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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이 한국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비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정지훈(비)이 주연한 '닌자 어쌔신'의 미국 흥행 성적은 지난 주말까지 3000만달러 정도. 실제 제작비는 예상보다 적은 4000만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 미국내 흥행만으로 손익균형을 이루기는 조금 힘겨워 보입니다.

하지만 비에게는 막강한 아시아의 응원 세력이 있죠. 모국인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어느 정도만 밀어 주면 '닌자 어쌔신'은 시리즈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비를 주인공으로 채택했을 때부터 아시아권 흥행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일각에선 비의 출연이 결정됐을 때부터 "왜 하필 (일본의 고유 캐릭터인) 닌자 역이냐"고 불만을 드러낸 분들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생각할 때 닌자 캐릭터가 있었기에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 진출이 수월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분나빠할 일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마워할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닌자와 한국 영화인들의 인연에 대한 간략한 소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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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닌자

1676년 일본에서 출간된 『반센슈카이(萬川集海)』라는 책을 보면 일본인들에게 닌자(忍者)는 단순한 암살자나 특수요원 이상의 의미임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닌주쓰(忍術)라고 불리는 닌자의 온갖 기술과 무기 사용법, 철학을 집대성한 이 책은 닌자의 역사를 '중국 고대 복희씨와 황제 때부터'로 거창하게 잡고 있다. 일설엔 '고지키(古事記)'에 나오는 4세기의 왕자 야마토 다케루(日本武)가 닌자의 시조라고도 한다. 그는 여자로 변장하고 적진에 침투해 두 적장을 살해했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상상하는 복면 닌자는 14세기 이후 기록에 등장한다. 각지의 영주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전국(戰國)시대 들어 닌자는 전문직으로 승격됐고, 이가(伊賀)와 고가(甲賀) 지역은 우수한 닌자들의 출신지로 명성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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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후에도 도쿠가와 막부는 '정원지기'라는 뜻의 오니와반슈(お庭番衆)라는 닌자 비밀 조직을 운영했다. 피터 루이스의 『닌자 이야기』에 따르면 비교적 근세인 1853년, 페리 제독이 이끄는 미국 함대가 막부에 개항을 요구했을 때에도 닌자들이 미군 군함에 침투해 문서를 훔쳐왔다는 기록이 전한다.

화려한 전설은 현대전과 함께 막을 내렸지만 닌자들은 20세기 후반 일본 대중문화의 꽃으로 되살아났다. 한국에서는 '왜색'이란 이유로 배제됐지만 닌자가 나오는 영화들은 홍콩제 권격 액션 영화들과 나란히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모았다. 1970년대의 소니 지바, 80년대의 쇼 코스기 같은 '닌자 스타'들은 아직도 매니어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최근에는 닌자 캐릭터가 한국 영화인들의 할리우드 진출 경로 역할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상옥 감독은 1995년부터 할리우드에서 저예산 영화 '닌자 키드' 시리즈의 제작자로 성공을 거뒀고 시리즈 3편 '닌자 키드 3(3 Ninjas Knuckle Up)'은 직접 연출했다. 이병헌도 할리우드 대작 'G.I.조'에서 닌자 캐릭터를 맡았다. 정지훈(비)이 주인공인 '닌자 어쌔신'은 말할 것도 없다.

하필 왜 죄다 닌자 역할이냐는 비판도 있지만, 오히려 일본 국내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요즘 제작되는 영화의 닌자 역을 왜 모두 한국 배우들에게 빼앗기는 거냐”라는 시각이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이 동양인 소프라노들의 세계 진출 창구 역할을 해왔듯 닌자 캐릭터는 남자 배우들의 문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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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의 캐릭터는 '일본'이라는 독특한 문화권을 세계에 설명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일본을 떠올릴 때 첨단 기술이나 자동차를 생각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사무라이나 닌자를 떠올립니다. 복면과 검은 옷으로 온몸을 감싸고 칼을 들고 있는 캐릭터를 보면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닌자다'라고 속으로 중얼거릴 겁니다.

과연 한국의 문화 요소 중에서 이 정도로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 있나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깟 자객 따위, 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세계인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닌자'는 흉폭한 살인자의 이미지보다는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 히어로 캐릭터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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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닌자 캐릭터는 일찌기 문화 상품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거칠게 얘기하자면 이소룡이 너무 일찍 사망한 뒤, 그 뒤를 이은 '아시안 액션' 상품의 주도권은 일본으로 넘어갔다고 봐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 흐름을 주도한 것이 소니 지바(치바)와 쇼 코스기라는 스타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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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치바는 많은 사람들이 '킬 빌'에서 칼 만드는 아저씨 역으로 기억하고 있는 배우이지만 왕년의 일본제 액션 영화에서 단골 스타였습니다. 기억을 도와드리자면 오키나와에서 초밥 만들다 말고 우마 서먼에게 칼을 만들어주는 아저씨죠. 이 영화에서 맡은 캐릭터의 이름인 '핫토리 한조'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보디가드였던 전설적인 닌자의 이름에서 따 온 것입니다.

물론 소니 치바가 한창 때 활동하던 영화들은 국내에는 전혀 반입되지 못한 영화들이기 때문에 그가 어느 정도 알려진 것은 곽부성과 정이건의 사부 역으로 출연한 '풍운' 등 중국 무협 영화가 개봉된 뒤의 일이라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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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자 어쌔신'에 정지훈의 사부 역으로 등장한 쇼 코스기는 미국으로 진출해 미국산 닌자 영화 시리즈로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닌자 어쌔신'에 출연한 것도 당연히 그 이유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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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연기한 닌자 캐릭터 스톰 쉐도우와 정지훈이 연기한 닌자 라이조 역을 두고 혹자는 '닌자 캐릭터로 밤낮 할리우드 진출 어쩌고 해 봐야 결국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은 무술 전문 배우 역할이나 하고 말 뿐'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된 얘기는 전에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단지 동양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언어 구사 능력과 그쪽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연기력, 그리고 그 배우가 끌어들일 수 있는 관객의 규모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1950년대 미국에서 황인종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무협이든, 아니든)를 개봉한다 칠 때 과연 그 영화가 흥행성이 있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대단히 비관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배우들이 닌자 역할을 통해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봐야 할 것이고, 그 배우들이 거기서 그칠지 혹은 그 이상으로 발전할지의 여부는 그 다음에 생각할 부분입니다. 도전해 보지도 않고 '가서 닌자 역이나 할 걸 뭐하러 가'라고 말할 얘기는 아니죠. 그리고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백인 여성 관객들이 정지훈군을 보고 환호성을 지르는 광경을 머잖게 보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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