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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씨의 네티즌 고소가 연일 화제입니다. 지난달부터 이외수씨는 디씨인사이드의 이외수 갤러리를 통해 네티즌들에 대한 응대 방안을 현장 중계해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뜻밖의 일입니다. 특히 몇몇 블로거나 네티즌들은 '인터넷으로 뜨더니... 이제는 네티즌을 고소하냐', '그 바닥에서 어울리면 그렇게 되는 걸 몰랐느냐'며 비난을 보내고 있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대놓고 '자기도 늘 욕설을 했으면서 왜 자신을 향한 욕설에는 이렇게 민감하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외수씨가 유명인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에 비해서는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번에 네티즌들을 고소한 사실을 놓고 이외수씨를 비판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온당한 일은 아닙니다. 그런 저런 일들에 대한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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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노털 옵하'의 이유 있는 분노

네티즌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소설가 이외수씨가 네티즌을 고소한다고 밝혀 화제다.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악플이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댓글문화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던 이씨가 이런 입장이 된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뜻밖의 일이다.

이씨는 이번 고소 대상이 된 네티즌들이 "반말지거리의 욕설과 조롱, 야비한 언사, 심지어는 부모와 아내를 들먹이며 입에도 담지 못할 성적 모욕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구나 일부 네티즌은 이씨가 사과문을 요구하자, 겉으로 보기엔 번듯한 사과문이지만 첫 글자만 떼어 읽으면 욕설이 되는 조롱으로 응수했다. 결국 이씨는 "법이 철저한 조사를 거쳐 악플러들을 엄중하게 처벌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나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이씨가 오늘날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기 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씨는 육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네티즌 용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세대의 벽을 넘어 젊은 세대와 '소통'해 왔다. "이거나 먹어라 신발쉐이", "님 좀 썅인 듯" 등 이씨의 어록이 널리 유통됐고, 네티즌들은 그를 향해 "촌철살인이 빛난다"고 찬사를 보냈다. '꽃노털 옵하(꽃미남+노털+오빠. 나이에 비해 젊고 유연한 모습이라는 칭찬)'라는 애칭도 따라왔다. 저서 '하악하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는 연예인 못잖은 인기를 누렸다. 인터넷이야 말로 그 인기의 원천이었고, '장벽 없는 비판 정신'이야말로 이씨의 가장 큰 무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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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상당수 네티즌들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이씨의 강경한 입장에 혼란을 느끼는 것 같다. 이미 문제가 된 디씨인사이드 게시판에 대해 "거기가 그런 곳인줄 몰랐느냐" "이런 사람인줄 몰랐다"며 도리어 이씨의 고소를 비난하는 네티즌들까지 상당수 있다. 하지만 이씨가 네티즌과 법정 분쟁을 벌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씨는 지난 2003년에도 한 네티즌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고 홈페이지를 폐쇄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결국 맞고소를 통해 해당 네티즌이 처벌을 받고서야 일단락됐다. 이씨는 지난달 디씨인사이드 이외수 갤러리에 올린 글을 통해 "악플러 퇴치법: 약간의 번거로움을 참고 고소해 버리면 간단히 해결된다. (중략)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상태이므로 동정은 금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이번 사건으로 인해 드러난 것은 독설과 욕설, 비판과 모욕을 구별하지 못하게 된 인터넷 댓글 문화의 폭력성이다. 한때 그런 문화를 옹호하는 것 처럼 보였던 작가 이외수마저도 이제는 그런 문화의 폐단을 공격하고 나선 것은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오늘도 인터넷에서 '반말지거리의 욕설과 조롱, 야비한 언사, 부모와 아내가 들먹여지는 욕설'을 당하고 있는 사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과연 그 일이 '나의 일'이 됐을 때에도 '표현의 자유'를 내세울 사람이 얼마나 있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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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장난 사과문입니다. 이렇게 해 놓고 좋다고 킥킥거렸겠죠.

물론 저는 이외수씨의 팬도 아니고, 지금까지 이외수씨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최근 들어 '시원시원하고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자랑하며 명성을 얻은 이외수씨가 과연 서슬이 시퍼런 80년대에는 뭘 했나 하는 생각을 하는 쪽입니다. 그분이 방송에서 하시는 말씀들도 그리 아름답게만 들리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육순의 작가(물론 요즘 기준으로 육순을 노인이라고 하는 것은 다소 낯간지러운 면이 있습니다만)에게 함부로 막말을 해 대고, 욕설을 퍼부은 자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당연히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유명인이 악플러를 고소해서 법적 처벌을 요구하면 오히려 고소한 피해자를 욕하는 기이한 세태 또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까지 수많은 연예인들은 악플러를 고소했다가도 어느새 고소를 취하해주고 마는 일을 반복해왔습니다. 악플러 고소가 더 많은 악플을 불러 온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이니, 최일선에 나가 있는 사이버 수사대 역시 수사 의욕을 잃습니다. 잡으면 다 풀어줄 걸 뻔히 아는데 굳이 잡아들이는 건 귀찮기만 할 뿐이죠.

이번에는 이외수 옹이 결코 유명인은 봉이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으면 합니다.

이외수 옹의 최근 어록입니다. 이미 꽤 알려진 내용이지만 매우 적절합니다.

악플러
대부분 제 밥벌이도 못하는 주제에 남 걱정해 주는 척 하면서 시비를 건다
그냥 내버려 두면 병적으로 같은 맥락의 헛소리를 반복한다
비열한 성정을 가지고 있어서 고정닉을 쓰지 않는다
상대편의 심기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절대로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상대가 자비심을 베풀면 자기 주장에 승복한 줄 안다
논리적인 척 하지만 개뿔, 논리의 낱말 뜻조차도 모르는 족속들이 대부분이다
언제나 무지를 갑옷처럼 장착하고 있으므로 말이나 글로는 설득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퇴치법
약간의 번거로움을 참고 고소해 버리면 간단히 해결된다
경험에 의하면 빵에 갔다와서 적어도 3년 동안은 찍소리를 못한다
그러나 3년이 지나면 다시 고질병이 재발한다
아직 인간이 되지 못한 상태이므로 동정은 금물이다
재발할 때마다 망설이지 말고 빵으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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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리고 고소당한 악플러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사실 댁들이 곤욕을 치르게 된 것은 사람을 화나게 하거나 공격하는 방법을 욕설밖에 모른 죄 때문이란 걸 좀 깨닫기 바랍니다. 조금만 똑똑했어도 겪지 않을 수 있는 일인데 말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많은 걸 느끼게 될 겁니다. 다음부터는 욕설 한마디 하지 않고도 사람을 분통 터지게 하는 법에 대해서 공부 많이 하고 돌아오기 바랍니다. 그동안은 인터넷 끊고 열심히 공부하세요. 뭐든 노력하지 않고 쉽게 하려니 이런 고난이 찾아오는 겁니다.

아, 그리고 이번 사건 진행 과정에서 나온 얘기에 따르면, 인터넷이라도 실명인 사람이 익명인 사람에게 욕하는 것과 익명으로 실명인 사람에게 욕하는 것은 천지차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계속 악플을 달고 싶으면 실명으로 전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겁니다. 물론 그럴 배짱이 있을 리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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