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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여러번 실망하기도 하고, 책은 애저녁에 따라잡기를 포기한지 오래지만, 생각해보면 지난 10년 동안 그래도 꼬박꼬박 한편도 빼놓지 않고 영화를 따라 본 전력이 있고 보면, 그 긴 10년 세월이 마무리된다는데 하필 또 그 완결편을 외면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나서 극장을 찾으려 하는데 이놈의 처지란 천상 평일은 분주한 월급의 노예다 보니 어차피 시간은 주말이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대낮에 상영관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사실도 알게 되고, 그래서 밤도 한참을 지나 거진 자정이 다 되어서야 극장을 찾게 되었는데 이건 또 하필 3D 아닌 2D 상영관이었다는 사실을 극장 들어가서야 알아차리고, 그렇게 해서 '해리 포터' 시리즈 중 유일한 3D 작품을 2D로 보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냥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긴 했는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늘 '하리 포타아아아~~'하고 발음하는 코 없는 아저씨도 그립고, 점점 하관이 커져 가는 래드클리프 군도 왠지 이게 마지막이구나 하니까 서글프고, 세 주인공 가운데 유일하게 성장의 잔인한 손길을 벗어난 엠마 '허마이오니' 왓슨 양은 뭐 물론 금세 다른 작품에서 보게 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 시리즈에서는 마지막 보는 모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새록새록....
(죄송합니다. 갑자기 박상륭 선생이 생각나서 잠시 시도해 봤습니다. 뭐 대단한 능력이 필요한 작업은 아니었던 것 같군요. 시간만 있다면 운율도 맞출 수 있을 듯 합니다.^^)
2001년 시작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이하 '8편')'는 소설의 7번째 시리즈에서 영화화된 두번째 영화입니다. 그러니까 2011년의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해리 포터' 시리즈는 7부에 걸친 소설과 8편의 영화로 마무리되는 것이죠. 롤링 여사가 사 둔 부동산이 갑자기 지진으로 무너지지 않는 한, '해리 포터'의 새 시리즈가 나올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귀염둥이 주인공들이 다른 작가에게 놀아나게 내버려 둘 것 같지도 않으니 아쉬움이 넘쳐 나시는 분들도 더 이상의 속편은 '없다'고 마음을 비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설 시리즈로 말하자면 저는 4부 이후 소설은 포기하고 영화로 스토리를 간신히 따라잡고 있는 불량 독자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나오는 '대체 스토리가 왜 이래?'라는 의문에 대해 혹시 원작에 답이 있다면, "야 이 원작도 안 읽어보고 무식하게~"라고 성토하시는 대신 친절하게 '원작에는 이러이러하게 나와요'라고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무튼 줄거리 요약. 6편 '혼혈왕자' 이후 극에 달한 음침한 분위기는 8편까지 주욱 이어집니다. 볼드모트는 점점 더 영향력을 넓혀 가고, 스네이프가 교장이 된 호그와트는 디맨터들이 하늘에 둥둥 떠 있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침실도 없이 거의 건물 안 노숙자들처럼 피폐해 가는(아니 대체 왜? 정원외 합격자를 너무 많이 받은?) 환경입니다.
우리의 하리 포타 군은 친절한 피해자 볼드모트의 마음을 스팟 스팟 읽어 또 하나의 호크룩스(볼드모트의 영혼 조각이 봉인되어 있는 성물)가 호그와트에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위험천만한 호그와트에 몰래 침투합니다. 한마디로 영화 마지막 순간까지는 아무도 건드릴 수 없다는 주인공의 권능을 함부로 사용한 만용이죠.
어쨌든 포타군은 그 호크룩스가 마지막 호크룩스라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또 하나의 호크룩스가 늘 볼드모트의 곁에 붙어 있고, 볼드모트 외의 다른 사람은 파괴할 수 없는 가장 핵심적인 호크룩스가 또 있습니다. 원작을 보신 분들이 천지인데 뭐 이게 스포일러일까 싶지만, 아무튼 호크룩스가 파괴될 때마다 조금씩 약화된 볼드모트는 마침내 하리 포타 군과 맞대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비참한 신세가 됩니다.
