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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양 살다가 확

타임지의 왜곡된 최진실 보도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진실에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제니퍼 빌(Jennifer Veale)이라는 기자가 서울발로 기사를 썼더군요. "South Koreans Are Shaken by a Celebrity Suicide"라는 제목입니다. 주요 내용은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기사가 한국의 실정을 과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려는 말은 알겠지만 의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팩트가 약간 갸우뚱한 부분이 있습니다.

원문을 보시라고 하면 고문이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꽤 있을 것 같아서 거칠지만 살짝 번역을 해 봤습니다. 뭐 사소한 오역은 꽤 있겠지만, 꽤 중요한 부분이 잘못된 경우엔 가차없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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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was more than South Korea's Julia Roberts or Angelina Jolie. For nearly 20 years, Choi Jin Sil was the country's cinematic sweetheart and as close to being a "national" actress as possible. But since her body was found on Oct. 2, an apparent suicide, she has become a symbol of the difficulties women face in this deeply conservative yet technologically savvy society. Incessant online gossip appears to have been largely to blame for her death. But it's also clear that public life as a single, working, divorced mom - still a pariah status in South Korea - was one role she had a lot of trouble with.

그녀는 한국에서 줄리아 로버츠나 안젤리나 졸리보다 한 단계위의 스타였다. 근 20년 동안 최진실은 극장에서 전 국민의 연인이었고, 실제 존재하는 배우들 중 가장 '국민 여배우'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2일 명백히 자살로 보이는 시체가 발견된 이후, 그녀는 '최신기술에는 빠삭하지만 엄청나게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자들이 직면해야 하는 어려움'의 상징이 되었다. 끊임없는 온라인상의 가십이 그녀의 죽음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혼하고 아이가 딸린 채 일을 해야 하는 여성 - 한국에선 여전히 불가촉 천민(pariah)에 해당하는 - 으로서의 역할이야말로 그녀를 가장 괴롭혔다는 점 역시 명백하다.

파리아는 인도에서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의 네 카스트에 들지 못하는 그 이하의 천민을 말합니다. 가끔 인도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빨래 하는 노역자 등이 이 계급에 속하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쇠고기를 먹어도 될 정도라는군요.

싱글맘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긴 하겠지만 요즘은 꽤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요? 인도의 불가촉천민 - 손으로 건드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는 뜻 - 과 비교하는 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계속 이어집니다.

Dubbed the "nation's actress," Choi starred in some 16 movies and more than a dozen TV soap operas throughout the 1990s. But her career took a hit in 2002, when the public learned of her troubled marriage and subsequent divorce from Cho Sung Min, who plays baseball for the big leagues across the sea in Japan. After her divorce in 2004, the mother of two became anathema to producers and broadcasters who, according to industry observers, were and still are reluctant to put single mothers in starring or prominent roles. After four years of struggling, Choi's career had begun to pick up when her body was found in her bathroom in southern Seoul. She apparently hanged herself with a rope made of medical bandages. (Hanging is the most common form of suicide in South Korea, where gun ownership is illegal.) Her suicide has gripped the nation, dominating headlines as authorities, relatives and even the government try to determine what went wrong.

'국민 여배우'로 일컬어지는 최진실은 90년대를 통틀어 16편의 영화와 최소한 12편 이상의 TV 드라마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녀의 커리어는 지난 2002년 일본 프로야구에도 진출했던 조성민과의 결혼 생활의 파탄이 대중에게 알려지고, 잇달아 이혼으로 이어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2004년 이혼한 뒤에는 두 아이의 엄마인 최진실은 방송 관계자들에게 저주받은 사람 취급을 받게 됐다. 업계를 지켜보는 사람들에 따르면 이들은 싱글맘들을 주인공이나 눈에 띄는 역할에 캐스팅하는 걸 꺼린다. 4년간 (이런 통념과의)투쟁 끝에 최진실의 커리어는 회복되기 시작하고 있었지만 그 시점에서 최진실의 시신은 강남에 있는 자신의 집 욕실에서 발견됐다. 그녀는 붕대로 노끈을 만들어 목을 맨 것이 분명했다. (총기 사용이 불법인 한국에서는 목을 매는 것이 가장 흔한 자살방법이다) 그녀의 자살은 한국인들의 관심을 장악했고, 헤드라인을 독점해 전문가들, 친척들, 심지어 정부까지 나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밝혀내려 진땀을 뺐다.

