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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뉴스를 보다가 허걱 하고 놀랐습니다.

연예계 뉴스로 분류되지 않은 소식인 바람에 늦게 접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활동 10년을 결산하며 꾸준하게 거액을 내놓은 고마운 기부자들을 공개했더군요. 한데 개인으로서 가장 많은 액수를 기부하신 분이 연예인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20대의 여자 연예인인데 철저하게 익명을 요구, 이번 10주년 행사에서도 공개하지 못했다는군요. 참 놀랍고도 감격스러운 일입니다(물론 범인^^으로 밝혀진 문근영 양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20대라면 아직 어린 나이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세상의 한 구석을 밝히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말입니다. 더구나 도박이며, 대출 사기며, 귀족 계 사고며, 외제 승용차 사기 사건에 이니셜로 연예인들이 등장한 같은 날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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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익명으로 기부를 합니다. 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라는 말씀대로 선행을 감추는 것이 더욱 숭고한 행위라고 생각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과연 꼭 그럴까요? 현장에서 몇가지 경우들을 보고 나서 저는 좀 다른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마침 그와 비슷한 주제로 최근 '무비위크'에 썼던 글이 있어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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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장훈 때문에 선행을 못 하겠다고?

연예인에게도 등급이 있다. 최상위층에 오르기 위해선 이제 한국 안에서만 활동해선 곤란한 세상에 왔다. 이른바 한류 스타들이다. 장동건, 배용준, 이영애 쯤 되면 세상에 부러울 사람도 기죽을 사람도 없다.

인기나 수입은 이들보다 좀 덜하지만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으로 최상위층에 올라 있는 이들도 있다. 차인표-신애라 부부, 김장훈, 션-정혜영 부부 등 이른바 선행의 스페셜리스트들이다. 그 악플 천지인 인터넷에서도 이들을 욕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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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이렇다. 공짜 밝히기로 소문난 지인이 지난 연말 전화를 걸어 '김장훈 콘서트가 언제냐'고 물어 왔다. 표 부탁이냐니까 아니란다. "표 사서 가려고. '그런 분' 공연은 돈 내고 봐야지." 이 정도다.

사실 10년 넘게 연예계를 지켜보면서 참 우스운 꼴도 많이 봤다. 결혼 축의금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하겠다던 한 스타 커플은 "식장 대여비용과 피로연 대금을 치르고 나니 오히려 적자"였다며 단 한푼도 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축의금으로 북한의 결식 아동을 돕겠다던 다른 커플은 기사가 나간 뒤, 반공의식이 투철한 어른들로부터 '남쪽에도 도시락 못 싸 오는 아이들이 많은데 무슨 오지랖이냐'고 야단을 맞았다며 딸랑 50만원을 기부했다.

일찌기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였던 한 여배우는 이런 식의 성금 떼먹기에도 달인의 경지였다. 명절때면 으리으리한 선행 기사로 스포츠신문의 1면을 도배하기도 했던 이 스타의 주머니에서 실제 나온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어느 해 6월, 연초의 기부 약속이 지켜지고 있는지를 순진하게 체크해 봤을 때, 매니저의 반응은 이랬다. "아, 어디다 기부할지도 안 정해주고 돈 냈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나." 그러니까 무능한 기자때문에 기부를 못했다는 얘기였다.

물론 모든 연예인이 이런 건 절대 아니다. 심지어 악착같이 기자들의 눈길을 피해 몰래 사랑을 베푸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정작 기부를 받는 자선단체들은 이런 '몰래 선행'의 주인공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피력하곤 한다. "연예인이 몰래 선행을 하면 그건 그 혼자만의 선행으로 끝나지만, 온 사방에 알리고 선행을 하면 그걸 보고 따라하려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라는 거다. 심지어 한 자선단체 간사님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선행을 감추시는 분들의 뜻을 절대 모르는 건 아니지만, 흉내만이라도 기자들 잔뜩 달고 와서 사진찍는 분들이 더 고마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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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선행이란 부끄러워 할 이유도, 가식으로 보일까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주눅들어 어디 기부를 못하겠다"는 연예인들이나 관계자들이 꽤 있다. 바로 김장훈과 션-정혜영 부부 때문이라는 거다. 자기 집 한칸 마련할 여유도 없이 죄다 이웃 사랑에 기부하고, 독도 수호 운동에 기부하고, 사람들 모아서 서해안 눈물 닦아주기 운동 하는 이들 때문에?

설명인즉 너무나 강력한 선행 때문에 요즘은 어지간한 선행은 무시당하거나 비아냥의 대상이 된다는 거다. 농담이 아니다. 얼마 전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와 이런 얘기를 나눴다. "요즘은 몇백만원 기부하려면 몰래 하든가, 아예 안 하든가 해야 할 것 같다." "왜?" "요새 누가 뭘 어디다 기부했다, 봉사했다는 기사를 보면 밑에 꼭 김장훈과 비교하고 비웃는 댓글이 달려 있다. 돈 내고, 시간 내서 욕 먹을 바에야 그냥 가만 있는게 낫지."

너무나 다른 사람을 기죽이는(?) 기부가 이런 결과를 낳고 있었다니. 요즘 도움의 손길이 뜸해졌다는 게 불경기 때문만은 아니었단 말인가. 그렇다고 기부왕들에게 자제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이젠 포털사이트에다 누가 뭘 기부했다는 선행 기사에도 댓글을 막아 달라고 요청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참 별게 다 말썽이다. 댓글 몇개를 여론으로 인정해버리는 세태를 탓해야 할까. 그렇다고 인터넷을 없앨 수도 없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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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이런 얘기를 "뭐? 익명으로 기부하는 사람보다 날림으로 겉보기 선행 하는 놈들이 낫다고?"라고 곡해할 사람이 있을까 겁이 납니다(워낙 난독증이 만연한 시대라). 결단코 선행을 감추는 것이 갸륵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윗글에도 있지만, "선행은 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 공감하고 따를 수 있게 할수록 하는게 더욱 좋은 일"이라는 뜻을 강조하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선행은 다 자기 사정대로 하는 겁니다. 김장훈처럼 대출까지 받아 기부한다는 분들도 있지만, 이건 좀 무리한 경우죠. 웬만한 금액이나, 웬만한 정성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결코 '애개~~ 그렇게 돈 많이 벌면서!'라고 비방하지는 말자는 거죠. 기부는 꼭 돈 만으로 하는 건 아닙니다. 심지어 이효리가 요즘 밤에 잠을 못 이룬다는 최진실의 두 아이와 놀아 주러 갔다는 기사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또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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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대중의 사랑을 받아 부와 명성을 얻은 분들이 사회에 돌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선행입니다. 긴 세월이 지났지만 이 분의 모습이 아직도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이런 모습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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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에도 비슷하게 귀감이 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 덕분에, 한참을 지긋지긋한 뉴스들에 시달리다가도 가끔씩 세상에 살만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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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자나 이 주인공이 기왕이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천사의 면모로 이미지를 굳힌 문근영 말고, 다른 사람이 그 주인공이었으면 했는데 '정답'이 다시 답으로 확인됐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아닙니다. 천사는 많을 수록 좋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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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고 뭣보다 1등한 익명의 기부천사에게만 관심을 기울이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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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코치를 비롯해 나머지 순위에 있는 분들도 기억합시다. 이런 데서도 '세상은 1등만을 기억한다'는 걸 확인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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