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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탄다(五反田)은 훈독과 음독이 섞여 있어서 일본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좌절감을 느끼게 하는 지명이라고 들었을 뿐, 거기 뭐가 있는지 알 일이 없었다. 한번 이쪽에 호텔을 잡으려 했더니 밤에 좀 시끄러울 수 있다고 해서 피한 정도. 

그런데 육식 대가들께서 이 동네가 의외로 맛집이 많다고 하심. 직장인들이 많아서 점심 먹으러 오기 좋은 곳인가? 아무튼 육타 오너 이남곤 셰프의 '인생 함박스텍'이라는 추천을 듣고, 불원천리 달려왔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이렇게 생긴 입구. 바로 왼쪽에 대기석이 넉넉하게 확보되어 있는 것이 '우리는 줄 서는 가게'라는 자부심을 돋보이게 한다. 

(야외 좌석 아님)

메인은 누가 뭐래도 함박스텍. 와규 100%를 자랑하는 집이다 보니 함박스텍과 비프 스테이크의 병합 상품도 여러가지 눈에 띈다. 평소같으면 병합 상품에도 관심을 가질만 하지만, 이른 저녁 예약이 기다리고 있는 터라 눈물을 머금고 함박스텍만 시키는 것으로. 

그런데 일행은 3명인데 이 식당의 함박스텍 종류는 4가지다. 

"그래도 네개 다 시켜봐야겠죠.?"

"그럼요."

대강 이런 분위기. 아주 작지도, 아주 크지도 않은, 딱 맛집 사이즈. 

먼저 샐러드를 준다.

뭐.... 샐러드다. 

가장 먼저 나온 1호. 철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다. 체다 치즈를 얹은 함바그와 데미그라스 소스라는 정통의 조합. 가지, 당근, 구운 감자, 매쉬드 포테이토, 머리 뗀 숙주가 같이 익어가고 있다. 

사실 모든 함박은 거죽만 익힌 레어 상태로 서빙되기 때문에, 더 익히고 싶은 사람은 저 상태에서 반으로 갈라 아직도 쩔쩔 끓는 철판에 익혀야 한다. 

2번. 계란 후라이를 얹은 함바그에 야자와 소스. 먹어 보니 우스터 소스와 간장의 조합 같은 느낌이다. 간장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매우 좋은 선택일수도. 

아, 여기에 공기밥과 미소시루가 나온다. 

3번 조합. 모짜렐라 치즈를 얹은 함바그와 토마토 소스. 

4번은 소바 장국에 많이 넣는 간 무(오로시)와 폰즈 소스. 느끼한걸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선호할 수도. 

개인적으로 3번-1번-2번-4번의 순. 다음에 다시 갈 의사는 매우 크고, 만약 다시 간다면 토마토 소스와 데미그라스 소스 중에서 고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 사진의 모델과 똑같이 생긴 종업원이 서빙을 하고 있다. '혹시 이 가게 모델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차를 불렀는데 차가 엉뚱한 위치에 있다고 그 위치까지 달려가서 차를 다시 잡아 준 기타야마상, 감사합니다.

그 밖에도 서빙이 세련되고 친절한 가게. 

그리고 식사 후에는 누구나 다 가는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이제야 처음 가 봤다. 

(내가 얘기했잖아. 도쿄 잘 모른다고.)

눈길을 끈 것은 아사노 타다노부의 화집. 

제목 자체가  Gaps in the film, 촬영 중간중간 짬 날때마다 그렸다는 얘기 아닌가. 

워낙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더 호감이 가네, 이 아저씨.

서점에 왜 이런게? ;

아무튼 이런 서점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러고 나서 한 10년 전, 이 츠타야 서점이 생기기 전에 이 동네를 와 봤다는 걸 기억해냈다. 

아무튼 도쿄는 계속 발전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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