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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지나면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포스팅일 것 같아 허겁지겁 올립니다. 사실 크리스마스때 생각나는 수많은 음악 종류들이 있지만 캐럴 종류를 제외하면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삽입곡들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에 들지 않을까 합니다.

'뮤지컬=앤드류 로이드 웨버'로 여겨지는 한국에서도 이 뮤지컬(이하 'J.C.S')은 사실 그리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팬텀'을 가장 먼저 꼽게 되고 그 다음은 '캐츠'나 '에비타'가 되지 않을까 싶군요. 하지만 누가 뭐래도 웨버의 최고 걸작을 논한다면, 저는 이 작품을 빼고는 얘기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뮤지컬을 처음 본 것은 1981년의 일인 것 같습니다. 당시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 무대에 올려진 'J.C.S'에는 그야말로 전설적인 멤버들이 캐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김도향 추송웅(이상 유다), 윤복희(막달라 마리아), 이종용(예수), 그리고 유인촌 최주봉(이상 빌라도) 등이 기억나는 출연진입니다.




'피터팬' 종류를 제외하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뮤지컬이었는데, 그야말로 혼이 나가 버렸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종류의 멜로디, 처음 들어보는 가사. 이건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던 세계의 바깥에 있는 물건이더군요.

그날로 성음에서 나온 오리지널 캐스트의 카세트 테이프를 샀습니다. 그 테이프 속의 유다 목소리가 머레이 헤드(몇년 뒤 'One Night in Bangkok'으로 유명해집니다), 예수 목소리는 그 유명한 딥 퍼플의 리드 보컬 이언 길런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아무튼 골백번 들었습니다. 노래 순서는 물론이고 가사까지 다 외웠죠.

(뭐 옛날 얘깁니다. 확인은 하지 마시고. ^^; )




그 뒤로 당연히 1973년 노먼 주이슨이 만든 영화판도 봤고, 공연만도 5-6차례 봤습니다. 그리고 최근, 지난해 12월 15일에도 브로드웨이 투어 팀(?)의 잠실 공연도 달려가서 봤죠. 그리고 나서 다시는 체육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뮤지컬에는 수없이 많은 명곡이 등장합니다. 유다와 예수 역의 노래들은 전부 명곡 중의 명곡이라고 할 수 있죠. 그 중에서도 예수가 부르는 '겟세마니 Gethemane'는 웬만한 가수가 불러도 박수가 나오는 강렬한 곡입니다. 들어 보신 분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실 겁니다.

웨스트엔드-브로드웨이의 최고 스타 테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볼은 이 노래를 이렇게 불렀습니다. 그가 부른 이 버전은 일종의 표준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이 버전도 휼륭하지만 물론 약간의 아쉬움은 있습니다. 이 노래가 담고 있는 절박한 상황, 즉 아들 예수가 "왜 당신의 계획을 위해서 내가 죽어야 하느냐"고 아버지 하느님에게 마지막 한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나치게 점잖다는 것이죠.

비교의 근거는 이런 가창입니다. 이언 길런이 부른 버전이죠.




물론 어느 쪽이든 훌륭한 가수의 훌륭한 가창이기 때문에 한 쪽을 좋아하는 것은 취향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는 예수의 '절절한 심정'이 녹아 흐르는 듯한, 분노와 배신감으로 미칠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인간적인 예수의 목소리로는 길런이나 영화판의 테드 닐리가 더 마음에 듭니다.

길런의 스타일을 재현하는 가수로는 인기 높은 스티브 발사모가 있습니다.



굳이 흠을 잡자면 박자가 약간 제멋대로^^인 느낌이 있지만 라이브에서 이 정도의 감정과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최고 수준의 가수나 할 수 있는 일이죠. (그래도 심정적으로는 젊은 이언 길런이 1990년대의 음향 장비로 이 노래를 불렀다면 이보다 더 인상적인 녹음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 역시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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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뮤지컬에서 예수 역보다 좀 더 중요한 역은 유다 역입니다. 두 역할은 서로 대립하면서, 어떤 때에는 살짝 동성애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죠. 아무튼 약간 대조를 이루는 가수들이 역할을 나눠 맡게 되어 있습니다.