최진실이 2000년 결혼부터 2004년 이혼때까지 출연한 작품은 연변 처녀로 나와 류시원과 공연한 MBC TV '그대를 알고부터' 한편뿐입니다. 출산과 육아로 스스로 활동을 자제한 덕분이죠. 이혼의 충격으로 부진했다고 할만한 드라마 역시 2004년의 MBC TV '장미의 전쟁' 뿐입니다. 바로 이듬해인 2005년 KBS 2TV '장밋빛 인생'으로 화려하게 복귀합니다.

PD들이 저주받은 사람(anathema) 취급하면서 피했다구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심지어 '장미의 전쟁'이 부진했는데도 MBC TV와의 계약 잔여분을 무시하고 '장밋빛 인생'에 출연하려다 MBC로부터 고소당하기도 했습니다. 필요 없는 연기자라고 생각했으면 절대 그랬을 리가 없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MBC TV '나쁜여자 착한여자'도 꽤 주목을 끌었고,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이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CF도 끊기지 않았죠. 윗글처럼 'STRUGGLE'이라고 할 만큼 사회 통념(?)과 싸울 기회가 아예 없었습니다.


According to Korean news reports, Choi became depressed when rumors started circulating last month in the country's very active online communities that she was a loan shark and had driven a fellow actor, Ahn Jae Hwan, to kill himself. The word on the Net was that Choi had been pressuring Ahn to repay a loan of some $2 million. After enduring the accusations (which police said after her death were untrue), Choi killed herself in a "momentary impulse," according to the investigative team, driven by malicious rumors and prolonged stress.

한국 보도에 따르면 최진실은 한국에서 대단히 활발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달 이후 그녀가 고리대금업자이며, 친한 연기자인 안재환을 자살로 몰고 간 장본인이라는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을 때 매우 의기소침했다. 온라인상에 떠돌던 소문에 따르면 최진실은 안재환에게 200만달러에 달하는 빚을 갚으라고 압력을 넣어왔다는 것이다. 수사 팀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소문(경찰은 그녀가 죽은 뒤에야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을 참다 못한 최진실은 악의적인 루머와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순간적인 충동'으로 자살했다.

South Korean police have since announced that they will crack down on online defamation, but little has been said about the late actress's problems as a single mother in this deeply conservative society. Choi spoke openly on the taboo topic and sought to change the unpopular public perception of single moms in South Korea. "Korean society does not like strong women, and thinks single moms have a personality disorder," says Park Soo Na, a national entertainment columnist. "It's like a scarlet letter." She says single mothers often ask their parents to raise their grandchildren so the kids don't have to endure the shame of living without a father figure.

한국 경찰은 심지어 온라인상의 명예훼손을 근절시키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런 지독하게 보수적인 사회에서 이 여배우가 싱글맘으로서 겪었던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나오질 않았다. 최진실은 터부시되어 온 주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해왔고, 한국에서의 싱글맘에 대한 일반인들의 호의적이지 않은 인식을 바꾸려 했다. "한국 사회는 강한 여성을 좋아히지 않고, 싱글맘들은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국의 연예 칼럼니스트 박수나씨는 말한다. "그건 마치 '주홍 글씨'와도 같다"고 말한 그녀는 싱글맘들은 자녀들이 아버지 없이 자라는 치욕을 견디지 않아도 되도록, 자신들의 부모에게 아이들의 양육을 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누가 이분에게 이런 정확하지 못한 정보를 제공했나 했더니 박수나씨라는 분이군요. 그런데 그 하늘의 별처럼 많은 인터넷의 연예 라이터들 중에도 박수나라는 이름은 전혀 검색에 걸리지 않습니다. 대체 이 분은 어디다 칼럼을 쓰시는 걸까요. 자기 일기장에?
 
(...혹시 나박수씨는 아니겠지요?)

