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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드림하이'는 판타지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리얼리티를 찾는 건 '궁'을 보면서 "한국에 왕이 어디 있냐?"고 따지는 거나, 혹은 해리 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보면서 대체 뭔 수작이냐고 따지는 셈입니다. 이 드라마의 기획자들(물론 그중에 배용준과 박진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이 '이런 학교가 한국에 있다면 어떨까' 한 상상을 드라마로 옮겨 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씩 손발이 오글거리고 세상에 이게 말이 되냐 싶은 대목이 있지만, 일단은 "어쨌든 그런 학교가 있어"라는 데서 시작하면 뭐 받아들이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1, 2회로 볼 때 이 판타지는 제법 볼만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 좋은데, 드라마는 좀 따뜻한 환경에서 찍으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보는 내내 들었습니다. 너무 선명하게 보이는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수없이 많은 장면에서 보이는 입김입니다.



동영상으로 볼 때와 캡처 화면으로 볼 때는 사뭇 다릅니다. 그리 선명하지 않죠. 입김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사진상으로는 빛의 산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분명히 입김입니다.

무용교사 이윤지의 복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기는 분명 실내- 무용연습장입니다. 아무리 바깥 날씨가 춥다지만 저렇게 입김이 나오는 곳에서 실내 활동을 하는 건 무리겠죠. 학생들을 하드트레이닝하려는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저렇게 교사들부터 솔선수범할 것까지야...

게다가 상대적으로 학생들은 두껍게 입고 있습니다.


아무튼 마구 나옵니다.

연속화면으로 보면 좀 더 선명합니다. 화면이 빛 때문에 뭉개진 것이 아님을 사진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동영상이라면 매우 선명하게 보이죠.






지난 연말 시상식에서 고현정과 문근영이, 물론 말하는 내용과 태도는 전혀 달랐지만 비슷한 취지의 지적을 했습니다. 바로 드라마 촬영 현장의 열악함에 대한 이야기였죠.

물론 가장 크게 지적되어야 할 부분은 몰아찍기와 합리적인 스케줄링이 안 되는 주먹구구식 환경입니다. 드라마가 방송을 시작할 즈음에야 많으면 5~6회, 적으면 1~2회 정도밖에 완성되어있지 않다는 건 참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집필하고 있는 작가며 연출가들조차도 '그럴 수밖에 없다', 혹은 '그게 더 낫다'고 말하는 건 더욱 놀랍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관찰해가며 드라마를 조율하겠다는 거죠. 스토리의 방향만 잡히면, 생방송으로 드라마를 내보낼 수도 있다는 결의가 넘쳐납니다.

그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촬영장에서의 연기자/스태프 혹사 역시 대단합니다. 드라마건 영화건 '세트는 춥다'는 것은 오랜 상식이기도 하고, 50~60년대 영화를 보면 겨울 장면이 아닌데도 아무데서나 입김이 나오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중견 연기자들은 "대사를 내뱉을 때 얼음을 입에 물어 입김이 나오는 걸 방지했다"고 오래된 추억담을 얘기하기도 합니다.

                (거울빛에 반사돼 입김이 선명하게 잡혔습니다.^^)

그런데 무슨 사정인지 모르지만 2011년의 드라마 '드림하이'에서도 수시로 입김이 나옵니다. 야외 신이나 극장 오디션 신에서 나오는 거야 그럴만 하다고 할 수 있지만 실내 장면에서 잇달아 입김이 눈길을 끄는 건 꼭 이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 그동안도 계속 추웠는데 위에서 말한 대로 얼음을 물고 연기하는 연기자들의 눈물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영화의 경우는 계절상 여름에 개봉하는 영화는 겨울에 여름 신을 찍고, 겨울 영화는 여름에 겨울 신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촬영장이 너무 넓어서 전체 난방을 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을 겁니다.

아무튼, 어느 쪽이든 '실내 장면에서의 입김'은 좀 보기에 민망합니다. 이건 리얼리티에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되니 말입니다.




좀 있으면 학생들이 "배용준 이사장님, 촬영장에 불좀 때 주세요"라고 항의할지도 모르겠군요.^^


P.S. 이 드라마의 오디션 장면에서 함은정과 수지가 립싱크를 했다고 비판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드라마지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비판을 한다면 음악과 연주자들의 손도 썩 잘 맞지 않던, 야외 연주 장면 때도 실내 연주장 특유의 울림이 그대로 들리던 '베토벤 바이러스'의 '핑거 싱크'가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드라마에 영향을 준 미국 드라마 '글리'의 노래 장면은 100% 사전 녹음입니다. 물론 영화 '페임'은 더 말할 것도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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