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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각과 존 박의 아름다운 성공드라마가 여전히 화제입니다. M.net의 '슈퍼스타K' 시즌2를 통해 두 사람은 매주 금요일 늦은 밤마다 온 국민을 설레게 하며 열띤 경쟁을 펼쳤고, 우승자 허각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 의해 정치권 화두로도 등장했습니다.

거의 10주간에 걸쳐 시청률 10%가 넘는 프로그램에 주인공으로 고정출연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그 10%는 방송/연예/가요계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에서는 그 몇 배나 될만한 수치고, 마지막에는 거의 20%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이들 두 사람은 웬만한 신인 가수와 소속사가 약 1년 동안 죽을 힘을 다해 활동한 수준의 지명도를 얻고 정식으로 데뷔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라면 수많은 기획사들이 이들에게 문전성시를 이뤄야 정상이겠지만, 어쩐지 수많은 회사들이 은근히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과연 눈치를 본다면 이들은 누구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걸까요.



허각과 존 박의 미래를 보기 위해 가장 좋은 비교 대상은 지난해 '슈퍼스타 K' 우승자 서인국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인국의 명성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 했습니다. 우승 직후 내놓은 싱글 '부른다'는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쓸었고 연말까지 서인국은 이해 최고의 신인으로 당당히 꼽힐만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내로라할 소속사와 계약도 했죠.

하지만 지금까지 서인국의 행보를 되짚어보면 분명 지난해 연말이 최고점이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활동을 쉰 것도 아니죠. 올해 5월과 8월 미니앨범을 내놓고 활동했습니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서인국의 활동을 지상파 3사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서인국의 지상파 나들이는 아직도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KBS는 최근 '남자의 자격' 합창단 멤버로 나선 것을 비롯해 가요 순위 프로그램인 '뮤직뱅크'에도 꽤 여러번 출연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에서 서인국이 과연 얼마나 비중을 차지했는지는 보신 분들이면 다 아실 겁니다.

SBS는 '슈스케' 우승 직후 '김정은의 초콜릿'과 '강심장' 등에 출연하며 부각되는 듯 하더니 역시 올해 봄 이후 소식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5월 초, '인기가요'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져 "대체 왜 안 나오는 거냐"는 의혹의 대상이 됐죠. 정말 대단한 것은 MBC입니다. 이제껏 서인국은 MBC TV를 통해선 한번도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습니다.



이런 현상이 우연이 아니라는 건 세 지상파 채널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사실 요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 사이에선 채널의 경계가 무너진지 오래입니다. 강호동이나 유재석은 수시로 다른 채널에서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이야기를 마음대로 해 버리고, 다른 채널에서 뜬 스타를 이쪽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띄워 주는 것도 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그런 풍조에 앞장섰던 연예 정보 프로그램들에서도 '슈퍼스타K'에 관련된 소식은 찾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한국 연예계에서 최강자는 세개의 지상파 채널입니다. 어떤 영화도, 어떤 노래도 지상파 3사의 도움 없이는 히트할 생각을 접어야 합니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죠. 이런 현실의 영향인지 서인국은 지난 9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묘한 뉘앙스의 이야기를 합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슈퍼스타K'에는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 겁니다. "어릴 때부터 회사에 들어가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후 가수로 데뷔하고 싶다"는 뜻이었다는데, 과연 그렇게 했더라면 '슈퍼스타K'를 통해 얻은 엄청난 관심과 지명도를 한방에 얻을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이 발언은 어떤 뜻이든, "이제는 '슈퍼스타K'와 연결되는 것을 피하고 싶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과연 그를 지치게 한 것이 '슈퍼스타K'에 따라다니는 아마추어의 인상인지, 아니면 지상파 TV들의 외면인지도 궁금합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허각과 존 박의 미래도 사실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과연 현재 이들 두 사람에게 열광하고 있는 대중이 지상파 TV를 통해 이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없어도 지금처럼 지지해 줄 지도 의문입니다. 어쨌든 큰 변화가 없다면, 지상파 TV들은 앞으로도 '슈퍼스타K'를 통해 배출된 신인들에게 그리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지금은 '강심장' 등 몇몇 프로그램에서 섭외 제의를 하고 있지만, 이런 우호적인 분위기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사실 다른 가능성도 있습니다. 허각이나 존 박이 현재의 지상파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대형 기획사와 손을 잡는다면 그건 또 새로운 국면이 될 듯 합니다. 이를테면 SM이나 JYP, YG같은 회사들 말입니다(하긴 현재 CJ계열, 특히 M.net과 적대적 관계인 SM이 이들을 받아들인다면... 이건 또 상상하기 힘든 국면이군요^^). 물론 10대 초반부터 신인을 선발해 육성하는 것을 장기로 여겨온 이런 회사들이 이미 '머리가 굵은' 이런 거물들에게 관심을 보일지, 혹은 이런 대형 회사들이 제시하는 조건이 이미 눈이 높아진 슈퍼스타K 우승자들의 성에 찰지도 알 수 없는 일이죠.



또 하나의 변수는 CJ계열 채널들의 약진입니다. 이미 M.net은 고립된 존재가 아닙니다. 케이블 TV는 CJ계열 채널들의 독무대가 된지 오래죠. 그룹 차원에서 힘을 모은다면 TVN이나 온스타일, 올리브나 스토리온 등(온미디어도 CJ와 합병했습니다) 다양한 채널들을 통해 '슈퍼스타K' 출신들을 집중적으로 '밀어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역량을 집중한다면 지상파도 무시할 수 없는 매체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이미 국민적인 인기인이 되어 버린 허각과 존 박이 과연 프로 무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활동하게 될 것인지, 내년 이맘때에는 누가 웃고 누가 울게 될 것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KBS와 SBS는 이미 허각-존박을 어떻게 이용할지 연구에 들어간 듯 합니다만, MBC는 여전히 '위대한 탄생'에 골몰해 있는 듯 합니다.



그러는 사이, 예능 프로그램에는 다뤄지지 않던 허각이 MBC 뉴스데스크에는 등장하는 사건도 있었죠. 자사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을 홍보하기 위한 뉴스에 허각이 등장한 겁니다. '키워주지는 않으면서 우리 프로그램 홍보에는 이용한다'는 건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P.S. 이런 상황이면 '위대한 탄생'에서 발굴된 신인을 KBS나 SBS에서 어떻게 대우할지도 매우 자명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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