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 대성당의 명물이라면 역시 히랄다 Giralda 탑이다.
높이 105m. 38층이라고 표기되는 히랄다 탑은 느낌 그대로 아랍 문화의 유산이다.
어쨌든 유럽에서도 크기로 손꼽히는 대성당의 상징이 됐고, 산지가 적은 안달루시아의 대평원에서 수백년 동안 멀리 멀리까지 그 종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고 있다.
38층이라는 말에 다소 긴장했지만 다행히 층고가 그리 높지는 않다.
여름에 올라간 사람들은 퍽 고생을 했을 거란 생각. 아무튼 도전. 오늘의 입장객수가 곧바로 표시된다.
계단이 아니라 네 면을 따라 비스듬히 경사면을 오르게 되어 있다.
계단이 없는 이유는 단 하나. 왕이 말을 타고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말이라면 좀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올라가며 짬짬이 창밖을 내다 본다.
역시 성당의 명물 중 하나인 오렌지 나무 정원. 파티오 같은 게 아니라 그냥 파티오다. 내놓고 이슬람 양식.
조금씩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성당의 지붕을 통과하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재미가 있다.
거의 다 올라왔다.
마침내 정상. 시원한 바람이 분다.
산지가 없다는 게 실감날 정도로 일망무제의 평원이 펼쳐진다.
알록달록 예쁜 건물들. 문득 장난을 쳐 보고 싶다.
이렇게.
뭐 다른 쪽도.
정말 예쁜 거리다.
오렌지 정원도.
정말 모형처럼 보인다.
세비야 대성당의 지붕. 용의 등뼈와 날개를 봉인한 듯한.
거대한 소음과 함께 날개를 펼치고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상상.
런던의 상징 중 하나인 세인트 폴 성당을 건설하던 크리스토퍼 렌이 지붕의 무게 때문에 고민했다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이 세비야 대성당도 마찬가지. 지붕 쪽에 실리는 하중을 분산해 주기 위해 세워진 보조 기둥들의 위용이 인상적이다.
멀리 투우장이 보인다.
그 부근에 밤에 플라멩코를 보기로 한 공연장이 있다.
탑에서 내려가 오렌지 정원으로.
어쩐지 회랑에 악어가 매달려 있다. 무슨 사연일지.
오렌지 나무 사이로 정상이 보인다.
정상의 바람이 느껴지는 듯.
저 꼭대기의 여인상은 '왕자의 문' 앞에 있는 여인상과 같은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한번.
성당에서 오렌지 정원으로 나오는 문.
'수태의 문' Puerta de la Concepción 이라고 해석해야 할 듯 하다.
그냥 이해의 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하지만 이 성당은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것이고 보면.
(영어의 컨셉션에 그런 뜻이 있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성당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히랄다 탑과 성당의 지붕에게.
안녕.
성당을 나서 동쪽으로 담을 돌아가면 알카자르가 나타난다.
한번쯤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1. 유료다. 2. 민박집에서 "그라나다에서 오시는 길이면 실망하실 거에요. 안 보셔도 돼요"라는 말을 들은 뒤였다. 굳이 알함브라를 보고 와서 다시 이슬람 양식의 정원을 보고 싶진 않았다.
어쨌거나 담벼락은 멋지다.
담벼락이 끝나는 곳에서 산타 크루즈 지역이 시작된다.
세비야의 구 시가 지역. 좁다란 골목길 속에 알록달록 칠해진 다양한 가게와 건물들이 빼곡 들어찼다.
골목 골목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흔적과 관광객을 맞이하는 구역의 구별이 없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비야를 찾은 사람들이 이곳의 정취를 얘기하는 이유를 알 듯 하다.
장난감처럼 알록달록한 색으로 칠해진 골목이 마냥 예쁘다.
사람 사는 모습을 한껏 보여주는 동네다.
물론 다들 속으론 먹고 살기 바쁘겠지만.
마돈나가 왔다 갔다는 산 마르코 San Marco 라는 맛집.
소개는 받았는데 별로 뭘 시켜 먹어 보고 싶진 않았다. 마돈나가 별거냐.
그보다 더 원래부터 유명하다는 Bodega Santa Cruz 라는 식당.
뭐 그리 끌리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정작 들어간 집은 이 집. 이름은 La Catedral.
나중에 다시 나온다.
이렇게 히랄다 탑과 산타 크루즈를 헤매고 다녔다.
마지막으로 느낌이 좋았던 종탑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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