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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신입생의 달입니다. 뭐 학생들이라면 딱 신입생이 아니더라도 신입생 비슷한 마음가짐으로 맞는 달이기도 하죠. 직장인들에게는 크게 다를 것 없는 달이지만 말입니다.

 

3월에는 여기저기서 꽤 그럴싸한 문화행사가 펼쳐집니다. 지난달에 비해 매우 풍성해 보입니다. 특히 이번 문화가이드상으로 3월의 테마는 '발레'. 뭐 저도 개인적으로 크게 발레에 관심있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이번 달엔 모처럼 저렴한 가격에 고품격 발레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좀 있어서 소개합니다.

 

어쨌든, 뭐든 최대한 가격 배리어를 넘고 보자는 문화가이드 정신.

 

3월분을 시작합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3월의 문화생활 가이드

 

3월이야. 직장인들은 설 연휴나 스키 휴가가 이미 지나간 꿈이라는 게 안타깝고, 학생들은 뭔가 새 학기의 분주함과 설렘으로 마음이 바쁠 때지. 또 애인 있는 남자들은 314, 화이트데이를 어떻게 넘길까 고민하게 되어 있고, 솔로들은 이런 고민이 마냥 배부른 투정으로 보이는 달이기도 해.

 

사실 지난달에 발렌타인 데이용 스케줄을 소개하지 못해 좀 찜찜했는데, 올해는 314일에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공연이 있어. 그것도 갑자기 생겼어.

 

본래 서울시향은 315일에 베토벤의 3중협주곡과 교향곡 7번을 공연할 예정이었어. 이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지. 그런데 표 못 산 분들이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14일에 추가 공연 스케줄이 생긴 거야.

 

베토벤 교향곡은 전부 9곡인데 그중 3,5,6,9번에는 부제가 있지. 사실 웃자는 얘긴데, 클래식에 별 조예가 없는 사람일수록 곡의 제목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그래서 부제가 없는 다섯 교향곡은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곡이 바로 7번이야. 개인적으로는 5운명다음으로 대중적이고 매력적인 곡이라고 생각해(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타이틀로 괜히 쓰인 게 아님). 3만원짜리 B석 권장. 단 화이트데이 데이트라면 이날 교통 정체가 심할 테니 시간 잘 맞춰야 할 거야.

 

다음. 3월의 테마 장르는 발레야. 남자들 중엔 발레란 말만 들어도 낯빛이 어두워지는 사람이 있겠지만, 마침 이번 달엔 저렴한 가격에 클래식 발레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두 가지나 있어.

 

하나는 319일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 물론 이번 시즌 들어 열리는 6차례의 공연 중 세번째지만 이번엔 좀 특별해. 주제가 ‘17세기 말부터 19세기 말까지 클래식 발레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 이름도 유명한 백조의 호수라 바야데르를 소개해.

 

백조의 호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테니 생략. 그 정도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인도를 배경으로 한 라 바야데르지젤이나 로미오와 줄리엣과 함께 클래식 발레를 대표하는 작품이야. 게다가 국립 발레단은 올해 49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이 작품을 공연할 예정이란 게 포인트야. 팬들로선 예술의 전당 공연 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하이라이트를 미리 볼 수 있는거지. 해설까지 곁들여서.  2만원.

 

또 하나는 38일부터 12일까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되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물론 비싸. R석은 10만원이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할 필요 없어. 1만원짜리 C(4)도 있으니까 내가 과연 발레를 좋아하는지, 한번쯤 테스트해 볼 수 있어. 혹시 알아? 지금부터 발레에 확 꽂힐 수도 있잖아. 나라면 이미 검증된 백조 강예나의 11일 공연으로 적성검사를 해 볼 것 같아.

 

 

, 그럼 DVD 코너. 아시겠지만 올해는 1813년생 동갑인 베르디와 바그너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세계적으로 여러 가지 행사가 준비되고 있어. 여러분도 여기에 살짝 동참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야. 현재 나와 있는 DVD 중에서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건 안나 네트렙코와 롤란도 비아존이 출연한 라 트라비아타 2005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발 실황 공연이야.

 

DVD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어. 일단 전 세계적으로 오페라 DVD 시장을 살려 놓은 타이틀로 평가돼. 왜냐. 흔히 오페라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뚱보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가 폐병 걸려 애처롭게 죽어가는 장르라고 비웃곤 하는데, DVD를 보면 그런 말을 못 해. 당대의 미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주인공이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네트렙코가 노래도 못 하면서 얼굴로 미는 인물이냐면 절대 그렇지 않아.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도 A급이지. 게다가 빌리 데커라는 천재 연출가가 만들어 낸 미니멀한 무대도 감탄을 자아내. 그야말로 소장가치 100점의 DVD. 인터넷에서 2700~25000원 정도에 살 수 있어. (주의사항: 한글 자막이 있는 상품인지 꼭 확인할 것.)

 

마지막으로 3월의 책은 이시은 작 짜릿하고 따뜻하게.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일본의 히트 광고 카피와 해제를 모아 놓은 책인데, 만약 어떤 일에서든 새로운 영감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어. 후루룩 한번에 읽어 보기는 좀 아깝고, 생각날 때마다 한 챕터씩 읽어보는 화장실 용 책으로도 활용가치가 높아 보여. 인터넷으로 11000원 정도.

