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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지난해 강호동에게 대상 개수에서 2대1로 밀렸던 유재석은 다시 우세를 회복했습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현재 연예 버라이어티 쇼의 세계가 강/유, 혹은 유/강의 천하라는 데에 아무도 이론을 제기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1년 후가 되건 2년 후가 되건 언제쯤 이렇게 두 사람이 한국 예능을 좌우하는 판도에 변화가 올 지, 누가 그런 변화를 몰고 올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거죠.
2007년 이후 지상파 3사의 예능대상 수상 판도를 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MBC KBS SBS
2007 유재석(*) 탁재훈 강호동
2008 강호동 강호동 유재석
2009 유재석 강호동 유재석/이효리
(*= 무한도전 팀 전원+이순재 공동 수상)
2007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SBS가 2007년부터 연예대상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2006년을 보자면 MBC는 유재석이, KBS는 김제동이 대상을 차지했습니다. 유재석은 2005년 KBS 연예대상을 차지했으므로 지금까지 통산 6개의 대상을 손에 쥐었습니다.
위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진정한 유/강의 양강체제가 성립된 것은 2007년 이후의 일입니다. 두 사람은 2007년 이후 9개의 대상 가운데 사이좋게 4개씩을 나눠가졌습니다. 굳이 승부를 가리자면 2개의 공동수상을 가진 유재석에 비해 4개 모두 단독 수상인 강호동이 조금 앞선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합니다만, 공평하게 따져 진정한 승부는 2010년 연말이라고 할수 있겠죠.
그럼 2010년 연말에는 상황이 좀 달라질까요?
일단 변하지 않는 것부터 보겠습니다. 강호동과 유재석은 각각 지상파에서만 매주 4개씩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서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월 : 놀러와(M, 유재석)
화 : 강심장(S, 강호동)
수 : 황금어장-무릎팍도사(M, 강호동)
목 : 해피투게더(K, 유재석)
금 :
토 : 무한도전(M, 유재석), 스타킹(S, 강호동)
일 : 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S, 유재석), 해피선데이-1박2일(K, 강호동)
참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개인별로 보면 유재석이 MBC에서 2개, 강호동이 SBS에서 2개를 하고 있습니다. 방송사별로 보면 토요일 KBS, 일요일 MBC가 강/유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죠. 전통의 '일밤'이 무너진 것이 어찌 보면 유/강의 위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새해에 달라질 부분은 그럼 어떤 쪽일까요. 일단 둘 모두 프로그램을 늘리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주 4개의 프로그램은 사실상 포화라고 할 수 있죠. 이미 두 사람 모두 '돈도 좋지만 사람이 살자' 상태입니다.
변동 가능성이 없는 쪽부터 말하자면 '무한도전'과 '1박2일'은 한동안 변화가 없을 전망입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MC들이 자신들의 간판으로 생각하는 프로그램들입니다. 유재석의 경우에는 "만약 시청률이 10% 이하로 떨어진다 해도 '무한도전'은 계속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밖에도 강호동의 경우에는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강심장'에 애착을 보이고 있고, 양쪽 모두 출연량을 줄인다면 2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송사에서 하나를 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재석은 MBC에서 2개, 강호동은 SBS에서 2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유재석이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SBS TV의 '패밀리가 떴다'에서 하차한다 하더라도, SBS에서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출연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나설 것이라는 뜻입니다. 어떤 방송사라도 강/유 중 하나를 놓친 상태에서 편성을 짜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누가 신흥 세력이 되어 유/강의 아성을 무너뜨릴까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답이 나와 있습니다. 사실 두 사람 모두 서로가 존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누가 보더라도 한 사람이 1주일에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4개를 넘기 힘듭니다.
강호동과 유재석 중 어느 하나가 연예계의 단독 지존으로 우뚝 선다 해도, 위에서 보기로 든 8개 프로그램 가운데 4개는 누군가에게 내줄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반면 두 사람이 양강으로 버티고 있으면, 그만큼 새로운 경쟁자의 유입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혼자보다 둘이 나눠 가진 상태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데에는 훨씬 좋은 건이라는 얘깁니다.
따라서 틈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언제든 좀 쉬고 싶을 때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유/강의 성장 과정에 비쳐 볼 때 차세대 주자는 누가 되건 아이들 스타들과 친분이 두터운 사람일 것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유재석과 강호동을 비롯해 현재 톱클래스를 형성하고 있는 MC군은 모두 신화/핑클/H.O.T/젝스키스 등 90년대 후반의 아이들 스타들과 깊은 친분을 쌓으며 함께 성장했죠. 그리고 알게 모르게, 이들 아이들 그룹 멤버들과 브라운관 안팎에서 끈끈한 관계를 맺어갔습니다. 이 시절의 아이들 스타들은 데뷔 이후 줄곧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성장했으므로 소위 '예능 감'이 뛰어나고 아이들 활동이 별로 없을 때에도 버라이어티 쇼의 게스트 활동으로 인기를 이어갔습니다. 다시 말해 21세기 이후의 버라이어티 무대는 이 시절의 아이들 그룹 멤버들 없이 존재할 수가 없었던 셈입니다. 그럼 그들과 가깝고, 그들에게 실력을 인정받는 사람이 최고 MC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결국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것은 '선덕여왕' 뿐만 아니라 예능계에서도 반드시 기억해 둬야 할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누가 '사람'들을 아우르며 차기 천하의 대권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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