아무튼 원작은 점점 더 길어지는데 영화의 길이는 한정되어 있는 탓에 5, 6 편으로 갈수록 영화만 보는 관객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지고, 그렇다고 매번 각 시리즈를 두 편의 영화로 쪼개자니 안 그래도 점점 노년으로 향해 가고 있는 래드클리프군이 머리가 벗겨지지 말라는 법도 없어 눈물을 머금고 강행군을 해야 했던 제작진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자를 건 과감하게 자르고, 키울 건 키워서 영화만 보는 관객들을 악착같이 끌고 간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의 역량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롤링 여사도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시리즈가 계속 진행중인데 영화판도 나란히 따라가고 있는 만큼 다니엘 래드클리프라는 쑥쑥 자라고 있는 배우에게 줄거리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상당한 고충이었을 듯 합니다. 지난번에도 몇몇 분들이, 연재를 시작할 때 롤링은 이미 마지막 편의 줄거리를 다 생각해 뒀다는 둥, 시리즈 7편을 보면 앞에서부터 얼마나 정교하게 그 얼개가 짜여져 있었는지 알 수 있다는 둥 하는 얘기를 하셨지만 이런 분들은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연재를 시작할 때 10년 뒤에 나올 수천 페이지 뒤의 내용을 다 고려하고 글을 썼다면 롤링은 시간여행자이거나 신의 경지일 수밖에 없겠죠. 이건 J.J 에이브럼스가 '로스트'를 시작할 때 마지막 시즌 내용을 다 고려하고 있었다는 거나 마찬가지 얘깁니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해 놓고 대략 끝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대략의 구상은 있었겠지만,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척척 아귀가 맞는 듯 한 '증거'로 보이는 것들은 유능한 작가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사실 좋은 작가들일수록 뒤에 가서 어떻게든 소용에 닿게 하기 위해서 잘 보이지 않는 각종 설정들을 초반에 '마구' 던져 놓는 경향이 있죠.)
어쨌든 긴 긴 스토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으로 이번 8편은 손색 없는 수작입니다. 뭐 '반지의 제왕'에 꽂혀 있는 분들이라면 이 정도의 스펙타클로는 '애개' 하실 수도 있겠지만 공포정치의 무대가 된 호그와트의 시각적 형상화(나이 먹은 사람으로서 1980년대의 한국 대학가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나, 2차대전 초기 히틀러의 악받친 공습에 맞서 싸워야 했던 영국인들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호그와트 공방전의 모습은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뭐 이 다음 내용은 살짝 스포일러가 됩니다. 뭐 책에는 당연히 다 써 있는 내용이고, 여기까지 읽어 보신 분들이라면 영화 줄거리가 어떻든 일단 보러 가실 분들이니 별로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튼 저는 책임 못 집니다.
롤링 여사의 성향으로 보아 아마도 결말에서 하리 포타 군이 성인이 된 뒤 소시민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건 대략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을 겁니다(아, 물론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면 말이죠). 그런데 19년 뒤라고 해 봐야 30대 후반인데 그렇게까지 파삭 늙은 모습들이라니...ㅜㅜ
언젠가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네빌 롱바텀 군이나 맥고나걸 교수가 후반 들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보상도 마지막회에 충분히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비련의 주인공 스네이프 교수의 허무한 죽음에는 참 공분을 느끼게 됩니다. 아니 그렇게 갖은 궂은 일을 다 시키고 그렇게 비참하게 죽게 한단 말입니까.
(이런 데서도 볼 수 있지만 역시 롤링 여사는 인간적으로 본받을만 하거나 함께 어울려서 즐거운 성품의 소유자는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지금도 가끔씩 많은 사람들(특히 어르신들)이 "우리도 해리 포터에 맞먹는 오리지날 스토리를 내놓고 그로 인한 엄청난 파생 이익을 따내 문화 강국이 되자"는 말씀을 하시곤 하는데, 그런 분들일수록 '돈 벌 수 있는 스토리=해리 포터와 비슷한 이야기'로 착각하시곤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 옵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좋은 인재들이 책을 써서 먹고 살 수 있게 하고, 글쓴이의 저작권이 기본적으로 보호받게 해 주고... 뭐 이런 등등의 제반 여건이 갖춰 지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긴 한데 그걸 어떻게 확보해야 하느냐고 하면 참 그 또한 어려운 문제로군요. 세월이 빨리 흘러서 당장 비싼 걸 먹고 좋은 옷 입고 큰 차에 타는 것 말고도 다양한 욕구들을 가진 세대가 빨리 어른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P.S. 몇몇 주인공들이 나이 먹으면서 무시무시하게 무너진 반면 네빌 롱바텀 군은 의외의 훈남으로 자라났더군요. 물론 8편에서는 분장으로 많은 게 커버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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