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개막 첫승, 한국이 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유럽 팀을 상대로 거둔 첫승, 그것도 경기 내용까지 완전히 압도하는 2대0의 완승, 정말 월드컵 신경쓰고 본지 근 30년만에 이렇게 여유있게 이겨버리는 경기는 처음이라 지금까지도 감흥이 새롭습니다.

하지만 4팀이 각각 세 경기씩 해서 두 팀이 올라가는 조별 예선은 워낙 변수가 화려합니다. 세 팀이 각각 승점 9에서 승점 0까지 다양한 성적을 낼 수 있고, 그 성적들이 제각기 상대적이기 때문에 오만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조별 예선의 남은 경기에서 기대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합계 승점 5(그러니까 앞으로 최소 2무)만 올려라, 둘째는 그리스, 최소한 1승(아니면 1무)이라도 올려라. 이 두가지면 16강은 더 이상 꿈이 아니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은 지금까지 수많은 월드컵 조별 예선을 치러왔습니다. 1986년부터 4년간격으로 비슷비슷한 여정을 거쳐왔죠(2002년 제외). 첫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는 조언도 늘 등장했고, 첫 경기가 끝나고 나면 '아직 희망은 있다'는 구호가 등장했던 것도 매번 비슷합니다.

그런 과정들을 지켜 본 결과, 그리고 각 팀들의 부침을 바라본 결과 올해는 비교적 예년에 비해 괜찮은 조에 들어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쓴 글이 이거였습니다. 이번 조편성은 1986년 이후에는 가장 좋은 여건이라는.
http://isblog.joins.com/fivecard/621

뭐 이 내용에 대해서도 수많은 분들이 바람넣지 마라, 그리스 얼마나 잘하는지 아느냐, 나이지리아가 호구냐, 등등의 얘기를 하셨지만 어쨌든 그리스에게는 1승을 거뒀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를 볼 때 한국은 16강의 호기를 잡은 것도 분명합니다.

첫 1승으로 우리는 승점 3점을 얻었습니다(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승리는 승점 3, 무승부는 승점 1입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떤 경기 운영이 필요할까요. 일단 16강 진출의 필요 승점은 5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걸 보기 위해 지난번 대회들을 훑어봤습니다. 1998년 이후, 승점 5를 올리고 16강에 가지 못한 팀은 단 한 팀도 없었습니다. 즉 1승2무면 16강행은 오케이라는 뜻입니다.

승점 4, 즉 1승1무1패면 어떨까요? 신기하게도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4점으로 16강에 간 경우가 6번, 못 간 경우가 6번입니다. 그러니까 4점은 결코 안전한 점수가 아닙니다. 마음 편하게 16강에 가기 위해서는 남은 두 경기를 모두 비겨 주는 것이 필수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끔찍한 변수가 또 하나 남아 있습니다. 네 팀 중 한팀만 독보적인 성적(잘하건 못하건^^)을 내고 나머지 세 팀이 진흙탕에서 물고 물리는 플레이를 할 때, 이때는 드물게 희한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현재의 조에서 아르헨티나가 혼자 3승으로 독주하고 한국과 그리스, 나이지리아가 1승1패씩 물고 물리는 상황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럼 아르헨티나는 승점 9로 단독 조 1위지만 나머지 세 팀은 1승2패, 승점 3으로 동률이 되어 득실차를 가려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이 나이지리아에게 지고, 그리스가 나이지리아를 이기면 가능한 얘깁니다.

이와는 반대로 3패로 독보적인 팀이 나와도^^ 이상한 상황이 생깁니다. 지난 2006년 대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스위스, 한국, 토고가 한 조가 됐고 토고가 초반 2패로 동네북이 됐죠. 그리고 프랑스-토고, 스위스-한국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토고가 프랑스와 비기거나 이기지 못하는 한, 한국은 스위스를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올라갈 수 있는 아쉬운 상황을 맞았습니다. 1승2무로 3자 동률이 되면 득실차에서 뒤진다는게 이미 계산이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3승하는 팀이야 잘하는 걸 어쩔수 없지만, 3패 팀은 이래저래 4팀 예선 시스템의 민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도 그리스가 혼자 동네북이 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나머지 세 팀은 또 3자 동률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커집니다. 비슷한 경우를 1994년 미국 월드컵 예선 D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와 얼마나 비슷한지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 아르헨티나, 그리스, 나이지리아, 불가리아 대신 한국이 들어가면 올해와 똑같습니다. 여기서 그리스는 3패를 했고, 세 팀이 2승1패로 동률을 이뤘습니다.

1994년에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이 현재의 32개국이 아니라 24개국이었고, 예선 조가 8개가 아니라 6개였으므로 2승1패를 하면 조 3위라도 16강 진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무조건 조 1, 2위만 16강에 갑니다. 그러니 저런 상황이 재발하면 골득실, 다득점까지 따져야 하는 피마르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상황이 극적으로 가려면 아르헨티나가 3승, 그리스는 3패를 하고 한국과 나이지리아가 1승1패 상황에서 최종전에 맞붙는 상황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야말로... 참 피말리는 건곤일척의 대전이 아닐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을 면하기 위해 우리는 그리스의 분전을 촉구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남은 경기에서 우리에게 진 그리스가 1승, 혹은 1무라도 올리고 탈락해 주면 16강으로 가는 길은 상대적으로 밝아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다가 그리스가 기적적으로 분전,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잡으면 또 상황은 일변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모두에서 밝혔듯 4팀 조별 예선은 너무 변수가 많아 한 경기를 끝낸 상황에서 뭐라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한국이 남은 경기에서 2무를 확보하거나, 그리스가 '용을 써서' 나이지리아를 잡고 아르헨티나에게 '만인의 예상대로' 대패하면 한국의 앞날은 밝아집니다. 어쨌든 목요일에는 한국을 응원하는 것 못잖게 그리스를 응원할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fivecard5를 팔로하시면 새글 소식을 빨리 알수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