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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라는 것은 대개 자기의 의견을 자기 생각대로 쓸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다음 뷰와 같은 포털의 채널을 통해서 꽤 많은 블로그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열배, 백배, 천배 이상 크게 증폭시켜 세상에 던질 수 있게 됐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이런 것은 매체 종사자들의 특권이었죠. 이 특권이란 말에 주목해야 합니다. 바로 특권이란 책임 없이 손에 쥐어선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책임이란 뭘까요. 당연히 거짓말을 해선 안되고, 사실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전달해도 안 되고, 근거 없는 얘기를 해도 안 됩니다. 그런 경우라면, 커진 특권에 비례하는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바로 '큰 목소리'에 따르는 책임입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본론은 이렇습니다. 한 블로거가 자기 블로그에 '박진영의 거짓말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라는 포스팅을 했습니다. 내용인 즉 박진영이 지나치게 소위 '매스컴 플레이'에 의존하고 있으며, 많은 거짓말로 언론과 독자들을 현혹시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박진영이 비를 띄우고, 원더걸스를 띄운 것은 언론사와 결탁해서, 기자들에게 거짓 기사거리를 제공하고 그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정말 그들이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속아서 생긴 결과라는 식입니다.
그 포스팅을 보다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클릭하시면 글자가 안 깨져 보입니다.
이 글에 따르면 요즘 박진영이 하고 있는 거짓말의 예에는 대략 세가지가 있습니다(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거짓말 중에서 대표적인 세가지를 꼽은 것이겠죠). 가능한 한 원문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옮기자면 이렇습니다.
1. 원더걸스를 미국 가수(조나스 브라더스)의 콘서트 게스트로 내보내면서도 미국을 정복한 것으로 포장하고 싶어 한다.
2. 알 켈리와 인간적인 아픔을 공유한 사이라고 떠벌리게 만들었다.
3. 미국 한 블로거의 포스팅을 가져와 미국 언론 전체가 그와 원더걸스를 주목하고 있는 것처럼 꾸미는 짓도 했다. 마치 한국 어느 블로그에 싱가포르 가수와 관련된 글이 포스팅되면, 그 가수가 한국에서 최고 인기 가수로 주목받고 있다는 우습지도 않은 논리까지 가져다 썼다.
그럼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 거짓말은 좀 아리송한 부분이 있습니다. '포장하고 싶어한다'.... 프로듀서가 자신의 가수를 더 크게 포장하고 싶어 하는 것은 죄가 될 수 없죠. 가능하면 어떤 프로듀서라도, 사소한 것 하나라도 자신의 가수가 한 것이라면 크게 보이고 싶어 할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박진영이 원더걸스의 오프닝 출연과 관련해 보낸 보도자료들을 다시 살펴봐도, "...이로써 대한의 딸 원더걸스는 미국 대륙을 정복하고 톱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와 같은 구절은 발견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모든 톱스타들도 처음에는 자기보다 먼저 성공한 스타들의 오프닝에 출연하는 것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다"는 식의 의미 설명이 붙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오프닝 쇼에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아, 원더걸스가 미국 최고의 스타가 됐구나'라고 생각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기자들이 원더걸스가 '미국에서 아무개의 쇼 오프닝에 섰다'는 기사를 크게 처리하는 것은 원더걸스가 한국에서 스타이기 때문이지, 오프닝에 선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서는 아닙니다.
다음 두번째, 알 켈리와 박진영이 얼마나 친한지는 도저히 알 도리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이 부분은 쉽게 긍정하거나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자, 알 켈리 같은 거물과(알 켈리 대신에 브래드 피트라든가, 안젤리나 졸리라든가, 버락 오바마라든가, 다른 이름들을 넣어 봅시다) 친분이 있다면, 토크쇼에 나와서 그런 걸 자랑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겁니다.
이 블로거는 아마도 자랑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친분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것 같습니다. 박진영은 그동안 미국의 대표적인 대중문화계 거물들과 친분을 자랑해왔죠.
이를테면 박진영과 릴 존(21세기 초 미국 최고의 프로듀서 중 하나)이라든가,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친근한 모습을 보이는지 직접 봤다고 하더라도, 정말 이들과 아픔을 공유하고 마음속을 내보이는지는 알기 힘들죠. 그런데 문제는 그 부분에 있습니다. 박진영이 '알 켈리와 정말 친하다'고 말한다면, 그걸 반박하기 위해서는 "내가 아는데, 쟤들 실제로는 하나도 안 친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저 블로거는 대체 박진영과 알 켈리 사이의 친분에 대해 뭘 알고 있을까요? 그들이 '박진영이 주장하는 것 만큼 친하지 않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알고 있을까요?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참 궁금합니다.
