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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예대상이 유재석의 대상 수상으로 끝났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지상파 방송사의 연예대상은 강호동/유재석의 양강 대결이었는데 KBS는 강호동에게 2연패의 영광을 안긴 반면 MBC는 다시 유재석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대상 수상자야 그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었을테고, '지붕뚫고 하이킥' 출연자들이 거의 전 부문에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을 모른 사람도 없었을 겁니다. 일각에서는 개그맨들이 배제된 시상식이라는 점을 비난하고 있지만, 올 한해 MBC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부진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부분을 고려해 볼 때, MBC 연예대상은 국내에서 진행되는 모든 연예 관련 시상식에 모범을 보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상자의 결정도 그렇지만, 자리를 지킨 참가자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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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은 이경규였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경규는 좀 묘한 입장입니다. MBC 예능의 터줏대감이자 이날 방송에서도 소개됐지만 연예대상을 역대 최다인 총 6회나 수상한 이경규. 하지만 MBC를 떠나 KBS에 자리를 잡았고, 어느새 '남자의 자격'으로 20%대 시청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남자의 자격'은 MBC의 간판 주말 예능 프로그램이자 이경규의 텃밭이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프로그램이죠.

그런 이경규가 MBC 연예대상에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은 어찌 보면 껄끄러운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MBC 연예대상은 그런 이경규를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경규 자신도 그 무대가 한때 자신의 무대였고, 지금도 그 무대가 낯설지 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더군요. 특히 이경규에게 대상 수상자 발표의 기회를 준 것은 MBC 예능의 자존심과 이경규의 아량이 빚어낸 명품 무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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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수상자로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눈길을 끈 사람은 김제동입니다. 물론 김제동은 올해 여러 차례 MBC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했기 때문에 참가 자격이 있습니다. 하지만 김제동이 받을 상이 보이지는 않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제동은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박수를 보냈습니다. (물론 KBS 연예대상에는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그것까지 참석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상 수상자라기에는 너무나 어두운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유재석은 김제동을 특별히 거론하며 "너는 웃고 있지만 나는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날 김제동의 참석과 박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듯 했습니다.

물론 다 언급하자면 끝이 없겠지만, 이혼 등 사생활로 인한 여파로 한동안 마음 고생을 했던 이경실이 이번 수상을 '복권'으로 여기며 감격이 북받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시상식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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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포함해 이날 연예대상 테이블에는 상을 받건 받지 못했건, 올해 예능 프로그램을 이끈 수많은 출연자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다른 수상자의 수상에도 다들 일어서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전체 시상식장을 감쌌습니다.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건 우리의 시상식이고, 우리의 무대다'라는 의식이었습니다. 내가 상을 받건, 내 동료가 상을 받건, 이 시상식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읽혔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식은, 영화계건 드라마건, 어떤 형태의 연기상 시상식에서도 볼 수 없던 광경입니다. 어떤 시상식이건 '내가 상을 받으면 시상식, 내가 상을 못 받으면 쳐다보지도 않을 그런 행사'라고 치부해버리는 그런 사람들에게선 절대 이런 시상식의 분위기가 나올 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는 왜 권위있는 시상식이 없을까'라고 개탄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상식도, 받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바닥, 자신들이 속해 있는 업계에 대해 '우리가 지켜 나갈 바닥'이라는 애정이 없는 한 의미를 갖기 힘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상자가 참가하지 않는다고 상을 주지 않는 시상식의 부당함'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상자가 상을 받으러 나오지 않고 경합을 벌이던 경쟁자가 박수치지 않는 시상식을 과연 누가 인정해 주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2009 MBC 연예대상은 여타 시상식의 귀감이 될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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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날 시상식에서 수상 여부와 무관하게 가장 큰 몫을 한 사람은 김구라로 꼽을 만 합니다. 이경실 이후 '김구라의 턱'은 행운의 부적 대접을 받더군요. 강호동/유재석을 향해 말한 "유재석씨, 강호동씨, 이제 '일밤'을 살리는게 어때요?"같은 코멘트도 시원하더군요. (물론 두 사람은 각각 KBS와 SBS에서 '일밤'의 경쟁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죠)

반면 마지막 순간 이경규에게 "월드컵은 이경규 아니면 안된다고 하시더니, 올해도 '일밤'에서 월드컵을 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고 물은 이혁재의 질문은 좀 무신경하게 읽혔습니다. 이경규는 이미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 그 멤버들과 2010 월드컵 기간 중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죠. 그걸 알고 그랬는지, 모르고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경우든 재미도 없고 질문 받은 사람도 난처해하는 이상한 질문이더군요. (그리고 과연 '일밤'은 이경규 아닌 다른 카드로 어떻게 2010 월드컵을 치를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장 사랑스러운 수상자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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