유다의 노래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곡은 아무래도 마지막 부분의 'Superstar'죠. 이 뮤지컬 전체의 분위기를 대표하는 곡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불행히도 이번 공연에서 유다의 목소리는 그럴 듯 했지만 코러스나 무용수들의 배치가 좀 무성의했습니다. 좀 더 화려한 무대를 기대했기 때문일테지만 말입니다.

지금까지 들어 본 녹음 중에서 가장 훌륭한 버전으로는 이걸 꼽고 싶습니다. 1998년 로열 알버트 홀에서의 웨버 50세 기념 공연중(위의 마이클 볼이 등장한 바로 그 무대입니다) 마커스 로빗이 전 출연진을 코러스로 두고 불렀습니다.






그 다음은 살짝 코믹한 버전입니다.



어떻게 생긴 사람들이 부르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선 링크를 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버전은 퍼 올 수가 없게 되어 있더군요. http://www.youtube.com/watch?v=ZDGoFnMNHVI 로 가서 직접 보세요.

(코믹하다는 것은 언어에 대한 편견이 아닙니다. 노래 실력은 상당하지만, 시립 오페라단의 바리톤과 합창단이 와서 'JCS'를 공연한다면 어느 나라 말로 해도 웃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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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와 유다를 중심으로 볼 때 이 뮤지컬에서 가장 멋진 장면은 '최후의 만찬'입니다.

예수와 열두 사도가 모여 저녁식사를 나눕니다. 유다를 제외한 사도들은 포크 풍으로 예수의 복음을 전파하는 사도로서의 소박한 즐거움을 노래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누던 예수는 너무도 생각 없고 단순하기만 한 사도들에게 역정을 내며 '너희들이 날 기억하겠느냐. 베드로 너는 내가 죽자마자 세번이나 나를 부정할 것'이라며 가치돋친 말을 쏘아댑니다.

이를 본 유다는 '그건 다 네가 자초한 것'이라고 되쏘고, 예수는 '배신자. 어서 가서 네 일을 해라. 그들이 기다리고 있잖아'라고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은 보컬로서의 한계를 시험하듯 치열한 배틀에 들어갑니다.


1973년 영화판을 보시는게 이해가 빠를 겁니다. 예수는 테드 닐리, 유다는 칼 앤더슨입니다.




김동욱과 박완규 버전을 한번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실연과 녹음의 차이이기 때문에 이 소리만으로 한국 가수들을 폄훼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김동욱은 약간 아쉽습니다.






자, 너무 길어지면 곤란하니까 마지막압니다. 이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은 바로 막달라 마리아의 노래, 'I Don't Know How to Love HIm'입니다. 이 노래를 녹음하지 않은 여가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유명하고, 가수들도 선호하는 곡이죠.

누구의 녹음을 고를까 하다가 웨버의 영원한 디바인 사라 브라이트만부터...




하지만 이 노래를 누구든 불렀을 때 가장 기준이 되는 건 아무래도 이본느 엘리먼입니다. 아무래도 브라이트먼의 목소리는 이 노래에는 좀 지나치게 기름지다는 느낌이 있죠. 그래서 좀 부족하고 애절하다는 느낌이 떨어집니다. 반면 엘리먼은 감정이 넘쳐 흐릅니다.





어떤 무명 가수가 유튜브에 올려 놓은 버전입니다. 이번 내한 공연팀의 마리아는 독감에라도 걸렸는지 너무나 목 상태가 안 좋아서 이 노래는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 어떤 공연도 완벽할 수는 없겠죠.




시너드 오코너가 부른 버전도 저는 마음에 듭니다만 그건 퍼 올 수가 없군요.

http://www.youtube.com/watch?v=ryCMGSK6slQ 에서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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