또 최진실이 대체 언제 터부시되어온 주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얘기를 했으며(spoke openly on the taboo topic),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운동을 했단 말입니까.

게다가 아버지 없는 아이들이 외조부모와 함께 살면 아버지 있는 자식이 된단 말입니까. 오히려 엄마도 없는 자식이 되어 버리죠.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놀릴 사람이라면 오히려 더 심하게 놀리겠군요. 이런 얘기는 10대 딸이 사고를 쳐 낳은 아이를 자기가 늦동이로 낳은 아이라고 속이는 어머니의 경우에나 해당되는 얘기일 것 같습니다. 오히려 '차이나타운'이나 '초원의 빛'같은 옛날 미국 영화에 많이 나오는 얘기로군요.


And for women without a movie star's bankroll, there's limited public financial support available, forcing some women to place their children in orphanages for long stretches or even put them up for adoption. "There's still a negative notion about single moms," says Lee Mijeong, a fellow at the Korean Women's Development Institute. "They have a hard time."

그리고 영화계 스타만큼 돈을 벌지 못하는 여성들의 경우, 공공 재정 지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어서 몇몇 여성들로 하여금 오랜 기간 동안 자녀들을 고아의 상태로 방치하거나, 아예 입양시키게 하기도 한다. 한국 여성개발원의 이미정 연구원은 "여전히 싱글맘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그들은 매우 고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인들이 싱글맘보다는 자녀 입양에 100배 정도 더 부정적이란 사실을 모르는 듯. 물론 해외 입양인지도 모르겠군요.

Whatever the motivation for her suicide, the actress's death has raised fears about a ripple effect. Korea has had the highest rate of suicide among the world's industrialized countries for the past five years. Policy makers and the general public readily admit that mental illness - even a common disorder like depression - is rarely talked about openly in the country.

그녀의 자살 동기가 무엇이건, 최진실의 죽음으로 인해 파문 효과(ripple effect)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5년간 세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여왔다. 정책입안자들이든 일반 대중이든, (거의 모든 사람이) 한국에서 정신질환이 - 신경쇠약 같은 아주 흔한 질환까지도 - 공개적인 화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당연하게 여긴다.

"Koreans are very secretive about psychiatric problems," says Lee Myung Soo, a psychiatrist at the Seoul Metropolitan Mental Health Centre who agrees that one of the main reasons that people won't talk about it here is fear of losing one's job. More people will probably seek treatment because of Choi's death, explains Lee. But he also fears that there will be more suicides, as has happened after other celebrity deaths.

서울 시립정신병원의 이명수 박사는 "한국인들은 정신질환과 관련된 문제를 매우 은밀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얘기하길 꺼리는 이유가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는 데 동의했다. 이박사에 따르면 최진실의 죽음으로 인해 치료받으러 나선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또한 유명인사의 죽음 이후 더 많은 자살사건이 있을 것을 우려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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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렇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그냥 상식적인 내용. 은근히 한국을 너무 덜 깨인 나라 취급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도 오리엔탈리즘의 샤워가 다 씻기지 않은 듯 합니다. 게다가 IT 강국 한국의 인터넷이 한국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매체인지를 잘 모르는 듯한 뉘앙스도 풍깁니다.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납득할만한(물론 한국 독자들이 아니라 한국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잘 모르는 고국의 독자들이) 이유를 제시하려다 한국 여성들을 차도르를 쓰고 다니는 아랍 여성들 취급을 해 버린 듯 합니다.

(흑백논리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을 위해 꼭 덧붙이자면) 물론 한국이 싱글맘에게 온통 마음을 열어놓고 있는 나라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저 글에 나오는 정도로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다(pariah)'는 주장은 지나친 과장이라는 생각입니다.

Veale씨, 웬만하면 한국어를 좀 배워서 진짜 한국 사람들과 대화를 해 보시는게 어떻습니까. 그리고 연예 칼럼니스트 박수나씨의 글은 어디 가면 볼 수 있는지도 좀 가르쳐 주시죠.





p.s. 시사주간지 타임과 일간신문 타임즈(Times)를 혼동한 인터넷 기사도 눈에 띄던데 다시 찾아보니 안 보이는군요. 그새 수정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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