 

말이 많았는지 작별할 공간이 없네. 4월에 만나.

 

 

서울시향 베토벤 교향곡 7                         3만원

국립발레단 해설이 있는 발레                          2만원

유니버설발레단 백조의 호수                           1만원

DVD ‘라 트라비아타                                  2700~25천원

책 짜릿하고 따뜻하게                                 11000

                                                     96천원

 

 

발레는 발레고, 여기서 저화질 동영상으로 보여드린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드리고 싶은 말씀은 발레는 현장에서 볼 때가 다르고, 뭔가 좌정하고 볼 때 또 다릅니다. 정말 다르더라구요.  

 

그리고 "나 발레 봤는데 그거 영 나랑 안 맞는 것 같아"라고 하시는 분들께 '뭘 봤냐'고 물으면 절대 다수가 '호두까기 인형'이라고 합니다. 뭐 훌륭한 작품이지만,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발레가 맞지 않는다고 하는 건 '해리 포터'를 보고 난 다음에 "난 영화는 이제 안 볼래"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만치 발레에도 여러 가지가 있죠.

 

특히 추천 공연인 11일 강예나의 공연은 한국을 대표하는 백조 중 하나인 강예나가 스스로 '백조는 이제 마지막'이라고 부르는 공연입니다. 여러 모로 의미가 있죠.

 

그리고 이번 달에 추천한 '백조의 호수'나 '라 바야데르'는 '지젤'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등과 함께 고전 발레를 대표하는 명작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전 발레만 발레라고 생각하셔도 곤란합니다. 시대의 변천과 함께 모던 발레도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지 킬리안(Jiri Kylian: 이 스펠링에서 대체 왜 이런 발음이 나오는지 제가 설명할 길은 없지만 체코어로는 이렇게 표기한다고 합니다)의 발레 소품 'Petite Mort(작은 죽음)'을 보시면 '이런 발레도 있다'는 말에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은 오페라. '네가 뭘 안다고 되도 않는 오페라 타령이냐'고 할까봐 늘 겁나는 장르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저 잘 모릅니다. 제대로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냥 듣고 좋으면 좋다고 하는 겁니다. 유명한 아리아나 합창곡은 들어보면 아 이게 어디 나오는 뭐구나 좀 알지만, 레시타티보를 들으면서 음 좋구나 하는 분들은 신선의 경지라고 생각합니다.

 

뭐 그런 수준이다 보니, 노래만 잘 하는 가수(특히 소프라노..;;)에게선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합니다. 인지상정이죠. '라 보엠'같은 오페라를 볼 때 덩치가 산만한 소프라노가 고혈압이나 당뇨가 아니라 폐결핵으로 죽어간다는 얘기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낄지는 솔직히 저도 의문입니다. 심지어 카라얀 선생도 일찌기 왜 뚱뚱한 소프라노들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자네는 오페라 볼 때 눈 감고 보나"라고 반문하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안젤라 게오르규나 안나 네트렙코 같은 가수들은 신의 선물이라 여길만 합니다. 최근에는 네트렙코도 나잇살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2005년 '라 트라비아타' DVD에 출연할 때만 해도 인기는 하늘을 찔렀죠.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는 '축배의 노래(Brindisi)'를 비롯해 수많은 히트곡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프라노 비올레타를 대표하는 곡은 '언제나 자유롭게(Sempre Libera)'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단 그 노래.

 

 

들어 보시면 안나 네트렙코가 얼굴만으로 세계 유명 오페라 극장의 주역을 따내고 있는 가수가 아니라는 것은 금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아, 물론,

 

 

사실 문외한이 들어도 위 노래와 아래 노래 사이의 차이는 제법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한 세기에 몇명 안 될 겁니다. 게다가 보는 즐거움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죠. 모든 여배우가 메릴 스트립처럼 연기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절대적으로 이 노래는 조운 서덜랜드를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Memory'의 표준이 엘렌 페이지가 아니라 바브라 스트라이잰드가 되었듯 말이죠.)

 

 

 

아무튼 근래 들어 세계적인 주역 소프라노들의 외모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번에도 한번 거기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죠.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법의 다이어트에 나서다 http://5card.tistory.com/1042

 

그때 소개한 슈퍼모델 소프라노 발렌티나 나포르니타(Nafornita를 나포니타 혹은 나폴니타로 쓸 수 도 있을 듯 합니다)가 부르는 '라 트라비아타'의 브린디시입니다. 상대는 블라드 미리짜(Vlad Mirita). 

 

 

마지막으로 3월의 책 한권. 제목은 '짜릿하고 따뜻하게' 입니다. 산토리 올드 위스키 광고 카피인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이 아니다' 등 일본 광고의 명 카피들을 모아 해설한 책입니다.

 

'일본 광고는 참 착하다'는 하지현 박사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책입니다. 기한을 읽을 책도 아니고, 심각하게 공부하면서 볼 책도 아닙니다. 오히려 위에서 소개했듯, 화장실 문 앞에 두고 들어갈 때마다 한 장씩 읽고 나오면 너무나 적절할 그런 책입니다. 머리가 맑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번 달은 여기까지. 풍성한 3월 즐기시기 바랍니다. (물론 야구도 보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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