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KBS 2TV '꽃보다 남자'가 이렇게 온 사회를 들썩거리게 하는 화제작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제작진도 잘 알고 있겠지만, 탄탄한(?) 원작의 힘도, 탁월한 연출이나 극본의 힘도 아닙니다. F4로 불리는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의 완벽한 캐스팅이 다른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한 덕분입니다.

특히나 신인이라지만 이미 지난 3년간 만만찮은 수련을 쌓은 준비된 신인 이민호는 빼어난 용모 못잖은 연기력으로 이 드라마의 최대 수혜주가 됐고, 연기력은 아직 미숙하지만 용모만큼은 만화책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김현중의 파워 게임이 이 드라마 최고의 자산입니다.

이처럼 네 명의 남자 주인공이 날마다 화제를 뿌리며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반면, 그 상대역들인 여배우들은 어떨까요.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금잔디를 둘러싼 논란은 전혀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닙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번째는 뭐니뭐니해도 금잔디. 이 부분은 두 가지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한국판 드라마의 금잔디가 과연 원작의 츠쿠시가 가져야 할 미덕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것은 '꽃보다 남자'의 츠쿠시는 풀(나물)의 이름인 츠쿠시라는 이름대로 강인하고 잡초같은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즉 안하무인인 으리으리한 재벌가의 도련님들을 상대해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자기 앞길을 자기가 헤쳐가는 단단한 소녀죠.

그런데 한국 드라마의 금잔디는 여기서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 있습니다. 잔디도 잡초는 아니지만, 잔디보다는 온실 속 화초라는 편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금잔디는 이미 도련님들 앞에서 홀로 서는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는 커녕 기회 있을 때마다 기대고 의지하는 캐릭터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이들이 주는 고가의 선물도 넙죽넙죽. 한마디로 F4, 더 한정시켜 말해 윤지후가 없으면 혼자 살아갈 수도 없는 연약한 여인상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금잔디라면 대체 F4가 무슨 매력을 느낄까요. 일본 드라마에서 이노우에 마오(위 사진)가 좋은 연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원작이 정해놓은 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극중에서도 금잔디는 외모 면에서는 별로 주목할 게 없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외모도 그저 그런데 성격은 예쁜이들보다 더 의존적이고 칭얼대는 공주형이라면 과연 금잔디의 매력은 어디서 오느 걸까요. 불가사의합니다.

두번째는 애당초 그런 금잔디(혹은 츠쿠시)라는 캐릭터와 구혜선이라는 배우의 궁합이 맞느냐 하는 것입니다. 구혜선은 지금껏 청순가련형의 역할을 주로 맡아 왔고, 그건 구혜선이라는 배우가 가진 분위기와 꽤 맞아 떨어졌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져 내릴 것 같은 큰 눈은 구혜선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물론 배우들은 모두 역할에 적응하고, 역할에 따라 이미지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구혜선이 연기하는 금잔디는 초반의 발차기 신 등 몇 장면을 제외하면 측은하고 가녀린, 구혜선 본연의 청순가련형 캐릭터로 어느 새 돌아가 있습니다. 보호본능을 자극하고 남자 캐릭터들에게 의존하는 금잔디라니, 이건 솔직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여기에 한국판의 제작진이 구준표-윤지후-금잔디의 삼각관계를 너무 깊숙히 끌고 가는 바람에 금잔디는 거의 된장녀나 꽃뱀같은 캐릭터가 되어 버린 부분도 있습니다. 안 어울리는 것도 안 어울리는 거지만, 구혜선이라는 연기자의 장래를 위해서도 이 금잔디 역할은 별로 권장할만한 캐릭터가 아니게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약 한달 전에도 이 캐릭터가 이 드라마의 불안요소라고 지적한 적이 있는데, 지금으로선 그 예상이 맞은 듯 합니다.

(p.s. 구혜선양의 팬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는게 당연할 듯 하지만, 아무튼 저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은 게 현실입니다.

캐스팅이 나쁘다는 것은, 배우가 나쁘다거나 연기를 못한다는 뜻과는 전혀 다릅니다. 구혜선양이 연기를 못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그렇게 말한 적도 없습니다. 단지 금잔디라는 캐릭터에 구혜선이라는 배우를 캐스팅한 것은 심각한 오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리고 금잔디 역이 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 구혜선양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쓴 적도 없습니다. 그건 당연히 작가와 연출자의 몫입니다. 윗글에도 그렇게 되어 있군요.

공연히 흥분해서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구혜선 다음으로 비중이 큰 캐릭터는 이민정. 구준표의 약혼녀 하재경 역을 맡은 이민정은 일단 외모가 주는 분위기에서는 성공적인 캐스팅입니다. 특히 이번 역할을 위해 채비한 헤어스타일이 일등공신입니다. 이전의 긴 머리였을 때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개성이 살아났습니다.

물론 이민정에게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목소리입니다. 아직까지는 연기자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새 소리가 나더군요. 그리고 캐릭터에서도 지나치게 일본판 드라마의 시게루(위 사진 왼쪽의 가토 나츠키)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건 사소한 부분이고, 아무튼 이 드라마를 통해 얻는 게 있는 여배우가 있다면 그건 이민정과 추가을 역의 김소은 뿐일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7회에서 처음 등장한 소이정의 첫사랑(이름을 모르겠군요) 역을 맡은 박수진은 다행히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그 몇 장면만으로도 극악의 캐스팅이었다는 걸 확실히 증명하는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이 캐릭터는 지금 최강의 바람둥이가 되어 버린 소이정이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는, 고향 같은 캐릭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박민영(^^)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소이정이 기댈 수 있는 푸근함을 갖고 있는 캐릭터여야 합니다.

하지만 박수진의 모습은 거기선 거리가 멀더군요. 이건 연기력이 미치고 못 미치고 보다 훨씬 전 단계의 문제입니다. 캐릭터 구축을 위해 시청자들에게 적응기간을 줄 수 있는 캐릭터도 아니고 보면 첫 눈에 알 수 있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이뤄진 캐스팅인지를 궁금하게 합니다. 역시 많은 사람들이 이 역할에 에이미가 나오는게 아니냐고 경계했는데, 차라리 에이미가 나오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밖에도 한채영과 김현주가 등장한 것은 화제를 모으는 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내용은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듭니다. 한채영과 김현중의 초반 앙상블은 많은 시청자들이 리모콘을 찾게 만들었고, 김현주와 재벌가 맏딸의 캐릭터는 그리 좋은 조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도 진선미 삼총사와 지금은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잘 나가고 있는 이시영이 남는군요. 워낙 비중도 작고 지나간 얘기라 굳이 뭐라 토를 달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꽃보다 남자'의 완벽에 가까운 F4 캐스팅에 비해 여성 캐릭터들의 선정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여배우들 때문에 '꽃남'을 보는 시청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제작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큰 다행이라고 봐야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