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병원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혹시 이게 낚시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까봐 - 이건 낚시 아닙니다. 17대 1로 악당들과 싸우다가...는 아니지만 아무튼 약간의 부상으로 집 근처 병원에 들어앉게 됐습니다.
이게 아무래도 2008 운세의 마지막 챕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연말연시라 한창 바쁠 때 혼자 쉬게 되어 여기저기에 참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게 팔자라면 받아들여야죠.^^ 어쩌겠습니까. 병상 사진이라도 찍어 올려 볼까도 했는데 뭐 흉한 모습 보여 뭘 하겠습니까.
아무튼 당부하자면, 다들 샤워하실 때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목욕탕에서 넘어져 다쳤다...는 대개 운동선수들이나 연예인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말려들었을 때 흔히 써먹는 핑계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당하고 보니 아찔합니다.
입원이긴 합니다만 별 일은 아니니 걱정들은 마시고 - 그나자나 이 부상 때문에 각종 마무리 송년회와 신년회는 당분간 힘들어질 듯 합니다. 다들 올해 마지막 주말 잘 보내시길.
제목을 저렇게 붙인 건,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은 강력한 낚시 얘기가 있어섭니다. 오래 전 제가 초등학교 담임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한 편 올려 보겠습니다. 어찌 보면 좀 무섭고 슬픈 얘기기도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6.25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서울 거리, 한 거지 소년이 있었어.
비록 거지라고는 하지만, 시절이 시절이다보니 거지지, 누가 거지가 되고 싶었겠어?
먹을 게 없어서 거지가 되긴 했지만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초롱초롱 빛나는 눈에다
잘 씻어놓고 보면 배추쪽같이 희멀걸 것 같은 얼굴의 소년이 있었어.
이 비슷한 또래의 소년들이 깡통을 놓고 다들 구걸을 하는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매일 지나다니는 할아버지가 있었어.
전당포를 경영해서 그 시절에도 따슨 밥을 먹고 사는 부자였지.
이 할아버지도 수많은 거지들 중에서 어딘가 눈에 띄는 소년을 알고 있었지.
어느날 밤, 가게 문을 닫고 집에 가던 할아버지가 괴한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쓰러졌어.
할아버지의 현금 보퉁이를 노린 거지.
괴한들은 달아나고, 혼자 거리에 쓰러진 할아버지를 그 소년이 발견하고,
병원까지 업고 뛰어가서 목숨을 구하게 된거야.
정신을 차린 할아버지는 소년을 알아보고,
'진작부터 너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내 너에게 목숨 빚을 졌구나.
이 은혜를 갚고 싶다.
혹 부모님이나 친척이 계시냐' 하고 물었어.
그런 사람이 있으면 거지로 길에 나앉아 있을 리가 없지.
소년이 고개를 젓자 할아버지는,
'그럼 우리 집으로 가자.
세끼 밥이나 먹고, 학교는 가게 해 주마.'
그래서 소년은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갔어.
마침 할아버지도 아들 내외를 전쟁통에 잃고 가정부 아줌마와 손녀딸만 함께 살던 참이었지.
소년이 들어오면서 집안은 묘하게 활기를 띠기 시작했어.
잘 씻기고 먹여 보니 예상대로 소년은 귀태 나는 미소년인데다 머리도 총명했지.
처음엔 거지라고 싫어하던 손녀딸도 한살 아래인 소년을 잘 돌보기 시작했고,
어느새 둘은 친남매 못잖게 친숙한 사이가 되어 버린거지.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둘은 어른이 됐어.
둘은 너무나 서로를 아꼈지만, 누구도 그걸 남녀감정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
그러다 나이가 찬 소녀가 선을 보고 결혼을 하게 됐어.
소년은 왠지 모를 상실감에 시달리게 됐지.
그러던 어느날, 못 먹는 술을 마시고 거리를 방황하던 소년은 문득 깨달아버렸어.
그녀를 잃으면 자기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그리고 그녀에게 반드시 이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걸.
정신을 차려보니 결혼식은 바로 내일.
미친듯이 집으로 달려간 소년은 소녀를 찾았어.
그러나 방은 텅 비어 있었지.
이방 저방을 찾아 헤매던 소년은 마침내 다락방에서 소녀를 발견했어.
소녀도 허전한 마음에 어려서 함께 소년과 함께 찍은 사진첩을 보며 추억을 되새기던 참.
이제 처녀가 된 소녀는 놀란 눈으로 숨을 헐떡이는 소년을 바라봤지.
소년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
'누나...'
소녀는 물었지.
'왜...?'
소년은 목이 메어 소리쳤어.
'누나, 결혼하지마! 난 누나를 정말 사랑해!!!'
소녀의 눈이 놀람으로 커지는 걸 바라보면서 소년은 소녀를 와락 껴안았어.
그 순간!
'우지지지직!' 소리가 소년의 머리 속 가득 울렸어.
그 소리에 놀란 소년은 눈을 번쩍 떴어.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눈앞에 있던 깡통이, 너무 세게 껴안는 바람에 찌그러져 있었던 거야."
어땠습니까? 너무 강했나요?^^
즐거운 연말, 사랑하는 분들을 이 얘기로 낚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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