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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무 생각 없이, 어쩌다 가회동 한옥촌을 가 보게 됐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아무튼 갑자기 갔더랬습니다. 물론 40년 넘게 서울에서 산 터라 그곳이 어디인지는 너무나 잘 알았지만 그리 친숙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서울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한번 가볼만 한 곳, 서울에 오래 살았지만 도대체 문화라고는 영 부족해 보이는 강남에만 사시던 분들은 특히 가볼만 한 곳입니다. 담장에 둘러싸인 집과 자그마한 마당, 그리고 담장 밖으로 보이는 날렵한 한옥 지붕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약을 판 셈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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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회동이 어디야, 하실 분도 있겠지만 사실 친숙한 동네입니다. 한창때를 누리고 있는 삼청동길을 광화문에서 북악산 쪽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한옥들이 쭉 들어차 있는 마을이 보입니다. 그쪽 언덕 위가 바로 가회동입니다.

또는 삼청동길을 내려가다가 감사원쪽으로 우회전해 넘어가는 길, 혹은 현대빌딩에서 헌법재판소 쪽으로 죽 내려가서 있는 길 양쪽이라고 표현해도 됩니다. 오래 전의 가회동은 실제로 진짜배기 한옥들이 꽉 차 있는 길이었는데 요즘은 꽤 고친 집들이 섞여 있더군요.

어찌하다가 들어가게 된 곳이 가회미술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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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와 부적을 주로 전시하는 미술관... 물론 미술관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아담한 규모지만 들어가서 쉬어갈만 합니다. 입장료가 있습니다. 3000원. 잠깐 구경하고 나면 연근차를 주시는데 그냥 차값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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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벽에는 하나 가득 부적이 붙어 있습니다. 부적들 옆에는 조그맣게 설명이 붙어 있기도 합니다. 귀신 쫓는 부적, 도둑 안 맞는 부적, 남편 잡아 놓는 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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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제일 귀여운 부적을 골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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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귀 퇴치 부적이라는데, 악귀가 과연 무서워할지, 귀여워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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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마당엔 모란꽃이 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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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 항아리 안에선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볕 드는 툇마루에 앉아 그저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심심찮은 뜰입니다.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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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꽤 큰 박물관도 있습니다만, 가회동 한옥 마을 안에는 자잘한 박물관이 한둘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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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날 찍은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가회동의 한정식집 '마라' 뜰입니다.

한옥 지붕과 잘 가꿔진 마당의 조화. 정감이 넘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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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혹은 가회동)에서 와룡공원을 지나 오르막을 타면 말바위쉼터라는 곳에 이릅니다. 본래는 여기가 막다른 길의 끝점이어서 아는 사람만 오는 곳이었죠. 이 지점은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는 야경 관람 포인트입니다. 강북 도심이 한 눈에 들어오는 호쾌한 전망이 그만이죠. 개인적으로는 남산 서울타워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 나오는 서울성곽이 아래로 죽 이어져 있습니다. 성곽을 따라 긴 계단을 내려가면 혜화동이 나옵니다. 그런데 주변을 정비한다면서 화단을 죽 만들어 놨는데 이거 영 불만입니다. 예전처럼 그냥 성벽을 노출해 놓은 게 훨씬 나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요즘 너무나 붐비는 삼청동을 잠시 멀리 하시고, 가회동 쪽으로 발길을 돌려 보시면 어떨까요. 요즘 붐이라고 해서 가회동 골목도 미어 터지는게 아닐까 잠시 걱정했는데 다닐만 했습니다.

P.S. 부산 다녀온 얘기는 다음으로 - 이거야말로 짤방 포스팅이군요.^^ 요즘 블로그에 너무 신경을 못 쓴듯 해서 저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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