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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각이 우승하고 존 박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TOP11이 TOP6으로 줄어들 때까지만 해도 예측은 전혀 달랐죠. 존 박의 우승에는 별로 장애가 없어 보였습니다. 여성 팬들의 고정 지지는 절대적이었고, 이하늘 같은 출연자들이 "어차피 우승은 존 박이 하게 돼 있어. 너희(허각, 김지수)는 꽁치같은 아이들이야"라고 농담을 던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세 번의 미션 사이에 상황이 일변했습니다. 허각은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그리고 마지막 자유 선택곡인 김태우의 '사랑비'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곡들을 누구보다 완성도있게 소화했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존 박에게는 그렇게 인상적인 선곡과 가창을 보여줄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존 박에게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였죠. 최종 자유 미션으로 왜 팝송을 부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한국어 노래와 영어 노래를 할 때의 존 박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노래 실력만으로 승부가 가려진 건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허각의 우승 드라마를 엮어낸 1등공신은 바로 제작진이죠.
첫 방송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제작진은 '누가 결승에, 누가 우승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물론 방송사 측에) 결과를 낳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울러 그런 고민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방송에 반영되기 마련이죠(물론 결과가 조작됐다거나 하는 큰일 날 상상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심지어 그런 '상상'만 하고 있어도 이상할 정도로 그런 결과가 나타납니다^^). 결국 허각의 우승은 '스타성'에 대한 '스토리'의 승리이자 전 국민에게 정의의 승리라는 만족감을 안겨줬습니다.
또 한가지는, 2위에 그친 것이 존 박에게도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겁니다. 존 박은 아주 깔끔한 패자의 모습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아쉬운 기색 하나 없이 허각의 우승을 축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겠죠. 이 결과는 두 사람 모두에게 최선으로 보여집니다.
하고싶은 얘기는 산처럼 많지만 그렇게 주절주절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어서 이만 줄입니다. 더 이상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제 쓴 칼럼으로 대체합니다.
대회가 스타를 만들까, 스타가 대회를 빛낼까. 1970년대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라면 단연 ‘대회’ 쪽에 무게가 실린다. 유럽방송연합 회원국 가수들이 국가 대항전을 펼치는 이 대회는 명실공히 스타의 산실(産室)이었다. 스웨덴의 무명 그룹이었던 아바(ABBA)도 74년 ‘워털루’로 우승한 뒤 곧바로 월드 스타의 자리에 올랐다.
80년대 이후 이 대회의 명성은 퇴색했다. 세계 팝 시장이 급속히 미국 중심으로 개편돼 버렸기 때문이다. 88년에는 캐나다 출신의 프랑스 여가수 셀린 디옹이 발군의 가창력을 뽐내며 우승했지만, 그가 세기의 디바(diva)로 성장한 것은 5년 뒤 영어로 ‘파워 오브 러브’를 발표하고 나서의 일이다. 사람들이 디옹의 프로필을 보고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기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3일 새벽 두 번째 우승자를 내놓은 노래자랑대회 ‘슈퍼스타 K’가 화제를 양산 중이다. 케이블TV로는 공전의 15%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인 가수 선발대회가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30여 년 전 ‘대학가요제’를 연상시킨다. 77년 시작된 ‘MBC 대학가요제’도 활짝 핀 것은 2년째인 78년이었다. 1회 대회의 성공으로 수준 높은 참가자가 대거 몰렸고, 그들 중 배철수·노사연·임백천·심수봉 등이 80년대 대중문화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역시 78년 출범한 TBC ‘해변가요제’도 왕영은·주병진·구창모·이치현(벗님들) 등을 배출했다. 이후 다양한 대학생 가요제가 한국 방송·가요계의 등용문(登龍門)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90년대 이후 가요계는 개인의 재능보다 기획사의 육성 능력이 중시되는 쪽으로 변했다. 대학생 가요제는 빛을 잃어 갔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스타K’의 성공은 ‘만들어진 가수’에 대한 반발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회가 앞으로 명성을 계속 유지할지도 결국 이 대회 출신의 신인들이 새로운 흐름을 이루며 가요계에 뿌리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참고로 수많은 ‘슈퍼스타K’ 도전자들이 기억해야 할 사람이 있다. 심수봉이다. 대학생 가요제 출신의 숱한 스타들 가운데 최고의 가수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대회에서 아무 상도 받지 못했다. “너무 기성 가수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슈퍼스타K’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승자는 가려졌지만 진짜 승부는 이제 시작일지 모른다.
