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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말에 볼 영화들을 고르다 보면 왠지 심각해지고 피곤해질 것 같은 영화들은 저절로 피하게 됩니다. 안 그래도 복잡하고 고민할 것 많은 세상, 극장에서 들어가서까지 힘들어 질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은 이건 그래도 봐야 할 것 같다는 작품들이 나옵니다. 지난해 본 영화 중에는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이 그랬죠. 질식할 것 같은 압제 사회에서 한 지식인과 그를 감시하는 남자 사이의 묘한 유대에 대한 영화...라는 설명만 듣고는 별로 볼 의욕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보고 나서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고 되뇌게 되는 작품이었죠.

'크로싱'을 보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병원에 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런 현실에 대해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노력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절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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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한국 영화 속의 새로운 북한, '크로싱'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막을 연 '쉬리' 이후 한국 영화에 나온 북한 또는 북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일정한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민식이 연기한 '쉬리'의 북한 특수부대 지휘관 박무영이나 송강호가 연기한 '공동경비구역 JSA'의 오경필 중사가 대표적이다. 남한이 상징하는 물질적 풍요에는 전혀 굴하지 않고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인물들로 그려졌다.
 
북한의 '자존심', 혹은 '자주성'은 종종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비쳐진다. 사사건건 강대국의 눈치를 보는 듯한 한국 정부가 주로 비굴해 보이는 반면, '우리를 건드리면 핵전쟁이 터진다'며 고개를 빳빳이 처드는 북한 정권의 모습이 시원스레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권 아래서 일반 국민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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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를 다룬 영화도 꽤 있었지만 '크로싱'과는 달랐다. '국경의 남쪽'의 차승원은 할아버지와의 편지 왕래가 없었다면 북한에서 행복하게 살았을 인물이었다. '태풍'의 장동건의 주된 분노의 표적은 그들 가족을 받아주지 않은 남한 정부였다. 그의 가족이 왜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반면 '크로싱'의 김용수는 결핵과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내의 약을 구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중국 국경을 넘어 벌목장에서 일하게 된 인물이다. 군사정권 시절 반공영화 이후로 이런 인물과 이런 북한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암시장을 방황하며 음식 찌꺼기를 주워 먹는 어린 꽃제비들의 모습, 월경에 실패한 사람들이 끌려간 수용소의 참상 또한 다른 영화에서 본 기억이 없다.

'크로싱'이 보여주고 있는 비참한 북한의 현실에 대해 탈북자들은 "햇볕정책으로 가려졌던 북한의 진실을 보여준 것은 고맙지만 실상은 영화보다 훨씬 참혹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관객의 충격을 고려해 많이 수위를 낮춘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현재 '크로싱'에 대한 대중의 낮은 관심은 북한의 인권과 굶주림에 대한 관심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해 '화려한 휴가'에 열광했던 정치권도 애써 이 영화를 외면하고 있다. 장년층에게 이 영화가 지겹게 받았던 반공교육을 연상시킨다면, 젊은 층에게는 '먼 나라 일'로 여겨지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크로싱'의 주인공을 차인표가 연기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수년간 세계를 누비며 기아 아동을 돕고 입양아 문제에 직접 몸을 던진 그가 아니었다면 오히려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동기의 순수성을 의심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나선 5만톤의 옥수수를 북한이 수령 거부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평소같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기사에 눈길이 간 건 아마도 '크로싱'을 보고 난지 며칠 안 됐기 때문일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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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 출신인 북한의 탄광 노동자 김용수(차인표)는 아내, 아들을 둔 가장입니다. 어느날 김용수는 자꾸 쓰러지는 아내가 임신중인데 영양실조와 결핵이 겹쳐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중국을 통해 약을 구해 보려던 김용수는 결국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기로 결심하죠. 하지만 불법으로 일하던 벌목 공사장을 공안이 덮치면서 가족에게 돌아가는 길은 점점 멀어집니다.

사실 영화적으로만 볼 때 '크로싱'의 완성도는 아주 높지는 않습니다. 어찌 보면 덜 영악한 영화라고 할까요, 얼마든지 더 슬프게 만들 수 있는 영화입니다. 좀 더 상업영화의 논리에 맞추려면, 이 영화는 지금보다 몇배 더 눈물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사연이나 에피소드가 좀 더 정교하게 추가될 수 있었고, 미선의 운명도 어찌 보면 너무 밋밋하게 그려졌죠. 미선에게 생기는 일로 인해 준이에게 생기는 변화도 영화상으로는 표현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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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용수의 캐릭터 구축에는 상당히 공이 들어간 반면 준이는 그저 북한 사회의 참상을 알리는 카메라의 눈 역할을 할 뿐입니다. 이런 부분이 영화의 결말에서 폭발력을 떨어뜨렸다는 '냉정한' 분석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준이의 눈이 담담하게 북한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서 좀 더 관객이 현실에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제작진은 이 영화가 어린이를 앞세운 최루성 상업영화로 보이는 걸 일부러 기피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입장이 있을 겁니다. 또 아주 사소한 부분이지만 몇몇 부분, 종교적인 문제가 언급된다는 점은 역시 흥행용 상품으로서의 이 영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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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진정성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만든 사람들이나 출연한 사람들이 이 영화의 대의에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를 느낄 수 있죠. 특히 차인표가 중국의 아들과 통화하는 장면, 눈물 콧물에 침까지 흐르는 이 장면을 보고 '저건 연기'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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