세번째 거짓말에 대해서는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부분을 계속 다시 읽어보다 보면 혹시 이 블로거가 박진영과 원더걸스의 열혈 팬이고, 박진영의 안티 팬들을 조롱하기 위해 이런 낚시 포스팅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JYP 쪽에서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을 환영한다'는 포스팅을 반가워한 블로그는 그냥 우수마발의 블로그가 아니라 유명한 페레즈힐튼의 블로그(perezhilton.com)이기 때문입니다. (이 블로그가 처음 소개될 때에는 '파리스 힐튼의 블로그'라고 잘못 소개되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름이 블로그라고 되어 있으니 어쨌든 블로그이긴 합니다. 하지만 판자집도 집이고, 타워팰리스도 집이죠. 더 실감나게 하자면 유원지의 오리배도 배고, 항공모함 미드웨이호도 뱁니다. 똑같이 '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냥 다 같은 배라고 할 수는 없겠죠.
페레즈 힐튼은 한때 자신의 블로그의 하루 방문자가 800만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고, 그의 적들은 "그건 말도 안된다"고 반박한 적도 있었죠. 아무튼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누구도 그 트래픽이 엄청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았습니다.
알렉사(alexa.com)를 이용해 페레즈힐튼 닷컴의 트래픽이 어느 정도인지 살펴봤습니다. 이곳에서는 트래픽을 숫자로 보여주지는 않고, 상대평가로 등수만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사이트들의 트래픽 총량을 대략 비교할 수 있는 곳으로는 이 정도가 유력합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1위는 뭐니뭐니해도 구글. 중국의 바이두가 9위, 한국이 자랑하는 네이버는 88위에 올라 있습니다. 페레즈힐튼 닷컴은 427위더군요.
427위가 어느 정도인가 비교해보기 위해 다른 사이트들을 찾아 봤습니다. 한국의 네이트가 463위입니다. 뭐 이건 서구 이용자을 대상으로 주로 조사하다 보니 그렇다고 치겠습니다.
빌보드닷컴이나 롤링스톤스 매거진이 2000위 대에 올라 있습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 특종 보도로 최근 약진한 인터넷 뉴스 사이트 tmz.com이 450위군요. 한마디로 페레즈힐튼은 그냥 블로거가 아닙니다. 권위는 어쨌건 미국에서 16세-20세 사이 여성들이 선호하는 사이트 1위라는 보고도 있었고, 그 영향력이 어지간한 매체를 능가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성장한 그는 요즘 전국 각 라디오사에서 방송하는 신디케이트 라디오 쇼를 갖고 있고, 수없이 많은 방송에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올해는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기도 했죠. 오히려 이제는 그 자신이 셀러브리티가 된 인물입니다.
이런 사람이 원더걸스를 소개한 것과, '한국의 일개 블로거가 싱가포르의 듣보잡 가수를 소개한 것'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한다는 건 몰상식의 극치이거나, 대단한 유머감각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래서 그 블로거가 혹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괜히 내가 낚시에 걸려 농담을 진담으로 오해하고 있는게 아닌가 열심히 다시 읽어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물론 '홍보에 의존하지 말고, 진정한 실력으로 가수를 평가하자', '미디어가 하는 말을 그냥 수용하지 말고 꼼꼼하게 체크하고 감시하자' 다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말은 더욱 해롭습니다.
문제의 포스팅은 이미 4만여명이 봤고, 무려 800명이 이 글에 동의한다는 추천을 했더군요. 이 정도면 자신의 글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이렇게 무책임한 주장으로 네티즌들을 선동해선 곤란합니다. 이런 글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닙니다. 박진영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 쪽에 더 가깝죠.
p.s. 혹시 내 댓글이 왜 삭제됐나 궁금해하는 분께 대답: 같은 아이피로 여러 사람인척 하는 댓글은 사절입니다. 앞으로 댓글 달고 싶으면 한가지 닉을 이용하세요. 익명이라는 이유로 어둠 속에서 음침하게 굴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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