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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에 대한 1차 마무리가 있었습니다. 결국 우선 실제 사법처리 대상은 3명으로 좁혀졌더군요. 온갖 언론 보도가 '뭔가 제대로 해 보겠다고 시끄럽더니 이게 뭐냐'는 비난 일변도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경찰로서는 꽤 억울할 법 합니다. 한 방송사 뉴스는 이달초 경찰이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고 말한 걸 꼬투리를 잡아 비판하더군요. 아니 그럼, 수사 시작할 때 '이번 수사는 해봐도 잘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하는 경찰도 있단 말입니까.

더구나 이번 사건을 '시끄럽게' 만든 건 경찰이 아니라 바로 언론이라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판은 언론이 키워 놓고 경찰을 비판하는 건 좀 우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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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대중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온갖 선정적인 요인을 다 갖고 있었습니다. 여자 연예인의 죽음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죽은 이유는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음모설이 가세됐고, 그 음모설에 금융권, IT 산업, 그리고 '유력언론사' 대표가 함께 거론되면서 온 국민의 구미에 딱 맞는 스릴러 3종 세트가 탄생한 셈이죠.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영화보다 박진감넘치는 성상납 스캔들 뉴스가 매일 밤 9시 뉴스와 온갖 매체로 중계됐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끝까지 수사해 밝혀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점에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사실의 입증 문제입니다. 술자리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 낸다 해도 과연 술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장자연씨가 술자리에 어떤 경로로 가게 됐는지를 밝혀 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또 한 사람은 해외에 꼭 박혀 있습니다. 그럼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또 '박연차 수사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장자연 수사는 왜 그렇게 허술하냐'는 주장도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무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00만원도 아니고 억 단위로 움직이는 돈은 흔적이 남습니다. 더구나 계좌를 이용했다면 결국엔 그 흐름이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 돈의 흐름이라는 증거를 갖고 하는 수사와, 사람의 말만 갖고 해야 하는 수사의 진도를 같은 선에서 비교한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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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게 제대로 된 수사 의지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정말 의지가 있었는지 아닌지는 수사 당사자들이 알 일이지만, 수사 의지와 관련해 추궁할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일본에 있는 장자연의 전 매니저 김모씨의 신병 확보에 대한 부분 하나입니다. 일본에 도피해 있는 수사 대상자를 발견해 데려오는 일이 쉽냐, 어렵냐의 문제죠. 쉽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계속 경찰을 욕할 것이고, 이렇게 숨어 버리면 대책이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 겁니다. 저도 하루속히 김씨의 신병이 확보되어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수뢰 사건과 이 사건이 같은 선에서 다뤄질 사건일까요? 국민이 흥미로우면 그저 중요한 사건입니까. 또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시는 분들 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사건의 요체를 이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매우 비관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을 유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한달 전에 썼던 글인데 타이밍을 놓쳐서 블로그로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그냥 여기에나 붙여 둬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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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상납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 ‘물랑루즈’는 격동의 시대인 19세기 말 파리의 쇼 비즈니스 세계를 무대로 하고 있다. 최고의 흥행사 지들러는 종전에 없었던 규모의 새로운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투자자를 물색하고, 권력자인 공작은 투자 대가로 물랑루즈 최고의 미녀 사틴과의 하룻밤을 요구한다.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도입부는 사당패가 판을 벌인 대가로 그 고을 수령에게 하룻밤 노리개로 바쳐진 공길(이준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공길은 남색의 희생물이었지만 1927년 출간된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에 나오는 ‘여사당 자탄가’를 보면 비슷한 일은 주로 여사당에게 일어났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랜 옛날부터 예인의 세계엔 세인의 관심을 모을 만한 매력적인 남녀가 모여들었고, 그런 만큼 항상 그 주변에는 권력과 돈을 이용한 유혹이 존재해 왔다. 특히 자본주의 발달과 함께 그 결탁은 때로 공공연히 꽃을 피웠다. 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는 여배우와 창부의 구별이 쉽지 않을 지경이었던 시대의 타락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은밀한 거래의 역사가 워낙 장구하다 보니 그 고리를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발적인 거래와 강요된 거래의 구분 역시 물 위에 그은 금처럼 불분명하다. 한 젊은 여배우의 죽음으로 드러난 일단의 사실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연예계에선 이미 똑 부러진 활동 없이도 CF를 독식하고 있는 일부 스타에 대해 광고주와의 은밀한 결탁을 수군대온 지 오래다. 하루아침에 떠오른 스타에게는 항상 ‘뭔가 있다’는 소문이 따라다니곤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누군가 여배우에게 성을 이용한 접대를 강제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고, 일부 관련자의 처벌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제2의 장자연’이 사라지게 할 방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투명한 계약관계나 공개 오디션의 확대, 영세 기획사의 수익구조 개선 등이 모두 해결된다 해도 어두운 거래를 원하는 사람은 쉽사리 새로운 방법을 찾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과 돈이 갖고 있는 특혜에 대한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른바 특권층이 연예인에 대한 유혹의 손길을 멈추지 않는 한, 법이나 제도로 막을 수 없는 추악한 거래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자가 일찍이 말한 ‘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함이 없다(知足不辱 知止不殆)’는 유혹하는 쪽이나, 유혹에 끌리는 쪽이나 귀담아들어야 할 경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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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에 대한 범 국민적인 열광을 지켜보면서 참 씁쓸한 뒷맛을 지우기 힘듭니다.

이 글을 쓴지가 한달쯤 됐습니다. 이 글을 읽은 어떤 분의 지적에 따르면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가 서구에 뒤지게 된 이유는 사회 문제의 개혁을 개인 도덕의 차원으로 돌린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합리성을 앞세우는 나라에도 장점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나라에서 매년 수해가 날 때마다 수재의연금이 답지하고, 아뭇소리 없이 서해안으로 가서 기름 묻은 돌을 닦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그 사회의 기준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죠.

규칙과 원칙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깨닫게 됩니다. 성상납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 사라져야 할 것은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배금주의입니다. 걸친 것, 타는 차, 먹는 밥 하나로도 얼마짜리인지 가격을 매기고, 그 가격에 따라 인격까지 평가받는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두고서는 무슨 제도나 어떤 법을 가져와도 이런 풍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단은 정의를 추구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당연히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엄격한 징벌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올바른 가치의 변화 없는 정의의 실현이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는 뜻이죠.

교육제도에 비교해 볼까요. 대학 나온 사람이 대학 안 나온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 제아무리 수없이 입시제도를 갈아 치워도 성적이 떨어진 것을 비관해 죽는 청소년은 끊이지 않고 나올 겁니다. 그건 입시제도가 신통치 않아서 생긴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대학 못 나와 설움 겪는 사람을 없앤답시고 대학 수만 늘려 준 결과, 대학 나온 사람이 초등학교만 나온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에 지원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그 많은 대학은 대학대로 신입생을 못 받아서 망하는 학교까지 나올 지경입니다. 그릇된 가치관의 문제를 어설프게 제도로 해결하려다 더 큰 부작용이 생긴 것이죠.

아무튼 결과적으로 고인을 제외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연예계 종사자들입니다. 몇몇 물을 흐린 업계 관계자들로 인해 제대로 해 보려던 사람들까지 사기꾼 취급을 받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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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장자연씨의 49재가 열렸군요. 고인은 지금 이런 진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또 한번 죽은 사람만 불쌍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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