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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르'는 미국 마블 코믹스계 작품인 '토르(그래도 진짜 발음은 '쏘오르'에 훨씬 가깝죠.^^)'를 실사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부분적으로 인용한 작품은 있었지만, 본격적인 영화화는 아마 처음인 듯 합니다.

이 영화의 홍보 문구는 '지금까지 영웅들은 인간이었다. 이젠 신이다'라는 것인데... 글쎄, 영화 내용대로라면 토르는 분명히 신이 아닙니다. 만약 진짜 신이라면, 누군가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영웅들과 균형이 이뤄지질 않겠죠.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이 총출동하는 만화 '어벤저'(물론 영화로도 몇년 내로 나올 겁니다)같은 경우에 과연 다른 영웅들 중 누가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튼 이런 문제 때문에 영화는 '사실은 튜튼 신화에 나오는 신들 - 오딘, 토르, 로키 등등 - 은 신이 아니라 문명이 발달한 성계에서 온 외계인이었다는 식으로 시작합니다. 뭐 나쁘지 않습니다만, 영웅 토르가 독자적인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가기엔 너무 스토리가 빈약합니다.

제목이 왜 저런가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텐데, 사실 오늘의 주제는 영화 속에도 나오는 '목요일은 토르의 날'이라는 말입니다. 대체 왜 목요일이 토르의 날일까요?



개인적으로 이 목요일=토르의 날이라는 것은 참 흥미로운 소재입니다. 

요일의 이름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궁금하시지 않습니까? 일단 일,월요일을 보시죠.

일요일=태양의 날=sunday
월요일=달의 날 = monday

자. 여기까지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듯 합니다. 다음 다섯개의 요일 이름은 모두 별의 이름이자, 오행사상의 오행의 이름이며, 그리스-로마-튜튼 신족의 신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뜻이 전혀 혼란 없이 모두 잘 들어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화요일=불의 날=화성의 날=마르스(로마)의 날=튀르(게르만)의 날=Tuesday



마르스는 게르만 신화의 튀르와 같은 전쟁의 신이면서 영어로 화성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참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요일=물의 날=수성의 날=머큐리(로마)의 날=보탄(게르만)의 날=Wednesday
목요일=나무의 날=목성의 날=주피터(로마)의 날=토르(게르만)의 날=Thursday
금요일=쇠의 날=금성의 날=비너스(로마)의 날=프레이야(게르만)의 날=Friday

이렇게 된 겁니다. 즉, 그리스/로마에서 정해진 각 날의 이름은 그때까지 알려진 태양계 다섯 행성의 이름이자(천왕성, 해왕성, 명왕성의 존재가 알려진 건 한참 뒤의 일입니다) 신들의 이름인 것이고, 그 이름들이 로마의 게르만 정복과 함께 각각 해당하는 신들의 이름으로 '번역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그 번역의 기준이 일반적인 생각과는 조금 다릅니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각각의 주신인 주피터-보탄(오딘의 다른 이름)이 먼저 대응되어야 할텐데, 이 요일 이름의 번역을 보면 기능별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주피터는 번개의 신이므로 게르만 신화의 뇌신 토르로 연결되고, 상업의 보호신인 머큐리(헤르메스)는 곧 게르만 신화의 상업의 신인 보탄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어떤 해설을 보면 금요일이 가정의 여신인 프리그(프리가,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라-주노에 해당)에서 온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저런 원리를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엉터리 해설입니다.

그럼 마지막.

토요일=흙의 날=토성의 날=새턴(사투르누스, 로마)의 날=...=Saturday

로마 신화의 농업의 신인 사투르누스는 그리스 신화의 크로노스와 동격입니다. 모든 신들을 낳은 아버지인 셈이죠. 다른 신들에 비해 이 사투르누스(새턴)은 일찌감치 게르만 지역으로 진출해 이미 영역을 확보하고 있었던 듯 합니다. 그래서 새턴은 다른 신으로 번역되지 않고, 그냥 받아들여집니다. 

아무튼 참 신기한 것은 이런 의미가 고스란히 실린 채 동양으로 와서 일~토요일의 이름이 되었다는 것인데, 보면 볼수록 신기하게 착착 맞아떨어지는 번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론은 그래서 '목요일은 토르의 날'이라는 겁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느냐. 사실은 '토르'를 보긴 봤는데 영화에 대해서 도무지 할 얘기가 없더라는 겁니다. 뭐 줄거리는 전혀 뇌의 사용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냥 앉아서 하하 호호 보기만 하면 됩니다. 뭐 아주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냥 순진하고 열린 마음으로 앉아서 즐기고 나오면 되는 영화입니다.

라는 영화 치고는 캐스팅이 상당히 화려합니다. 나탈리 포트먼이 토르의 여친인 제인(그렇다면 토르는 타잔?) 역으로 나오는 것을 비롯해 안소니 홉킨스가 토르의 아버지인 오딘, 르네 루소가 토르의 어머니인 프리가 여신 역입니다. 그런데 워낙 영화의 성격 자체가 늘씬늘씬한 스칸디네이비언 남녀들로 가득 차야 하는 터라, 일본의 희망 아사노 타다노부는 온데간데 없고, 웬 넙데데한 동양인 조연 하나만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한다고 느끼게 됩니다(전 영화 끝나고 나서야 그게 아사노라는 걸 알았습니다). 배우들 보는 재미도 확실히 있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로 가장 큰 덕을 보게 될 배우는 토르 역의 크리스 헴스워스입니다. 최근 영화 '스타 트렉'에서 시작하자마자 죽어 버리는 커크 선장의 아버지 역('하우스'의 카메론 박사님과 부부로 나왔죠)으로 등장해 일부 훈남 마니아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던 헴스워스는 이 작품을 통해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듯 합니다. 

(그런데 3형제가 배우라니, 잘하면 볼드윈 패밀리를 제치고 헴스워스 패밀리가 뭔가 해낼 지도 모르겠군요.^^)

그렇게 해서 '케네스 브라나와 이 많은 스타 배우들이 과연 이 영화에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도 남지만, 영화 '토르'의 등장을 학수고대했을 마블 팬들이 아니더라도 입장료가 아까울 수준은 아닙니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하게 즐기시기 바랍니다. 단 3D 효과는 크게 기대할 건 못 됩니다.

P.S. 마지막으로 저번에도 한번 소개했던 영상 같은데, 무려 20여년전 영화에 나오는 '토르(?)'의 모습입니다. 엘리자베스 슈가 십대 소녀를 연기했던 'Babysitting Blues'의 한 장면이죠. 1985년 노량진의 한 다방에서 자막도 없는 비디오 테이프로 본 영화인데 신기하게 이 장면은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물론 저 토르 역의 배우가 바퀴벌레 외계인 빈센트 도노프리오라는 것은 아주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끝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개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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