p.s. 어쩐지 어제 허각에게서 엘튼 경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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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지막 세 번의 미션 사이에 상황이 일변했습니다. 허각은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이적의 '하늘을 달리다', 그리고 마지막 자유 선택곡인 김태우의 '사랑비'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곡들을 누구보다 완성도있게 소화했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존 박에게는 그렇게 인상적인 선곡과 가창을 보여줄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존 박에게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마이클 잭슨의 'Man in the Mirror'였죠. 최종 자유 미션으로 왜 팝송을 부르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한국어 노래와 영어 노래를 할 때의 존 박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노래 실력만으로 승부가 가려진 건 결코 아닙니다.^ 그리고 허각의 우승 드라마를 엮어낸 1등공신은 바로 제작진이죠.
첫 방송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제작진은 '누가 결승에, 누가 우승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물론 방송사 측에) 결과를 낳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아울러 그런 고민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방송에 반영되기 마련이죠(물론 결과가 조작됐다거나 하는 큰일 날 상상을 하시면 곤란합니다. 심지어 그런 '상상'만 하고 있어도 이상할 정도로 그런 결과가 나타납니다^^). 결국 허각의 우승은 '스타성'에 대한 '스토리'의 승리이자 전 국민에게 정의의 승리라는 만족감을 안겨줬습니다.
또 한가지는, 2위에 그친 것이 존 박에게도 결코 손해가 아니라는 겁니다. 존 박은 아주 깔끔한 패자의 모습으로 좋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아쉬운 기색 하나 없이 허각의 우승을 축하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겠죠. 이 결과는 두 사람 모두에게 최선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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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후 이 대회의 명성은 퇴색했다. 세계 팝 시장이 급속히 미국 중심으로 개편돼 버렸기 때문이다. 88년에는 캐나다 출신의 프랑스 여가수 셀린 디옹이 발군의 가창력을 뽐내며 우승했지만, 그가 세기의 디바(diva)로 성장한 것은 5년 뒤 영어로 ‘파워 오브 러브’를 발표하고 나서의 일이다. 사람들이 디옹의 프로필을 보고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기억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23일 새벽 두 번째 우승자를 내놓은 노래자랑대회 ‘슈퍼스타 K’가 화제를 양산 중이다. 케이블TV로는 공전의 15%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인 가수 선발대회가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30여 년 전 ‘대학가요제’를 연상시킨다. 77년 시작된 ‘MBC 대학가요제’도 활짝 핀 것은 2년째인 78년이었다. 1회 대회의 성공으로 수준 높은 참가자가 대거 몰렸고, 그들 중 배철수·노사연·임백천·심수봉 등이 80년대 대중문화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역시 78년 출범한 TBC ‘해변가요제’도 왕영은·주병진·구창모·이치현(벗님들) 등을 배출했다. 이후 다양한 대학생 가요제가 한국 방송·가요계의 등용문(登龍門)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90년대 이후 가요계는 개인의 재능보다 기획사의 육성 능력이 중시되는 쪽으로 변했다. 대학생 가요제는 빛을 잃어 갔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스타K’의 성공은 ‘만들어진 가수’에 대한 반발로 해석될 수 있다. 이 대회가 앞으로 명성을 계속 유지할지도 결국 이 대회 출신의 신인들이 새로운 흐름을 이루며 가요계에 뿌리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p.s. 어쩐지 어제 허각에게서 엘튼 경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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