 될 공산이 크죠. 물론 x2를 하지 않더라도 이 돈을 쓰기 위해 써야 하는 돈, 즉 교통비/식사비/커피값 등은 추가로 써야 하기 때문에(아, 물론 "자기가 공연을 보여주니까 밥은 내가 살게"라고 말하는 관대한 여자친구를 두신 분들은 예외겠죠. 하지만 현실은 "나는 자기 만나려고 머리도 하고 화장도 하고 구두도 샀으니 데이트 비용은 자기가 내"라고 말하는 여자들의 세계...) 10만원의 문화 예산은 실제 집행시에는 2배 이상으로 불어나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화란 어디까지나 공유가 기본. 추가 지출(?)이 두려워서 혼자 공연 보고, 혼자 책 사 읽고 하다 보면 어느새 주위에서 피하는 종류의 사람이 되기 십상입니다. 안 그래도 춥고 외로운 계절, 널리 함께 나누도록 하세요. ("누가 나누기 싫대? 나도 나누고 싶다고!"라고 울부짖는 분들,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일수록 정서를 가다듬기 위한 문화 소비가 필수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긴 솔로생활이야말로 당신의 정신 세계를 황폐화시킬 수 있으니.)

 

한가지 죄송한 건 글을 써 놓고 나서 실제로 책이 나올 때까지 예기치 못한 시간이 소요되는 바람에 글 머리에 나오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은 이미 과거 얘기가 돼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밖의 이야기들은 모두 지금도 유효.

 

책보다 블로그가 좋은 점이라면 일단 '1) 길이 제한이 없다' '2) 동영상을 첨부할 수 있다'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본책에서는 잘린 부분들을 일단 원문 그대로 소개합니다. 

 

그럼 시작. 

 

 

 

 

10만원으로 즐기는 문화생활 가이드

 

사실 요즘 같은 세상에 문화비라는 지출 항목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위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영화는 다운받아 보거나 케이블TV에서 보고, 음악은 다운받아 듣고그래. 나도 알아. 돈 쓸데가 좀 많겠어. 핸드폰 할부금 내야지, 맛집 순례도 해야지, 옷도 사 입어야지. 안다고.

 

한달에 10만원, 꽤 많은 돈이긴 해. 이 돈을 1년 모으면 120만원, 3년쯤 모으면 샤넬 클래식 백 하나쯤 살 수 있을거야. , 이제부터 선택이야. 이 돈을 3년 모아 명품 백 하나를 사는 것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통해 정서적인 충족감을 느끼는 일. 당장 모르겠다고? 그럼 차근 차근 읽고 나서 판단해도 늦지 않아.

 

12. 공연도 많고 이벤트도 많아. 사실 10만원은 뽀대나게 쓰기에 그리 많은 돈은 아니야. 연말 기분 낸다고 이승철 이승환 콘서트를 가겠다면 표 한장 사기도 모자라. 그런데 이 글의 취지는 아까부터 얘기하듯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다양한효용을 누리는 데 있어. 뭐 굵고 짧게 쓰겠다면 그것도 방법이니 말리진 않겠어.

 

일단 12월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공연은 6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시향의 레퀴엠이야. 레퀴엠이 뭔지 얘기하자면 하루 종일 할 수 있지만 여기선 그런 지면이 허락되지 않았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 아무튼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임선혜(소프라노) 같은 솔리스트들이 공연하는 모짜르트의 레퀴엠 3만원에 볼 수 있다는 건 신의 은총이라고 생각해. 모짜르트 교향곡 41주피터까지 덧붙여서 말이야.

 

이 공연은 원래 127일 하루 공연이었는데, 지난 7월에 이미 매진돼 버렸어. 한국에서 클래식 공연이 매진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사람은 알 거야. 표 못산 사람들이 아우성치는 바람에 6일 공연이 추가된 거지. 물론 R석은 12만원이지만 3만원짜리 표도 결코 후지지 않아. 1층 사이드 자리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거야.

 

레퀴엠의 감동을 제대로 느끼려면 꼭 봐야 할 영화가 있어. 바로 밀로스 포먼 감독의 아마데우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망 덕분에 한국의 DVD 시장은 빈사상태고, 그 덕분에 이런 소장가치 200점의 걸작을 9900원에 살 수 있어. 그것도 코멘터리까지 들어있는 2 DISK 버전을 말이야.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영화 후반부, 죽어가는 모짜르트와 살리에리가 서로 협력해 가며 레퀴엠의 콘푸타티스(Confutatis)와 라크리모사(Lacrimosa) 부분을 작곡하는 장면을 본 뒤에 6일 예술의 전당으로 가서 전곡을 들으면 만점짜리 코스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네.

