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의 영결식이 새벽에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한참 지나서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tvN에서 새벽 1시부터 생중계라는 자막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시작할 생각은 안 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포기하고 그냥 잠들어 버렸는데 2시30분에나 시작했더군요. 다행히 아침에 스트리밍 채널을 찾아 행사를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자막도 없고 해설도 없는 방송;; 한번 보고 뭘 쓰려니 좀 꺼려집니다만, 아무튼 중계를 못 보신 분들이나, 보시고도 기억할 거리가 필요한 분들을 위해 정리해 봅니다. 아무래도 행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정리된 내용은 별로 없을테니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행사 지켜보신 분들의 많은 지적과 수정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좀 더 남을 가치가 있는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2009년 7월7일, 미국 서부 시간 11시 로스 엔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
- 스모키 로빈슨이 다이애나 로스와 넬슨 만델라의 서한을 관객들에게 읽어줌.
로스는 "마이클은 내 인생에서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적절한 말을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중요한 부분이다. 그가 내게 그의 아이들을 부탁했으니, 나는 그들이 나를 원할 때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함.
만델라는 "남아공에서 공연하면서부터 그를 알게 됐고, 그와 점점 친근해져 나중엔 가족의 일부가 됐다. 마이클은 거인이었고, 음악계의 전설이다. 수백만 팬들과 함께 애도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음.
- 7명의 남자들이 마이클 잭슨의 관을 무대로 옮김.
- 성가대의 찬송.
- 루시어스 스미스(Lucius Smith) 목사의 추도사.
- 머라이어 캐리와 트레이 로렌즈(Trey Lorenz), 잭슨5의 히트곡 'I'll be there'를 부름. (그러나 돌고래 소리는 트레이 로렌즈의 몫...) 마지막은 캐리의 "We miss you."
아시다시피 이 노래는 캐리의 초기 히트곡이기도 하죠.
- 퀸 라티파(Queen Litifah), 추도시 낭송
-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Jesus is my love' 부름.
- 베리 고디(Berry Gordy, 전 모타운 레코드 사장) 추도
'드림 걸즈'를 통해 잘 알려진 베리 고디는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수많은 흑인 음악의 슈퍼스타들을 발굴해 키워낸 인물.
"그는 내겐 아들과도 같았다. 재키, 저메인, 티토, 말론과 함께 그를 만났을 때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는 모두 그가 특별하고 세상을 앞서가는 아이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지상에 지금까지 살았던 가장 위대한 엔터테이너(The Greatest Entertainer Ever Lived)였다."
...다이애나 로스가 모습을 보이지 않은게 좀 의외로군요.
- 마이클 잭슨 추모 비디오 상영
- 스티비 원더 등장. 간단한 스피치와 함께 "I Never Dreamed You'd Leave in Summer"와 "They Won't Go When I Go" 두 곡을 부름. 노래 도중 "Michael, why didn't you stay?" 라는 가사로 관객들을 뭉클하게 함.
- 코비 브라이언트 & 매직 존슨 등장.
브라이언트는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한 팝스타로서의 그를 기억하자. 그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있다"고 추도.
Remember the Time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한 매직 존슨(그도 MJ군요...), "그의 형 재키 잭슨과 알고 지낸지 벌써 30년이다. 그와 말론은 레이커스 홈티켓 소지자다. 그러면서 자연히 마이클과도 친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가 나를 좀 더 나은 포인트가드로 만들었다고 믿는다. 그는 흑인들에게 세상의 문들을 열어줬다. 그를 통해 흑인들은 각계에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좀 길게 추도.
Remember the Time에는 에디 머피, 이만, 매직 존슨이 나왔죠.
- 제니퍼 허드슨, 잭슨의 'Will you be there' 부름.
- 알 샤프톤(Sharpton) 목사(흑인 민권운동가). "절대 포기하지 않아서 그는 더 위대하다."
- 존 메이어, 일렉트릭 기타로 잭슨의 'Human Nature' 연주.
- 브룩 실즈 등장.
