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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솔로. 저는 브라운관을 수놓았던 그 헤아릴 수 없는 첩보원과 액션 영웅들 중에서도 이보다 더 멋진 이름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2:8의 정교한 가르마가 인상적인 이 멋장이 첩보원은 일리야 쿠리야킨이라는 소련 출신의 스파이와 한 조를 이뤄 많은 사건을 해결했습니다.<첩보원 0011>, The Man from U.N.C.L.E 이라는 외화에 대해 쓰기 전에 솔직하게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아무리 제가 쓸데 없는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는,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습성의 소유자라고는 하지만 이 드라마가 방송될 때에는 너무나 어렸습니다.그렇다 보니 나폴레옹 솔로와 일리야의 멋진 모습은 기억이 나지만, 구체적인 에피소드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은 아무래도 드라마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 주변에 대한 것으로 채워질 것 같습니다.

시리즈 오프닝입니다.




아다시피 나폴레옹이 속해 있는 기구 U.N.C.L.E은 the United Network Command for Law Enforcement의 약자로, THRUSH(Technological Hierarchy for the Removal of Undesirables and the Subjugation of Humanity)라는 악의 단체와 경쟁관계에 있습니다.그런데 이들에 대해 우선 가장 궁금한 것은 0011이라는 숫자에 대한 것입니다. 대체 왜 이 드라마가 한국에서는 '첩보원 0011'이라는 제목으로 방송되게 된 것일까요?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이 드라마에는 0011이라는 숫자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의 구성에 이언 플레밍이 참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임스 본드의 동료들인 살인번호 소유자들은 001부터 009까지의 코드를 사용합니다. 0011이 등장했던 유일한 시리즈는 일본 만화영화인 <달려라 009>였습니다. 어린 시절, 어린이날이면 단골로 재탕해서 보여줬던 <달려라 009>의 극장판에서 0011은 쌍둥이 0010와 함께 001-009까지의 주인공들을 공격하던 전자 사이보그였습니다.  막강한 미녀 사이보그 0012와 함께 악의 편이었죠.(또 삼천포로 빠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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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0011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은 일본 사람들입니다. 직역하면 '엉클에서 온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불렸을 이 시리즈를 놓고 일본 사람들은 고민에 빠졌을 겁니다. '첩보물 하면 007'이던 시절, 처음부터 '나폴레옹 솔로'라고 해 봐야 통할 리가 없고, '엉클에서 온 사나이'라고 직역해 봐야 '삼촌에서 오긴 뭘 와?'라는 반응밖에 없었을테니, 뭔가 첩보 드라마의 냄새를 풍기게 하려면 역시 00넘버를 부여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럼 왜 하필 0011일까요? 글쎄요, 001에서 009까지는 이미 007시리즈에서 다 써 먹었고, 0010은 뭔가 이진수같고 보기에 나쁘니 모양새가 그럴듯한 0011이 된 게 아닐까...했는데 사실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예고편 동영상을 보시죠.




자, 동영상을 보시면 본부 출입을 위해 가슴에 인식표를 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에 0011의 비밀이 있습니다. 일본 위키피디아 내용의 번역입니다.


<뉴욕의 유엔 본부 가까이의 빌딩가운데에 있다.외관은 낡았지만, 내부는 최신 설비가 갖추어져 있다.멤버가 본부에 들어가려면 , 빌딩의 큰길에 접한 세탁소 지하의 비밀 출입구를 사용한다.안에 들어오면 우선 게이트의 여성 오퍼레이터로부터 역삼각형의 인식 플레이트를 받아, 가슴에 댄다.플레이트는 부문 마다 색이 달라 각 멤버의 인식 번호가 쓰여져 있다(솔로는 11, 이리야는 2).이 플레이트는, 출입마다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도포되어 이것을 모르는 사람이 미처리 플레이트를 댄 것만으로 침입하려고 하면 경보가 울린다. >

네, 이것이 0011의 정체였습니다. 이 작은 단서로부터 일본인들은 0011이라는 스파이의 번호를 만들어낸 거였군요. 이런 소심쟁이들같으니.

아무튼 이 인상적인 주인공 나폴레옹 솔로의 얼굴을 잘 보다 보면 생각나는 영화가 꽤 있습니다. 물론 이 나폴레옹 솔로 시리즈가 무려 9편의 극장용 영화로 재편집되어 상영되기도 했지만(정말 이런 면은 007 못지 않습니다), 이 나폴레옹 솔로 역을 맡았던 로버트 본의 출연작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바로 <황야의 7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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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율 브리너, 제임스 코번,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이 나온 그 <황야의 7인> 에 이 사람이 나온단 말이야?"하고 하시는 분들,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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