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에는 맛집이 없다는 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굉장히 비관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노력하시는 식당 주인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찌어찌 하다가 상암동까지 오시게 된 분들에게도 뭔가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정리해 본다.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핵심만 한줄씩.
그리고 모든 음식 소개는 점심 기준. 왜냐하면 그쪽이 훨씬 쓸모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I. 먼저 예약이 되고, 아마도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을 집들. 상암동에서는 예약을 받는 집이 반드시 좋은 집은 아니고, 오히려 손님이 넘쳐서 예약을 안 받는 집들도 있다. 아무튼 적절한 품위(?)를 갖춰 대접해야 할 분들, 혹은 대접을 하러 오시는 분들을 모시고 갈 집으로 추천할 만한 집은 상암동에서는 정말 귀하다.
1. 스시키노이 (폐점했다고 합니다. 이런... ㅠㅠ)
상암동의 스시를 대표하는 집. 예약을 꽤 일찍 해야 한다. 가성비는 극강.
2. 트라토리아 몰토
역시 상암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집. 예약을 꽤 빨리 하는 것이 좋다.
3. 오시오청국장
상암동의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집. 대단히 고급이라고 생각지 않을 수 있으나, 음식에 품위가 있고 맛있다. 백숙이나 보신탕도 주문하면 먹을 수 있다.
4. 교대이층집
여유가 좀 있다면 이 집에서 꽃삼겹을 인당 1인분씩만 구워서 시골된장찌개에 비벼 먹으면 좋다. 관계가 돈독해진다.
5. 문어통
해선탕을 먹을 수 있는 집. 비싸지만 국물이 좋다. 낮술까지 곁들이기 좋다.
II. 그리고 윗집들에 이어서, 예약도 되고 가격이 꽤 되는 집들. 굳이 위 리스트와 구별해 놓은 이유는 각자 상상하기 바람. 분명히 비즈니스에는 이런 집들이 필요하다.
1. 덕승재
어떤 회사건 뭘 하다 보면 한정식집이 필요할 때가 있다. 방도 있고, 가격도 그만그만. 그러나 여기에 어떤 특별한 점을 기대하면 큰일 난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상암동이다.
2. 일식 ‘실’
조용하고 방이 있다. 비싸고 고급이다. 역시 어떤 회사건 이런 식당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상암동이다.
3. 서룡
방이 있는 고급 중식당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중에선 제일 낫다. 상암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4. 창고43
어떤 회사건 고급 소고기 등심 집이 필요하다. 당연히 비싸고, 그만하면 비싼 값을 한다. 점심 메뉴도 여러가지 있다. 이 집에서 된장찌개를 먹으면 등심을 먹고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III. 그 다음은 예약을 안 받아 주거나, 예약이 필요없거나, 아무튼 좀 험블하지만 맛으로는 추천할만한 집들. (위 클라스보다 맛으로는 더 나을 수도 있다)
1. 양평막국수
jmt. 초벌구이해 나오는 닭갈비와 막국수의 컴비네이션은 극강. 점심 저녁 다 좋다.
2. 내원
카레 전문점. 신기하게도 카레 전문점인데 카레 돈까스를 안 판다. 하지만 훌륭하다.
3. 온돈부리
배꼽집 뒤에 있던 일식 돈부리 집. 사케동을 필두로 다들 괜찮다. 근처 건물로 이사.
4. 완차이면가
홍콩식(?) 완탕면을 표방하는데 족보는 잘 모르겠지만 군만두와 완탕면이 맛있다. 줄이 길다.
5. 감천양조장
다양한 종류의 한중일 퓨전식을 파는데 점심으로 가성비 높다. 저녁엔 수제맥주가 좋다.
6. 바스버거
체인점이지만 상암에선 최고 수준의 수제버거를 먹을 수 있다. 맥주도.
7. 시래기명태가
떡볶이 양념같은 소스에 명태와 시래기를 같이 볶아준다. 맛이 없기 힘들다. 역시 줄이 길다.
8. 수하동관
잘 되던 양지설렁탕의 의문의 폐점을 한 뒤 상암의 국물로 등극. 역시 체인이지만 상암에선 비교할 집이 없다.
9. 일미락
상암동에 정말 많은 삼겹살 집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 아무튼 잘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당연히 저녁에 인기가 높아 예약 필수.
10. 인칸토키친
수준급의 이탈리안. 다 좋은데 J사 건물 바로 앞에 있어서 구내식당 분위기가 될 수 있다. 예약은 필수.
11. 남강
미리 말하는데 상암동에는 맛있는 중국집이 없다. (개취) 그래도 정말 상암동에서 죽어도 짜장면이 먹고 싶어 미치겠다면 이 집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걸로 만족이 안 되면 연희동 연남동에 잘 하는 집 많다.
12. 마이클 돈까스
까먹을 뻔 했다. 맛있다. 줄도 길다.
13. 옥이네돈가스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바로 길 건너에 있다. 분식집 규모. 그런데 맛있다. 메뉴는 돈가스, 열무비빔밥, 떡볶이가 전부. 줄 길다.
14. 마마스
오죽하면 체인점이 이렇게 많이 올라올까 싶은데 상암동이라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마마스 다른 지점, 특히 순화동점에 비해서는 분명히 떨어진다.
15. 피슈마라홍탕
체인으로 알고 있는데 훌륭하다. 특히 매너와 관리상태가 여느 마라집 수준이 아님. 줄 길다.
16. 배꼽집
상암동에서 몇 안 되게 수준급 냉면을 먹을 수 있다. 단 줄 설 각오는 단단히.
17. 차림
코다리정식, 오징어정식 등이 1인분씩 일본정식 느낌으로 정리되어 나오는 집. 처음 인사하기 좋은 집. 깔끔해서 가산점.
18. 소호정
그 체인 맞다. 그런데 사골 국물 칼국수가 먹고 싶다면 정말 대안이 없다. 다만 맛은 훌륭한데 방이 아니면 매우 시끄럽다. 대화는 불가.
19. 양각도
고민하다 포함. 냉면 자체는 훌륭한데 서빙 등 운영이 미숙. 나아지길 기대.
20. 라마네 의식주 (폐점했습니다.)
가볍게 쌀국수와 반미로 한끼 해결하려고 한다면 아주 좋은 선택.
이상 상암동 내에 있는 집들. 차를 한번 타야 갈 수 있는 집들은 추후에 다시 정리해 보도록 하자. 그럼 다들 즐거운 식사가 되시길. 그리고 상암동에서 맛집 중의 맛집은 아마도 여기가 아닐지.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해서 덧붙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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