 

아직도 6만원이나 남았으니 연극도 한편 보면 어떨까 싶어. 좀 올드하긴 한데, ‘돌아서서 떠나라라는 작품이 12월 말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공연 중이야. 박신양 전도연 주연 영화 약속의 원작이라면 대략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갈 거야. 이번 출연진은 상당히 젊은데, 강영구-이만희 콤비의 작품이라면 믿어도 좋아. 추운 날, 가슴 뭉클한 얘기를 권하고 싶었어. 참고로 남자들한테 하는 얘긴데, 이 연극 같이 보고 안 우는 여자는 계속 사귈지 말지를 심각하게 다시 한번 고민해 봐.

 

뮤지컬은 대부분 고가라 추천하기가 쉽지 않네. ‘오페라의 유령같은 작품은 내년 1월 공연의 싼 표는 지금 사면 4만원 정도에도 구할 수 있는데 블루스퀘어홀의 악명 높은 2,3층 좌석 배치를 생각하면, 차라리 몇 달치 예산을 묶어서라도 꼭 좋은 자리를 사라고 권하고 싶어.

 

그보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12월 영화로 개봉할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예습하는 거야. 국내에선 20년 전에 무허가(라이선스 없이) 공연한게 전부였으니 그동안 해외 공연 팀의 내한 공연을 보거나 해외에서 보지 않았다면 전막을 본 사람은 거의 없겠지.  일단 DVD를 사. 두가지가 있는데 새로 나온 25주년 기념 공연은 9900, 15년 전에 나온 10주년 기념 공연은 3900원에서 7500원쯤 해. 대체 어떻게 이 가격에 판매가 가능한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합법적으로 만원 이하에 살 수 있어.

 

왜 미리 보고 가야 하느냐고? 뮤지컬이나 오페라는 작품에 대한 지식이 감상의 폭을 좌우해.

 

 

 

둘의 차이는 리아 살롱가(Lea Salonga)‘I Dreamed a Dream’을 부르느냐(25주년), ‘On My Own’을 부르느냐(10주년)로 요약할 수 있어. 뭘 고를지는 취향인데 굳이 권한다면 후자 쪽. 여유 있으면 둘 다 사.

 

(참 15년 간격인데... 살롱가도 정말 놀라운 방부제 복용자...)

 

단 두 DVD 모두 뮤지컬 공연이 아니라 뮤지컬 콘서트(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노래를 하되 연기는 하지 않음) 형식이라는 건 염두에 둬야 해. DVD 보고 영화도 보고, 욕심이 나면 지방을 돌아 내년 4월 서울에서 공연될 정성화 주연의 레미제라블도 질러 보는 거야.

 

그리고 마지막. 원래 이 난에서 개봉 영화 얘기는 안 하기로 했어. 하지만 약간 경우가 다른 작품이 있더라고.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극장 상영중이야. 영화로 개작된 건 아니고, 무대 공연을 촬영한 버전인데 그래서 더 괜찮을 것 같아.

 

이 뮤지컬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일단 유튜브로 가. 마커스 로빗(Marcus Lovett)이 부르는 수퍼스타(Superstar)’나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가 부르는 게세마네(Gethsemane)’를 들어. 이렇게 친절하게 스펠링을 써 주는 건 이걸로 검색해 보란 뜻이야.

 

 

 

 

 

아무튼 들어. 그럼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거야.

 

마지막으로 전시 하나. 12월 전시로는 바티칸 박물관전이 눈길을 끌지만 이 난을 볼 사람이라면 서울시립미술관(서소문 본관)팀 버튼 전(12.12~)’을 권하고 싶어. 버튼의 드로잉, 스케치, 의상 등등 영화적 상상력의 근간이 된 작품들이 전시된대. 가격은 아직 미정인 듯 한데 시립미술관이니 비싸도 만원 안팎일 거야. 버튼 팬이라면 한번 가봐야겠지.

 

12월은 여기까지야. , 12월엔 술 약속도 많을 테니 여기까지.

 

요약

126일 예술의 전당 모짜르트 레퀴엠     B 3만원

연극 돌아서서 떠나라                      S 3만원

영화 아마데우스(SE)’ DVD                      9900

뮤지컬 레미제라블 DVD                      3900~9900

극장 상영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9000

1212~ 시립미술관 팀 버튼 전             1만2000원

대락 9만 3천~ 7천원 정도..?

 

 

갑자기 반말이라 놀랄 분들도 있겠군요.^^ 평소 너무 공손했던 것 같아서 이미지를 바꾸는 중입니다. 새로운 컨셉트. 책에는 이렇게 들어갔습니다. 뭐 책 나오고 나니 바로 1월 문화생활 가이드 마감 직전이군요.

 

아무튼 앞으로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P.S.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제가 처음 본 '돌아서서 떠나라'는 한명구-정경순 주연이었군요. 세월이란 참.

 

P.S.2. 지금 메가박스 홈페이지에서 신청하시면 매거진M을 1년간 무료로 정기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놀랍지만 사실! http://www.megabox.co.kr/Event/EventsMegaDetail.aspx?eventkind=1&eventid=1763&rownu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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