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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을 이틀에 걸쳐 잇달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역시 상이 참 많구나...하는 생각은 연기대상에서 극에 달했습니다. 후보가 세 명인 남자 최우수 연기상에서 후보가 3명인데 그중 윤상현과 엄태웅이 공동 수상하는 걸 보고 '이준기 혼자 빠지면 참 속상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 나서 어쨌든 하이라이트인 대상. '고현정이 시상식장에 나타나면 대상 단독수상의 가능성이 80%'라고 공언해 놓은 터라 살짝 긴장하면서 봤지만, 여자 최우수상을 김남주와 이요원이 공동 수상하면서 결과는 너무 불보듯 뻔해지더군요. 이제 남은 관심사는 고현정의 수상 소감.

결정적인 말은 살짝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아이들도 보고 있으면...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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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정의 사연을 모르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저 말 뒤로 바로 MC 이휘재는 "부모님은 언급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고현정은 "네, 전화 드려서 아마 지금 보고 계실 거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두 마디를 종합해 보면 현재 그녀와 '아이들' 사이에 놓인 상황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엄마가 상 받으러 나올테니 보라'는 말 한마디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 짧은 한마디 속에 여운으로 남게 된 거였죠.

아무튼 수상소감이 예상보다 너무 짧아 방송에 살짝 차질이 왔고, 현장에서는 아마 조연출이 양손으로 허공에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엿가락을 죽죽 잡아 당기며 MC 이휘재에게 사인을 보냈을 겁니다. 그러니 '할말이 없다'는 고현정을 자꾸 마이크 앞으로 밀어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런 현장 상황 때문에 '애들' 얘기가 나올 때 고현정의 눈가에 살짝 비쳤던 물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물론 이날 고현정의 매너가 아주 칭찬받을만 한건 아니었죠. 이휘재/박예진과의 중간 인터뷰 때에는 문제의 '미친 거 아냐?'가 나올 정도로 생방송과 사석을 구별하지 못하는 발언(물론 '분장실의 강선생'에 나오는 안영미의 패러디였다지만 분위기로 볼 때 그리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이 있었고, 굳이 대상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선덕여왕의 촬영 과정이 뭐 그리 썩 좋지만은 않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는 건 여러 사람에 대한 결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애들' 발언 만큼은 기억에 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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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곱씹어 볼만한 게 전날 연예대상에서 있었던 이경실의 수상 소감이었습니다. 이경실의 수상 소감은 거칠게 요약하면 '엉엉 흑흑' 이었지만, 그 사이에 꽤 귀담아 들을 말들이 있었습니다.  '한때 다시는 이런 자리에 올라와 보지 못할 줄 알았다'는 말이 특히나.

지난해, 옛날 블로그를 쓸 때 '걸 스카우트'라는 영화의 리뷰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상당히 재미있게 본 작품이었는데, 의외로 엉뚱한 댓글이 많이 달리는 걸 보고 좀 놀랐습니다(http://blog.joins.com/fivecard/9648849). '이경실이 나와서 아예 안 보려고 했다'는 식의 댓글들이었습니다. 이 사회의 편견이라는 것이 이렇게 강한 것이었나 하는 느낌이 스치더군요.



굳이 고현정과 이경실을 함께 거론하는 이유를 모르실 분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틀 전, 고현정의 연기대상 수상 가능성과 관련된 글을 썼을 때에도 '이혼'이라는 주제로 댓글을 다는 분들이 있더군요. 물론 극소수의 정신나간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런 말을 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합니다.

고현정도 고현정이지만, 이경실의 경우에는 '그 꼴(?)을 당하고도 나와서 웃기려고 하느냐'는 이상하게 비틀린 사람들의 꼬투리 잡기가 정말이지 너무나 잔혹하게 여겨졌습니다. 물론 김미화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고, 앞으로 정선희가 또 겪을 일들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여운이 남는 수상수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그렇듯 앞으로 다시 보고 싶은 광경은 아닙니다. 과연 언제쯤 이런 편견이 사라질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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