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은동아] 관련 다섯번째 일지입니다.
지나간 글들은 이쪽입니다.
[사랑하는 은동아] 1. 왜 이 드라마를 선택했나 http://fivecard.joins.com/1312
[사랑하는 은동아] 2. 좋은 예고를 만들기 위해서 http://fivecard.joins.com/1314
[사랑하는 은동아] 3. 그렇다면 화양연화는 어떨까? http://fivecard.joins.com/1315
[사랑하는 은동아] 4. 주니어, 이자인이라는 보석의 발견 http://fivecard.joins.com/1316
웹시리즈(웹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은 총 5부작으로, 이제 마지막회가 남아 있습니다. 총 50만 뷰 이상의 수치가 나왔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뜨거운 반응이라 다들 고무되어 있습니다. 격려 전화도 옵니다. 그런데 이런 반응.
"너희 예고 잘 봤다. 잘 만들었더라."
"예고? 아. '더 비기닝' 말씀이군요. 2편도 보셨나요?"
"2편은 또 뭐야. 예고가 2편이 있냐?"
"14분, 15분씩 되는 예고가 어디 있어요. 그거 5부작 웹 드라마에요. 본편 앞부분을 새로 편집한."
"응? 그게 그렇게 길었어? 5부작이면 드라마를 다 보여주는 거 아니냐? 왜 그렇게 많이 보여줘?"
어쩌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한 편을 만드는 데에는 수억원의 돈이 들어갑니다. 그렇게 비싼 콘텐트를, 방송 전에, 다른 플랫폼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인터넷으로 미리 다 보면 누가 본방을 보겠느냐'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습니다.
드라마만 그런 것은 아니었죠. JTBC 예능도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뽑아서 예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제일 재미있는 걸 예고로 보여주면 누가 본방을 보겠느냐"는 주장 때문이었죠. 이걸 방송용어로 '바레(일본말입니다. '네타바레'의 그 '바레'죠)'라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처럼 볼 거리가 널려 있는 시대에는 가장 재미있는 것이 예고로 나가야 시청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습니다. '아끼면 똥 된다'의 세상인 셈입니다.
다행히 '사랑하는 은동아'의 이태곤 감독은 사전 프로모션의 중요성을 잘 아는 분이었고, "시청자들에게 아낌없이 드라마의 고갱이를 보여줘야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에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여전히 불안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드라마의 저변을 일찍 넓혀야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대세론이 이겼습니다. 그렇게 해서 웹 시리즈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5부작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사실 JTBC는 이전부터 드라마의 온라인 선공개 사례가 몇차례 있었고, 꽤 반응도 좋았습니다. '무정도시', '우리가 결혼할수 있을까', '세계의 끝' 등이 1회 70분 분량을 미리 인터넷을 통해 선공개됐고, '밀회'도 예고편이라기엔 매우 긴 25분 분량의 압축 영상이 미리 인터넷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당연히 꽤 큰 반향이 있었고, 화제를 낳았습니다.
이번 '더 비기닝'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셈입니다. 사실 온라인의 작은 화면으로 70분 분량의 드라마를 한꺼번에 보는 것은 상당히 피로한 일입니다. 그리고 방송용 드라마와 온라인 영상의 호흡도 다르다는 점을 반성했습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이번에는 웹 드라마의 형식에 따라 5부작 시리즈가 탄생한 것입니다.
웹 드라마 제작에는 공동 연출자인 김재홍 감독이 가장 큰 기여를 했습니다. 본래 대본 순서대로 촬영된 장면 가운데 웹드라마 형식에 가장 적절할 것 같은 장면을 뽑고, 편집을 새로 해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29일 방송되는 본편을 보시는 분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드라마를 보시게 될 겁니다. 몇 장면은 웹 드라마에만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 측의 정책에 따라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은 '웹 시리즈'라는 이름을 갖고 방송됩니다. 처음부터 온라인을 목표로 제작된 콘텐트는 아니기 때문에 '웹드라마'라는 장르에 포함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뭐 운영 정책인데, 거기 맞설 이유는 없겠죠.
아무튼 시청자들이 정규 편성 시간에만 드라마를 보고 즐길 거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시청자의 환경이나 취향에 따라 콘텐트를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시청자들에게 낚싯밥을 던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렇게 다양한 스크린에서 시청자들이 콘텐트를 소비한다고 해도, 네트워크 TV의 편성 자체가 의미 없는 시대까지는 아직 좀 시간이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 본다면 현재의 월-목요일 밤 10시대나, 토-일요일 밤 10시대, 그리고 '사랑하는 은동아'가 방송될 금-토요일 밤 8시40분대 같은 시간은 오프라인 매장의 윈도우 같은 역할을 하는 시간대라고 생각됩니다. 이 시간대에 살아남는 드라마는 고전적인 시청률이 높은 작품일 수도 있지만, '나와 비슷한 다른 많은 사람들이 보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공유하게 해 주는 작품일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시간에 같은 콘텐트를 공유하고 있다는 기분(물론 SNS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그 기분을 표출할 수 있게 된 세상이죠), 그걸 위해서라도 편성 시간의 의미는 꽤 의미를 갖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금,토요일 밤 8시40분입니다.)
웹 시리즈 '사랑하는 은동아 - 더 비기닝' 1회 이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2회부터 4회까지.
사실 웹 드라마 제작의 반론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좋아. 선공개가 재미있어서 본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나머지 분량의 시청률이 높아진다고 치자. 만약 선공개의 반응이 안 좋으면 미리 공개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것 아닐까?" 뭐 맞는 얘기긴 합니다만, 그렇게 해서 망할 드라마라면 굳이 선공개를 하지 않아도 망하겠지요.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가장 빛나는 현수-은호 3인방의 떼샷. 이렇게 놓고 보면 참 캐스팅 잘 됐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뿌듯)
다음엔 전체적인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이 드라마에 현수/은동이만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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