"13세때 그를 처음 만났다. 우리가 한창 여기 저기서 사진을 많이 찍히고 다닐 때, 사람들은 주로 우리를 이상한 커플, 존재할 수 없는 커플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우리에겐 우리의 관계가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우리는 동질감을 느꼈다. 가끔 나는 '난 11개월 때 데뷔했는데 당신은 다섯살때 데뷔했나? 게을러(slacker)' 라고 놀리기도 했다. 그는 가끔 내게 문워킹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나는 배우지 못했다."
"세상 사람들은 주로 그를 왕(King of Pop)이라 불렀지만, 내 생각에 그에게 알맞는 이름은 어린 왕자다. 그는 너무나 많은 명곡들을 만들었지만 마이클 잭슨이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Smile'이었다. 이 노래는 찰리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를 위해 직접 작곡한 노래였다."
1980년대, 브룩 실즈와 마이클 잭슨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염문설'의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잭슨이 성 정체성을 감추기 위해 가짜 애인이 필요한 모양이라는 소문이 떠돌았죠. 아무튼 1984년 그래미 시상식에 두 사람이 함께 등장하면서 열애설은 꽤 오래 갔습니다.
- 저메인 잭슨, 'Smile' 부름.
- 마틴 루터 킹 3세(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아들)과 누이동생 버니스 추도사.
- 셸라 잭슨 리(텍사스 주 출신 의원. 흑인 민권운동가), 잭슨의 인권 기여 추모.
- 어셔 등장, 잭슨의 'Gone too soon' 부름. 감정에 복받쳐 흐느낌.
베이비페이스의 MTV 언플러그드 라이브에서 잭슨이 부른 이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 잭슨5 시절의 추모 비디오.
- 스모키 로빈슨(Smokey Robinson) 등장.
"(Who's Loving you의 끝자락이 흐르자)네. 제가 이 노래를 만든 사람입니다. 10살때의 잭슨을 처음 봤는데 이건 10세 소년의 노래가 아니었어요. 그 나이에 그런 soul이 들어 있는 아이는 처음이었죠. 그는 세상 최고의 축복이었어요."
스모키 로빈슨은 당시 모타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가수 겸 작곡가였습니다. 로빈슨의 Who's Loving You는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리메이크됐지만 누구나 이 노래를 잭슨5, 혹은 마이클 잭슨의 노래로 기억합니다. 그만큼 탁월했던 거죠.
- 섀힌 자파골리(Shaheen Jafargholi), 잭슨5의 'Who's Loving You' 부름.
노래 끝난 뒤 "정말 감사드려요. 사랑합니다. 마이클 잭슨"이라고 코멘트.
잘 아시겠지만 얼마 전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통해 마이클 잭슨의 재림이라고 극찬을 받았던 소년 가수입니다. 이번 This is it 공연에서 설 예정이었다는군요.
- 케니 오르테가(Kenny Ortega, 공연 디렉터, 안무가)
This is it 공연을 준비하던 디렉터이자 잭슨의 사업 파트너였다고 자신을 소개. 잭슨이 얼마나 This is it 공연에 공을 들여 준비하고 있었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김.
- 잭슨의 공연을 준비하던(?) 백 보컬들이 'We are the World'를 부르며 모든 등장인물들이 무대로 올라옴. 노래가 'Heal the World'로 바뀌며 어린이 합창단이 무대를 감쌈.
- 형제들의 추도사. 잭슨의 딸 패리스(Paris), "아빠는 정말 최고의 아빠였어요. 너무 보고 싶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림.
- 루시어스 스미스 목사, 폐회 선언.
전체적으로 '대중 아티스트의 영결식'이란 느낌이 역력했습니다. 추도하기는 하되 모든 것이 엔터테인먼트의 일부라는 사실이 너무도 뚜렷했죠. 추도사를 하는 사람들도 간간이 청중들에게 웃음을 자아냈고, 퍼포먼스에 나선 가수들은 최선을 다해 노래했습니다. 어셔가 노래 막판에 울음을 터뜨렸지만, 슬픔으로 인해 노래가 끊겨서는 안된다는 프로 정신도 돋보였습니다. 팝의 제왕에겐 영결식도 훌륭한 엔터테인먼트였습니다.
압권은 잭슨가 형제들의 패션입니다. 모두 저렇게 검은 양복에 노란 넥타이, 그리고 검은 선글래스와 한 손엔 잭슨의 반짝이 장갑으로 통일했더군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제왕은 이 세상과 결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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