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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를 싸고 돌던 교통사고의 망령이 끝내 구혜선에게까지 미쳤습니다. 김범이 두 차례나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이민호 김현중 김준이 모두 타고 가던 차가 사고가 났고(그 가운데도 인조인간 구준표군은 차만 다쳤을 뿐 사람은 멀쩡했습니다^), 구혜선 역시 촬영중 다이빙 사고로 액땜을 하나 했지만 끝내 교통사고로 세 바늘을 꿰메는 상처를 입었습니다.
본인의 안타까움은 말할 것도 없고, 한창 잘 나가던 KBS 2TV '꽃보다 남자' 제작진에겐 치명타가 됐을 법 합니다. 결국 방송 한 회가 못 나가게 됐죠. 2일 방송분은 급히 F4 토크쇼가 편성돼 구멍을 메우고 3일부터 다시 드라마가 재개되게 됐습니다.
반 넘게 방송된 드라마가 연기자의 부상으로 아예 방송이 못 나가게 되어 버리는 이런 '생방송 드라마'의 폐해는 이미 여러번 지적된 바 있습니다. 지난해 문근영의 부상으로 '바람의 화원' 방송이 중단됐을 때에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이번 구혜선의 부상을 '꽃보다 남자' 팀보다 더욱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누굴까요. 바로 9일부터 방송 예정인 SBS TV '자명고' 팀입니다.
과정을 지켜보신 분들은 무슨 얘긴지 충분히 짐작하실 겁니다. '자명고'는 당초 예정대로라면 '떼루아'가 끝난 다음 주인 지난 2월 23일부터 이미 방송을 시작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 차례 방송을 미뤄 3월 9일로 첫 방송이 잡혔습니다.
연기된 이유는 촬영이 미진해서가 아닙니다. 연기를 결정한 시점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30%에 육박하고 있던 '에덴의 동쪽'을 어떻게 피해 가느냐는 것이었죠. 당초 50부작으로 예정된 '에덴의 동쪽'은 54회로 연장하면서 3월3일까지 방송되는 걸로 결정됐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SBS는 '자명고'를 다시 2주 늦춰 3월9일로 첫 방송 시점을 잡은 것이죠. 여기에 당초에는 별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했던 '꽃보다 남자'가 돌풍을 일으키며 '에덴의 동쪽'을 앞질러버리자 SBS 측은 '그나마 늦춘게 다행'이라며 판단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이 무색하게 MBC는 후속작의 촬영 지연을 이유로 '에덴의 동쪽'을 다시 2회 연장, 3월10일까지 방송하겠다고 발표해버렸습니다. '자명고' 쪽에서는 첫회와 2회가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에덴의 동쪽' 결말 부분과 맞붙게 되어 버린 셈입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SBS는 다시 3월9일 시작을 포기하고, 3월10일 '자명고' 1회와 2회를 연속 방송한다고 다시 물러섰습니다.
이렇게 시작 전부터 굴욕을 당한 '자명고'에 구혜선의 부상은 또 다른 충격입니다. 사실 '꽃보다 남자' 팀은 1회 결방에 그리 타격을 받지 않은 모습입니다. 오히려 F4 멤버들의 팬들은 "잘 됐다. 배우들 얼굴이 홀쭉해졌던데 이 기회에 쉬어 가게 하라"며 성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2일 시청률이야 일시적으로 떨어지겠지만 상황이 변한게 없으니 3일에는 충분히 회복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당초 24일 24회로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던 방송이 3월30일까지 밀려가는 건 '자명고' 쪽의 악재죠. 원래대로라면 6회만 겹쳐도 될 '꽃보다 남자'와의 대결이 7회나 겹치게 됐습니다. 게다가 KBS 2TV 측이 '기왕 이렇게 된 것, 1회만 더 연장해 화요일(3월31일)에 끝내는 것으로(본래 월-화 드라마이므로) 조정하자'는 의견이라도 내놓게 되면 무려 8회가 겹쳐지는 셈입니다.
아무리 봐도 그리 아름답지는 않지만, '자명고' 팀이나 SBS 드라마국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자명고'의 제작비는 어림잡아 회당 3억원, 50부작이면 150억원 정도가 투입되는 대작입니다. 올해 SBS 드라마 중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작품인데 이런 작품이 무너지면 타격이 이만저만 아닌 셈이죠.
게다가 드라마든 예능이든, 초반의 기선 제압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대개는 1-4회 이내에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이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그 시간대에 30-40%대의 시청률을 장악하고 있는 히트작이 있는 경우, 아예 새로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의 모습을 보일 기회를 빼앗겨 버린다는 점입니다. 가끔은 1-2회, 혹은 3-4회의 재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이 유입되기도 하지만 그건 정말 드문 경우죠.
최근의 일로 예능의 경우지만 '스타킹'이 '무한도전'의 아성을 무너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건 바로 MBC의 파업이 계기가 됐죠. 평소 '무한도전'을 보아 오던 시청자 중에는 아예 '스타킹'이라는 프로그램을 단 한번도 보려고 시도하지 않은 사람도 상당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이 파업을 겪으며 사실상 결방 사태를 맞고, 이때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스타킹'을 접하게 된 시청자들 중 상당수가 파업이 끝나 '무한도전'이 정상 방송을 하고 있는 시점에도 계속 '스타킹'을 시청하게 된 겁니다.
물론 '스타킹'이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으니 가능한 얘기지만, 만약 파업으로 '무한도전'이 계속 정상적인 방송을 했더라면 그 시청자들은 여전히 '스타킹'이 무슨 내용을 방송하고 있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런데 현재 '꽃보다 남자'는 30%대, '에덴의 동쪽'은 25%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두 드라마를 합하면 55%선. 현재의 HUT(전체 가구시청률)을 감안할 때 이 시간대에 정면 승부를 벌이는 것은 약 5%의 시청자들만을 겨냥하고 첫 시위를 당기는 무모한 행동인 셈입니다.
그래서 똑같이 구혜선이 다쳐 방송이 한회 쉬게 되더라도, 3월 2일이 아니라 3월10일 방송이 결방이라면 '자명고' 팀에는 대단한 호재가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다쳐서 오히려 방송이 밀리게 됐으니 이건 엄청난 악재인 셈이죠.
아무튼 '자명고'가 묻히지 않게 하기 위해 '자명고' 팀은 정려원과 박민영의 목욕신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이 드라마의 성패는 결국 두 여배우에게 달려 있는 셈이죠.
그건 이 드라마가 유난히 '와호장룡'을 의식하고 있는 데서도 드러납니다.
'꽃보다 남자'가 끝나기 전까지 40대 이하의 절대 다수 여성팬들이 F4를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가정한다면 이 드라마가 겨냥할 수 있는 것은 전체 남성 시청층, 특히 고연령대의 시청층일 겁니다. '에덴의 동쪽'과 '꽃보다 남자'가 모두 미남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이 드라마는 두 미녀가 톱에 서 있는 점도 대조적이죠. 그런 의미에서 두 여배우가 얼마나 '와호장룡' 풍의 액션을 매끄럽게 소화해내느냐가 이 드라마를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50회 내내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최하 1-4편까지는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는 작전이 펼쳐질 겁니다. 대하사극의 경우 특히나 여기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건 그동안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죠. 과연 '자명고' 도입부가 '에덴'과 '꽃남'의 수비를 뚫고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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