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열기에 슬쩍 편승한 포스팅입니다. 준 PO에서 롯데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홈에서 2연패를 했군요. 지난밤 부산에서 쓰러진 소주병이 얼마나 될지... 상상이 갑니다.
삼성이 2연승을 하는 동안 눈길을 끈 점이라면 아무래도 삼성에 있는 롯데 연고, 특히 부산 출신 선수들의 분전이 돋보였다는 점입니다. 1차전에서 6타수 4안타를 친 1번 박한이와 4번 진갑용의 부산고 선후배가 롯데 마운드를 초토화시키는데 기여했다면, 2차전에서는 채태인이 이번 PO 첫 홈런을 때려냈죠. 채태인은 부산상고 출신입니다.
물론 부산 출신 선수는 당연히 롯데에 훨씬 더 많죠. 손민한-장원준-손광민으로 이어지는 부산고, 송승준-이대호-박현승으로 이어지는 경남고의 양대 명문고를 비롯해 대부분의 선수가 부산 경남 출신입니다. 하지만 이들보다는 적지에서 뛰는 삼성 소속의 부산-경남 출신 선수들이 사직구장에서 더 펄펄 날았다는데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롯데의 홈 사직구장은 뜨거운 응원 열기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홈 승률이 매우 낮은 구장이기도 합니다. 올해 롯데의 홈 승률은 63경기 중에서 32승 31패. 5할이 간신히 넘습니다. 여기서 마산 경기(1승5패)를 빼면 31승26패로 올라가긴 합니다만, 시즌 승률(.548)에 비해 낮은(.544) 승률입니다.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홈구장' 치고는 의외의 성적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분의 분석(http://toto5071.egloos.com/325459)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사직구장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건 2006년과 올해 뿐입니다. 이건 롯데의 최근 전력이 약해서 그렇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난 2000년 이후 9시즌 동안 사직구장 승률이 시즌 전체 승률보다 높았던 해는 2003, 2005, 2006년의 세 시즌밖에 없더군요. 좀 의아해지는 성적입니다.
왜 그럴까요.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너무 뜨거운 응원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설도 있습니다. 자주 진다는 이유로 왕년에 자기 구단 버스에 불도 지른 적이 있을 정도(뭐 이건 부산이 아니라 마산에서 있었던 일이지만)로 뜨거운 롯데 팬들의 열성이 자칫 롯데 선수들을 주눅들게 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극성 엄마를 둔 수험생의 긴장...같은 것일까요?
반면 간간이 사직을 찾는 타 구단 소속의 부산-경남 출신 선수들은 왠지 모를 고향의 푸근함 때문에 실력을 다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풀이의 의미는 아닙니다. 손민한과 부산고-고려대 동창인 진갑용은 두산 시절에도 롯데 쪽으로 곁눈질을 했다지만 엉뚱하게도 1년 먼저 입단한 최기문이 롯데로 트레이드되는 일도 겪었죠. 1,2차전에서 제 실력을 보인 선수들은 롯데도 탐내던 선수들이죠. 트레이드로 삼성에 간 신명철(마산고 출신)이라면 또 모르지만.
아무튼 삼성에는 이밖에도 롯데 연고 선수들이 주요 전력으로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준PO 출전 선수 중에는 3차전 선발 예고된 윤성환도 부산상고 출신이고 신명철과 김창희(마산고), 강봉규(경남고) 등이 있죠. 이 선수들도 롯데를 상대로 계속 펄펄 날지 궁금합니다.
반면 롯데는 아직도 부산-경남 출신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지만 여기도 대구-경북 출신들이 꽤 됩니다. 투수 중에는
2차전에 나온 강영식(대구상고),
야수 중에는
강민호(포철공고)와
박기혁(대구상고)이 대표적이죠.
과연 대구 3차전에서는 삼성에서 뛰지 않고 있는 이들이 제 실력을 발휘해 삼성에 타격을 줄까요, 아니면 대구구장의 안방 텃세가 더 셀까요. 3차전을 보고 나면 어느 쪽의 운이 더 강한지 판가름이 날 것 같습니다.
그나자나 선수 명단을 보니 삼성은 정말 '순혈 대구-경북' 선수들이 정말 적군요. 하지만 오히려 향토 출신 선수들이 타지 출신들을 왕따시킨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역 정서가 강했던 시절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눈길이 갑니다.
◇롯데
▲감독= 제리 로이스터
▲코치= 박영태, 아로요, 김무관, 이철성, 한문연, 공필성
▲투수= 손민한, 송승준, 장원준, 이용훈, 조정훈, 염종석
김이슬, 강영식(대구상고), 최향남, 코르테스
▲포수= 최기문, 강민호(포철공고)
▲내야수= 박현승, 조성환, 박기혁(대구상고), 김주찬, 이대호, 정보명, 이원석, 박종윤, 김민성
▲외야수= 이승화,최만호,이인구,손광민,가르시아
◇삼성
▲감독= 선동열
▲코치= 한대화, 이종두, 김평호, 류중일, 조계현, 강성우
▲투수= 이상목, 전병호, 조진호, 정현욱, 윤성환(부산상고), 배영수, 오승환, 권혁, 안지만, 조현근, 에니스
▲포수= 진갑용(부산고), 심광호, 현재윤
▲내야수= 박진만, 신명철(마산고), 손지환, 조동찬, 채태인(부산상고), 박석민
▲외야수= 양준혁, 김창희(마산고), 강봉규(경남고), 박한이(부산고), 최형우, 우동균
p.s. 그나자나 선수도 죄다 바뀌고 저렇게 피도 섞였는데 대체 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성준과 전병호. 좌완에다 직구 시속은 간신히 130km에 턱걸이 할 정도. 다른 구단에는 그닥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 투수들. 하지만 둘 다 모두 롯데 타자들에게는 선동렬만큼 두려운 투수로 통했고, 통하고 있습니다. 대체 이유가 뭘까요?
'추억을 되새기다 > 한때는 체육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꽃남자 정대세, 박지성과 함께 뛰었더라면 (107) | 2010.06.16 |
---|---|
한국, 이제는 그리스를 응원해야? (78) | 2010.06.14 |
압축! 한국축구 100년사(2) (12) | 2008.07.01 |
압축! 한국축구 100년사(1) (8) | 2008.06.30 |
부활하는 양준혁의 13년전 어느날 (58) | 2008.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