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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가 마침내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기존의 네 커플을 모두 퇴장시키고 가상 커플이 아닌 진짜 커플, SG워너비 멤버 김용준과 슈가 출신 연기자 황정음을 투입한다는 것이죠.

진짜 연인들의 '가짜 동거' 생활. 과연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요. 어찌 보면 한국 방송에서는 초유의 일이라 결과를 짐작하기에는 이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제시카 심슨이 왕년 닉 라세이와의 결혼 생활을 할 때 방송됐던 '밀착취재! 스타의 신혼(Newlyweds)'의 취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뜻이었는데, 잘 될지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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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결혼했어요'는 출범 당시부터 '밀착취재! 스타의 신혼'에 그 뿌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단지 마땅한 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그렇다면 아예 가상 커플을 쓰는 것은 어떨까 하는 구상이 맞아 떨어져 인기 프로그램으로 급부상한 것이죠.

그리고 진짜 커플 투입은 '일밤'의 위기 의식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전통의 일요일 오락 프로그램인 '일밤'은 현재 KBS와 SBS의 협공으로 대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예능 MC인 강호동과 유재석이 각각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로 양쪽에서 압박해오고 있기 때문이죠. '일밤' 측에서는 둘 중 하나라도 빼내 오고 싶겠지만, 유재석이든 강호동이든 이 상태에서 어설프게 몸을 뺐다가는 그 방송사와 철천지 원수가 되는 상황이라 감히 함부로 몸을 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밤'의 상징이던 이경규까지 KBS로 옮겨 타 서서히 반응을 얻고 있고, 야심차게 시작했던 '대망'은 처참한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정형돈의 열애 뉴스는 그나마 버티던 '우결'에까지 치명상을 입혔습니다. 뭔가 화끈한 돌파구를 열지 않으면 안될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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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웬만한 걸로는 화제도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최근 2주 동안 '우결'팀은 연예계의 진짜 커플들을 찾아 의사를 타진했습니다. 여러분도 금세 머리에 떠올리실 수 있는 수많은 커플들이 문의를 받았죠. 하지만 출연 결정은 쉬운 게 아닙니다. 남자 쪽에서야 손해날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자 쪽은 심각합니다. 잘 되어서 둘이 맺어진다면야 문제될 게 없지만 행여 갈라서기라도 하면 그 때는 결혼도 하기 전에 이혼녀 취급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뭐 이미 사귄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인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냥 사귄다고 막연히 알고 있는 것과 '동거생활'을 보여주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지금은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탤런트 아무개씨도 가끔씩 그 전 결혼을 약속했던 다른 연예인과 '너무 다정한 모습'이 방송에 여러 차례 공개됐었던 탓에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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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자 쪽보다야 타격이 적겠지만 남자 쪽도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최근 이경규와 남희석이 왕비호 윤형빈에게 방송을 통해 "그렇게 매번 '국민요정 정경미 포에버'를 외치다가 행여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날로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 것도 이해가 갑니다. 더구나 이런 식의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죽고 못 사는 모습까지 보여준 다음이라면, 시청자들의 배신감도 꽤 클테니 말입니다.

어쨌든 이런 모든 위험 요소를 뚫고 마침내 한 커플이 용감하게 나섰습니다. 이제는 제작진이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진짜 커플인 만큼 정형돈 사태의 재발은 없겠지만, 이제는 과연 어느 선에서 방송과 현실의 선을 그어야 할지가 문제가 될 겁니다. 이를테면, 진짜 연인들인 만큼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 훨씬 원활하게 이뤄질텐데, 과연 그걸 어느 선에서 차단하느냐 하는 것도 결정되어야 할 듯 합니다.

당초 제작진의 목표는 진짜 커플 두 팀이라고 들었는데 두 팀 모두를 진짜 커플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 경우 나머지 한 팀은 '서로 실제 호감을 가진 두 연예인', 혹은 '한 연예인이 이미 자기의 이상형이라고 밝힌 연예인'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은 이 쪽이 더 흥미진진할 수가 있습니다. 제작진이나 시청자가 모두 바라마지 않는 '리얼 버라이어티 끝에 진짜로 사귀게 되는' 경우, 즉 '실제 커플 탄생'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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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서로 사귀는 것은 모든 버라이어티 쇼 제작진의 꿈이죠. '강호동의 천생연분' 때도 제작진은 '리얼 스캔들'을 지향했고, 'X맨' 역시 실제를 방불케 하는 커플링 설정으로 왠지 사귀지 않고도 충분히 사귀었던 사이로 느껴지는 '김종국-윤은혜 커플'을 낳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결'팀은 더욱 두 사람에게 적절한 분위기를 제공해 주며 '커플 인큐베이팅'을 시도하겠다는 의도를 내놓고 드러내고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실제로 '우결' 제작진은 지금까지 출연했던 커플 중의 한 커플에게 "두 사람이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걸 알고 있다. 그걸 실제 관계로 '방송과 함께' 발전시켜 볼 생각은 없느냐"고 권유를 했던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면 시청자들의 관심은 100배쯤 증폭되겠지만, 아쉽게도 이들은 출연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무튼 '진짜 커플의 알콩달콩 사랑 키우기'도 새로운 시도인 만큼 흥미롭겠지만, 솔직히 진짜 관심은 '방송을 하면서 커플 만들어 보기' 쪽에 더 쏠립니다. 과연 이런 식으로 제작진의 후원 하에 만들어진 커플은 어떤 양상을 보일지, 그리고 만약 그 쪽 커플이 방송이 끝난 뒤에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가 모두 관심사가 되겠죠. 물론 이런 리얼 버라이어티의 실험은 구경꾼들에게는 더없이 흥미롭겠지만, 그 당사자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과연 누가 용기있게 이 실험에 참여할지가 궁금합니다.



p.s. 이렇게 해서 리얼 버라이어티는 마침내 환상의 벽을 깨고 현실 진출을 시도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일반인들이 연예인들의 뒤를 이을 겁니다. 이미 부분적으로는 시작되고 있는 셈이죠. 아마 이 쪽이 더 흥미로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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