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것으로 오래 끌었던 600만불의 사나이-특수공작원 소머즈 시리즈를 끝맺겠습니다. 지나간 얘기들에 관심있는 분들은 왼쪽의 '추억의 외화' 폴더를 이용하시면 간편합니다.)
600만불의 사나이의 최대 강적은 역시 무적의 금성우주차였습니다. Death Probe라고 불리는 이 우주차는 본래 금성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첨단 과학을 동원해 만든 무적의 과학 장비지만 악당들의 손에 들어가 테러용 무기로 사용됩니다. 이 우주차는 상하편으로 두 번, 무려 4회에 걸쳐 스티브 오스틴을 궁지에 몰아 넣었습니다. 우주차는 어려서 먹던 스카치 캔디같이 생겼습니다.
첫번째 도전 때에는 금성과 지구의 기압차에 착안한 오스틴이 이 우주차를 높이 들어올려 파괴해 버립니다. 두번째는... 악당들이 머리가 좋아져서 이번엔 기압차이를 고려하고 만드는 바람에 공중들기 공격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기억이 안 납니다.;; 산을 이용해서 녹여버렸던 것은 기억나는데 중간 과정이 전혀 깜깜하군요.
오스틴을 위협했던 적들은 이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오스틴과 소머즈가 함께 싸웠던 유명한 에피소드 중에는 Kill Oscar라는 것이 있습니다. 76년 10월에 방송된 부분인데, 무려 3부에 걸쳐 두 바이오닉 용사들은 악의 무리들이 만든 펨보트-여자 얼굴을 한 사람과 똑같이 생긴 로보트-들과 치열하게 싸웁니다. 심지어 이들의 상관인 오스카 골드맨까지도 로보트와 바꿔치기를 당하죠.
이때 오스틴은 골드맨의 발자국이 카펫에 깊이 패이는 걸 보고 연필을 던져 봅니다. 골드맨이 밟은 연필은 산산조각이 나 버리죠. 오스틴은 이를 보고 '골드맨, 다이어트좀 해라'...가 아니고 그가 진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그와 싸우는데, 싸우는 도중에 끔찍한 광경이 노출됩니다.
얼굴 껍질이 떨어진 오스카의 모습입니다. 어려선 저 모습을 보고 비위가 상해서 밥을 못 먹었습니다. 지금 봐도 사뭇 징그럽군요. 괜히 올렸습니다.
펨보트군단의 모습입니다.
유난히 인기 높았던 펨보트. 심지어 펨보트 인형까지 나왔군요.
오스틴의 적수들이 대부분 무식했던 반면, 소머즈의 강적들은 좀 특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앞에서 어떤 분이 지적했던 슈퍼컴퓨터 알렉스도 Doomsday is tomorrow라는 상하 에피소드에서 열연했습니다. 컴퓨터 주제에 은근히 소머즈를 좋아해서 욕을 먹기도 했죠.
소머즈의 친구로 등장한 맥스도 엄청나게 인기를 끌었죠.
(팬클럽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스타 맥스)
뭐라구요? 맥스 사진이 없으니까 아무 세퍼트 사진이나 갖다 놓은 것 아니냐구요? 아니 웬 의심이 그렇게 많으십니까. 아니라는 증거를 대세요, 증거를! 세퍼트 얼굴을 구별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무튼 소머즈의 적 중에서 제게 가장 기억에 남는 적은 바로 쌍둥이 소머즈, 소머즈와 똑같은 얼굴을 했던 여성입니다. 리사 갤로웨이라는 이 악역 캐릭터는 76년 Mirror Image, 77년엔 Deadly Ringer 상하편에 출연해 소머즈를 괴롭혔습니다.
첫 등장때 갤로웨이는 소머즈와 똑같이 성형수술을 하고 골드맨에게 접근해 OSI의 기밀을 빼내려다 결국 소머즈의 바이오닉 파워에 힘도 못 써 보고 감방행을 당합니다. 두번째 등장 때에는 악당들도 똑똑해집니다. 악당 중의 무슨 박사가 아드레날린(사실 저는 이 호르몬의 이름을 이 에피소드에서 처음 들었습니다) 제제를 이용해 초인적인 힘을 내는 방법을 발견하고, 갤로웨이에게 이 약을 투입해 진짜 소머즈와 구별할 수 없게 합니다. 물론 이들은 진짜 소머즈도 바이오닉 수술이 아니라 이 약이나 또는 다른 유사한 약을 이용해 슈퍼 파워를 낸다고 생각하죠.
갤로웨이 역할은 '당연히' 린제이 와그너의 1인 2역입니다. 우리의 주인공과 주인공을 흉내내는 사회 밑바닥 출신의 여자. 극중에서 소머즈는 적들을 찾아내기 위해 갤로웨이 행세를 하는데, 이때 '좋은' 소머즈와 '나쁜' 갤로웨이를 구별하는 기준 중 하나가 흡연/비흡연이었던 걸 보면 미국도 70년대에는 지독하게 보수적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쓰다 보니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 바로 77년에 방송된 Jaime and the King이라는 에피소드입니다. 제목부터 벌써 고전 뮤지컬 영화 <왕과 나 King and I>의 냄새가 풍기죠. 여기서의 왕은 미국과 가까운 어느 중동 국가의 왕(뭐, 사우디 아라비아 말고 있겠습니까)입니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들을 데리고 사는 홀아비 왕(...중동에서 이 무슨...)이 아들의 가정교사로 미국 여자를 불러들입니다. 물론 소머즈는 왕의 신변 보호를 위해 가정교사를 가장하고 투입되는거죠.
소머즈는 이 에피소드에서 첩보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궁지에 몰리지만, 말썽꾸러기 왕자 제자 앞에서 벽에 걸린 거대한 방패를 주먹으로 쳐서 구멍을 낸 뒤 말합니다. "제가 나쁜 뜻이 있었다면 이런 힘을 갖고 순순히 물러났겠습니까?" 그리고는... 뭐 만사 해피엔딩이죠.
이 에피소드가 왜 기억에 나느냐, 바로 이런 장면 때문입니다.
이런게 기억나는 걸 보면 저는 아무래도 마냥 청순가련한 초등학생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아무튼 이것으로 기나간 600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 이야기는 마감하려 합니다. 사실 이렇게 길게 가려고 하지는 않았건만 쓰다 보면 다른 얘기가 생각나고, 또 다른 얘기가 떠오르고 해서 늘어지다 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그래도 쓰는 저 자신에겐 무척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정리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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