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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미친 것 같습니다.

 

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아무튼 늦었지만 아직 하나밖에 안 지나갔군요. ^^;;

 

나머지 추천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10만원으로 즐기는 2월의 문화가이드

 

1년 중 가장 짧은 달, 2월이야. 그래도 문화적으론 꽤 풍성한 달이지. 직장인들은 설 연휴에 목돈이 빠져나가 여유가 없을 수도 있지만, 학생들은 세뱃돈을 받아 풍성해졌을 테니 문화생활의 갈증을 한껏 풀어 보도록.

2월의 음악 공연 중에는 세계 정상급 솔리스트 두 사람이 참여하는 공연들이 눈길을 끄네. 바로 하피스트 라비니아 메니에르와 플루티스트 엠마누엘 파후드야.

 

14. 발렌타인데이.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로맨틱 라흐마니노프에 라비니아 메니에르가 나와.  연주할 곡은 모짜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메니에르는 몇해 전 화제가 됐던 다큐멘터리 라비니아의 귀향주인공이야. 네덜란드로 입양 간 한국인의 핏줄이지. 태어나자마자 해외로 입양을 보낸 처지에 굳이 한 민족이니 뭐니 하는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생김새가 비슷한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게 인지상정. 물론 연주력도 극강이니 믿어 봐.

 

이날의 메인 곡은 스테판 애즈베리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 피아노 협주곡이 아니라 교향곡 2번이야. B 2만원 추천.

 

22일 공연은 엠마누엘 파후드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이란 제목이야. 한 번에 안 외워지지? 엠마누엘 파후드는 22세에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플루티스트로 뽑혔다는 천재야. 그 뒤에도 플루트의 세계에선 최고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이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많겠지만,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 중에서 바로크 음악에 특화된 사람들이 모여 만든 유닛이야. 더 설명이 필요할까?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을 비롯해 텔레만의 플룻 협주곡 등 친숙한 곡들을 연주해. 아마 연주의 정교함으로는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협연이라고 생각해. 3만원짜리 C석도 있긴 한데 형편에 따라 B 5만원까진 써도 아깝지 않을 듯.

 

이번엔 국악 차례. 국립극장에서 19일부터 23일까지 공연되는 창극 숙영낭자전이야. 숙영낭자전은 신재효가 기존의 판소리 열두마당을 여섯마당으로 정리한 뒤로 판소리 사설이 전해지지 않아. 그래서 고전소설 숙영낭자전을 창극으로 개작한 작품이지.

 

달오름극장은 그리 크지 않으니 2만원짜리 A석이 목표인데 할인행사가 많아서 잘 찾아보고 가길 권해. ‘이름이 숙영인 분은 50% 할인같은 것도 있어.

 

 

공연에 돈을 많이 썼지만 아직 할 일은 많아.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선 117일부터 316일까지 박수근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려. 고인의 작품 90여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건 상당히 뜻깊은 일이라는군. 또 국제갤러리에선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영국 화가 줄리언 오피의 개인전을 323일까지 개최해. 참고로 이 두 전시는 무료.

 

 

책은 그동안 소설 위주로 추천했는데 이번엔 흥미로운 역사+심리분석서를 한권 소개하려고 해. 나시르 가에미가 쓴 광기의 리더십(A first-rate madness)’.

 

제목을 보면 히틀러나 스탈린이 제일 먼저 생각날텐데, 물론 히틀러에 대한 내용도 있어.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링컨, 처칠, 간디 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영웅으로 대접받는 위인들이야.

 

저자는 각 인물들의 삶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이 사람들이 정상인에 비해 상당히 심각한 정신병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해. 가장 자주 등장하는 병은 조증과 우울증인데,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가에미는 이런 병증들이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데 상당히 필요한 자질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예를 들면 조증 환자는 전쟁처럼 긴장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고도의 집중력과 함께 탁월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지칠 줄 모르고 일하는 타입이라는 거지. 물론 다 좋다는 건 아냐. 예를 들어 2차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처칠에 대해 그는 하루에 100개의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런데 그중 4개 정도만 쓸만하다고 비아냥거렸다는 일화도 소개하고 있어.

 

사실 자신의 판단 한번에 수백만, 수천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자리에 있다 보면 제정신일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어. 그래서 어쩌면 지도자를 고를 때도 너무 반듯하고 흠 없는, 모범생만을 고집할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야.

 

2월은 금세 지나가. 3월에 만나.

 

14일 로맨틱 라흐마니노프                                               B 2만원

22일 엠마누엘 파후드와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                     B 5만원

19~23일 창극 숙영낭자전                                                B 2만원

국제갤러리 줄리언 오피전                                                 무료

가나인사아트센터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                         무료

나시르 가에미, ‘광기의 리더십                                       16000원 선

합계                                                                      106000

 

 

 

 

줄리언 오피는 제가 좋아하는 화가라 좀 사진이 편향되게 많이 들어갔습니다. 위에 보시는 이 블러의 앨범 재킷도 오피의 작품이죠. 또 한번 보면 처음 보는 작품도 그 사람의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맨 위에 있는 그림의 제목은 '신사동을 걷다'. 따지고 보면 한국과 무관한 사이가 아닙니다.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빌딩(구 대우빌딩)에 걸렸던 작품 '군중'도 유명하죠. 저 동그란 머리가 바로 오피의 상징입니다.

 

 

 

일본 오모테산도 힐즈를 장식한 벽화들도 딱 보면 그의 작품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추천해놓고 제가 서울 전시를 못 가보고 있다는 ㅜㅜ)

 

에마누엘 파후드는 유튜브에서 검색해 보시면 수없이 많은 공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곡 제목인 쉬링크스(Syrinx)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명을 받은 헤르메스가 천개의 눈을 가진 괴물 아르고스를 잠재우기 위해 만들었던 피리의 이름이죠. 당대의 '피신'으로 통하는 파후드에게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물론 이번 공연의 색채와는 좀 다른 곡이지만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골랐습니다.

 

베를린 바로크 솔리스텐과의 협연도 자료가 있군요. 바흐 관현악모음곡 2번(BWV 1067) 중 7곡 바디네리입니다.

 

 

 

(제목만 보고 뭐야 하시는 분들, 들어 보시면 다 아시는 그 곡입니다.^^)

 

 

 

라비니아 메이에르의 영상을 찾아 보면 필립 글래스의 곡만 나와 좌절하시는 분들이 있을 법 합니다(개인적으로 필립 글래스는 공포의 대상...). 몬테베르디의 바로크 곡 연주를 들으시면 기분 전환이 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웃자는 내용. 파후드는 흔히 이런 모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드물지 않다는 거. (찾아보시면 더 심한 모습도 많습니다.)

 

남자도 사진빨, 크게 작용합니다.

 

그럼 늦은 2월 인사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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