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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교토가 가보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교토를 두번 갔는데, 두번 모두 기요미즈데라를 구경했다. 남들 모두 가는대로 야사카 신사 근처에서 시작해 아사카 탑을 지나 산넨자카를 걸어 올라갔고, 기요미즈데라의 무대에서 건너편 산자락을 바라보고, 다시 건너편 산자락에서 무대와 무대를 떠받치고 있는 거대한 나무 축대를 바라보며 감동했다. 유럽에서 본 어느 성당 못지 않게 감동적이었다.


한번은 12월, 한번은 1월이었는데 12월에는 그래도 단풍의 기운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확실히 남쪽이구나 했고, 언젠가는 그 단풍이 무성할 때 가야지 했다. 그 언젠가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구경 중에는 날짜를 맞춰야 하는게 몇가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벚꽃과 단풍이다. 벚꽃의 전성기는 1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는 만큼, 벚꽃 구경은 정말 운이 따라야 한다. 거기 비하면 단풍 구경에는 대략 2주 정도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임박해서 훌쩍 가기는 어려운 만큼, 11월21일부터 25일 정도면 구경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번 뭘 하면 제대로 뽕을 뽑자는 아내는 이번엔 교토에서 유명하다는 전통 가옥 숙소, 즉 마치야(町家·町屋)를 골라 오라는 미션을 줬다. 사실 마치야라고 이름붙은 곳은 대단히 많은데, 대개는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화장실이 공용이거나, 욕실이 공용이거나, 우범지역(?)에 있거나 뭐 다양한 문제들을 갖고 있었다. 꼽아보다 보니 두 군데가 쓸만했다. 한군데는 교토 북서쪽의 가메오카(교토역에서 20분 정도)에, 또 한군데는 시내 서쪽에 있었다. 둘 중에 고르라니 둘 다 가보고 싶다는 답. 그렇게 해서 마치야에서 이틀, 호텔에서 이틀을 보내기로 했다. 


그렇게 가메오카의 위치를 보니, 가메오카와 교토역(교토에서는 뭘 해도 교토역을 경유하지 않으면 얘기가 안 된다) 사이에 아라시야마가 있었다. 대략 1500년 전부터 교토 귀족들이 단풍구경 가던 그 아라시야마. 그렇게 동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대개 어딘가를 여행하려 맘 먹으면 그 도시와 관련이 있는, 평소 이야기 듣거나 보고 싶었던 것들을 죽 나열해 보게 되고, 그 다음에는 그런 것들을 추적하다가 관심이 생기는 것들을 그 리스트에 추가하게 된다. 너무 늦게 안 것들은 표가 없거나 시즌이 아니라서 포기하게 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되고, 아무튼 그런 식으로 일정이 짜여 간다. 

교토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일본 근대 화가 중에 우에무라 쇼엔 上村松園 이라는 화가가 있다. 그림체가 간 결하면서도 우아해서 마음에 들었는데, 그 화가의 작품이 교토에 있는 교세라 미술관이라는 곳에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기회에 가 봐야겠군. 교세라라면 또 <왜 일하는가>를 쓰신 이나모리 가즈오 센세가 만든,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을 상징하는 그 회사 아닌가. 

 

그리고 물론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 단풍이다 보니 교토 인근의 단풍 명소들을 비교해보게 되었다. 당연히 꼽히는 곳이 유명한 아라시야마의 텐류지, 히가시야마의 난젠지, 에이칸도(젠류지), 도후쿠지, 그리고 역 근처의 토지... 교토 인근에만 1500개의 절이 있다는데, 그 중에서 일단 시내에서 먼 곳부터 빼자니, 항상 무슨 소설이나 영화에서 교토로 진군하는 군대가 넘어 들어오는 히에이산 지역 빼고, 남쪽의 차 산지로 유명한 우지 지역 빼고, 일단은 시내를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아, 물론 단풍철은 전 세계에서 손님들이 몰려 온다는 이야기 때문에 일단 처음부터 빼고 생각한 곳이 기요미즈데라, 금각사, 은각사였다. 기요미즈데라의 단풍이나 라이트업(밤 조명을 말한다)을 보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너무 밀리지 않는 곳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이게 얼마나 허망한 생각이었는지는 차차 알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대략의 일정은, 

첫날 일본 간사이 공항 입국 - 하루카 열차로 교토행 - 가메오카 역까지 전철 - 마치야 숙소 '하나레 니노우미'에서 1박

둘쨋날 가메오카 - 사가 아라시야마 역 이동 - 아라시야마 일대 구경 - 시내 호텔로 이동 - 저녁 고다이지 라이트업 구경

셋쨋날 히가시야마 오픈런 - 에이칸도 - 난젠지 - 교세라 미술관 - 교토 근대미술관 - 휴식 - 도후쿠지 라이트업 - 호텔 

넷쨋날 ??? - 호텔 체크아웃 - 나오코노자 베테이 우메코지 (Naokonoza 別邸 梅小路) 숙박

다섯쨋날 하루카 열차로 공항 이동, 귀국

이런 식이다. 과연 계획대로 얼마나 잘 이뤄질지. 여행을 앞두고 일본 총리의 '타이완 발언'으로 중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일본 여행 자제령(이라고 쓰고 금지령이라고 읽는)을 발표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와! 사람 별로 없겠다! 고 생각했으나....

결론적으로 말해 계획대로 되는 여행은 원래 별로 없다.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여행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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