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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가 2주에 걸쳐 MBC TV '황금어장'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습니다. 주제는 '너무 솔직해서 사고를 치는데 어쩌면 좋으냐'는 것이었죠. 이런 모습을 보면서 지난 10년간 권상우와 주고 받은 말들이 눈앞을 스쳐갔습니다.

물론 고민은 저렇게 설정됐지만, 진짜 고민은 다른 데 있었죠. 권상우에게 현재 최고의 악재는 자신도 밝혔듯 거짓말로 인한 이미지 악화입니다. 그는 결혼식 당시 아내 손태영의 혼전 임신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임신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는 '오삭동이'라는 비아냥이었죠.

하지만 권상우는 2주간의 '무릎팍 도사'를 통해 어느 정도 이미지 회복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저변에는 그가 약점으로 꼽은 '솔직함'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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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가 솔직담백한 성격이라는 것은 그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갈 길이 정해지면 그냥 질러 버리는 스타일이죠.

그가 25일 밤 손태영과 만나 거의 첫눈에 반하다시피 하고 그대로 밀어붙여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놓는 동안, 잠시 눈앞에 스치는 광경이 있었습니다.

6년 전, 권상우는 대전 동산중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남대 미술교육과 출신인 권상우는 교사자격증 취득을 위해 교생실습이 필수였죠. 이 학교로 가게 된 것은 친형인 권상명 선생님이 이 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중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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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정도의 스타가 교생실습을 하고 까까머리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건 당시에도 흥미로운 뉴스였기 때문에 수많은 기자들이 대전으로 몰려갔습니다. 당시에 저도 내려갔는데 학교 문 앞에 다른 학교 여학생들이 줄을 서고, 난리도 아니더군요.^ 이때 우연히 권상명 선생님과 잠시 1:1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얘기 끝에 '권상우의 여성관'에 대한 화제가 나왔습니다. 이때 권선생님은 씩 웃으면서 말씀하시더군요. "어려서부터 여자 하나를 좋아하면 다른 데를 못 보더라구요. 순정파라고 해야 하나, 한번 빠지면 다른 여자는 거들떠도 안 봐요." 권상우의 이런 성격에 대한 얘기는 서울에서도 들은 적이 있는 터라 형의 말씀에 함께 으하하 웃을 수 있었습니다.

형이 알고 있을 정도면 대전에 살던 시절의 얘기였을 겁니다. 한눈에 반해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돌진하는 스타일이라는 얘기는 권상우가 '무릎팍 도사' 이전에도 직접 여러 차례 밝힌 이번 결혼 과정과도 일맥상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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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는 손태영을 만나면서 열기구를 태우는 등 호주로 데리고 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고, 사랑을 고백했다고 했습니다. 호주의 대자연을 유난히 좋아하던 권상우의 얘기도 사실 이전에 들은 것과 거의 똑같더군요.

2006년에 만났을 때도 권상우는 '저 푸른 초원' 얘기를 했습니다. 아마 온 가족이 호주 여행을 다녀온 것이 이 무렵인 듯 합니다. "나중에 가정을 꾸리게 되면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넓은 초원에 전원주택을 지어 놓고 살고 싶다." 이때는 손태영과 아무런 관련이 없던 시절입니다. "그 넓은 초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을 차고 뛰어 놀고, 좋은 아버지로 아이들의 기억에 남고 싶다."

당시 했던 얘기와 25일 '무릎팍 도사'에서 한 얘기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보아 이런 얘기들은 갑자기 지어낸 것이 아니라, 권상우의 마음 속에 늘 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데 대한 안타까움이 가슴 속 깊이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죠. 이런 일련의 행돌들은 결국 '내 가족을 갖고 싶은 강한 열망'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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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전의 권상우는 부잣집 아들도 아니고, 군복무를 마친 뒤 서울 이모 집에 얹혀 살면서 부지런히 모델 에이전시에 자기 사진을 돌리던 꿈만 많은 청년이었습니다. 당시를 회고하던 권상우는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동네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었다. 몸이 재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헬스클럽을 등록하고 나면 밖에 나가서 먹을 점심값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을까요.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많이 먹었다. 정말 많이 먹었다. 점심을 걸러야 하니까. 그러고서 압구정동으로 전철을 타고 나가 모델 에이전시를 돌면서 혹시 일 들어온게 없나 확인했다. 대부분 그 일대에 회사들이 몰려 있어서 한남대교에서 삼성동 정도는 그냥 걸어서 돌아다녔다. 저녁에는 다시 밥을 먹으러 들어왔다."

그러다 우연히 MBC TV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 중국집 배달청년으로 등장했고, 거기서부터 권상우의 스타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립니다.

(그 무렵에 대한 얘기는 이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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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솔직해서 늘 손해'라는 말과 '거짓말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그의 모습은 상당한 불일치를 이루는 게 사실입니다. 결혼과 일련의 과정을 통해 팬클럽 급감과 CF 이탈로 10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은 것도 눈에 보이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100억원을 날린 대신 1조원을 얻었다(아들을 낳았다는 뜻)"며 활짝 웃는 권상우의 모습은 본래의 가식 없는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동안 보여준 행동들이 '가족을 사랑하는 남자'이기 때문에 치러야 했던 일들임을 시청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데에도 어느 정도 성공한 듯 합니다.

앞으로는 아마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그동안의 다소 경솔했던 행동에 어느 정도 족쇄를 채워 주는 역할을 하겠죠. 그런 면에서, "욱 할때는 아들 얼굴을 생각하라"는 무릎팍도사의 처방은 어느 때보다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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