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MBC TV '놀러와'에 출연한 탤런트 김바니가 자신의 IQ가 153이라면서 "멘사 회원 제의를 받았다"고 얘기한 것이 시작입니다. 그런데 멘사라는 곳은 회원이 부족해서 회원 확보를 위해 우수 영재를 영입하는 기관은 아닙니다. 지원자들을 테스트해서 그중 기준치가 넘는 지능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는 곳이죠.
아니나 다를까, 며칠 되지 않아 국제 조직인 멘사의 한국 지부인 멘사 코리아에서 공식 성명을 내놨더군요. "김바니에게 가입 제의를 한 적은 없다"고 말입니다. 여기에 김바니 측은 "아는 사람들로부터 가입해 보라는 권유를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는데, 방송을 재생해 보면 분명 김바니가 한 말은 "멘사 회원 들어오라는 연락도 왔었어요"입니다. 이건 지인들이 "한번 지원해보라"고 권유했다는 말로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이미 몇해 전, 한국 사회는 학력 위조 파문으로 몸살을 겪었습니다. 특히 매일 TV에서 보는 유명인사들과 인기 연예인들 가운데에도 학력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부풀린 분들이 적지 않았죠. 물론 대부분 그 타격에서 벗어났지만 아직도 그 여파를 겪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분들이 당초 생각보다 쉽게 용서받은 데에는 '나 같아도 그랬을 지도 모른다'는 사회 분위기가 상당히 작용한 듯 합니다. 누구나 유명해지고 싶고, 조명을 받으면 실제보다 뛰어나게 보이고 싶고 한 법이죠. 그러다 보니 사소한 부분에서 과장을 하게 됩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학력이고, 그 다음에 흔한 건 IQ죠. 학교 성적은 곧바로 검증이 될 수 있지만 IQ는 꽤 높다고 주장한다 해서 문제가 될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명문대 출신이라고 하면 '공부만 잘 하지 끼는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지만 IQ가 높고 학교 성적이 그저 그렇다면 '뭔가 특이한 천재'의 이미지를 심어 줄 수도 있죠.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높은 IQ를 가졌다고 인정됐던 연예인 가운데 멘사 가입 같은 공식적인 인증 절차를 거친 사람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150이라고 하건, 170이라고 하건 사실 이걸 확인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IQ 테스트가 토플 토익 점수처럼 입학이나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IQ가 430이라는 분도 유명해집니다.
물론, 현재까지 높은 IQ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 높은 IQ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연예인보다는 다른 직업을 택하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사실이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다만 그게 홍보 요소가 된다는 게 참 씁쓸한 뿐입니다. 사실 방송에서 IQ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윤하가 IQ가 높아서 노래를 잘 한다거나, 타블로가 스탠포드를 나와서 랩을 잘 한다거나, 김태희가 서울대를 나와서 연기를 잘 한다거나, 이런 설명들이 모두 옳다고 말할 사람은 분명 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발 이번 바니의 멘사 사건을 계기로, IQ 높은 연예인들을 띄워주는 이상한 풍조도 없어졌으면 합니다. 아울러 'IQ 높은 연예인 모듬'같은 기사나 쓰는 분들도 좀 자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S. 마지막으로 우리의 86, MC몽 파이팅! (그래도 예능 IQ는 200인걸 세상이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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