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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락이 돌아왔다'. 각종 매체들이 '개그 왕의 귀환'을 소리높여 외친 지 약 100일이 지났습니다. 100일이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죠. 그 사이 '꽃보다 남자'는 25부작 방송을 마쳤고, '에덴의 동쪽'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송승헌이 뭘 하는지 가물가물해 졌습니다.

과연 '왕의 복귀' 100일 성적은 어땠을까요. 초반의 화제는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최양락 아저씨가 누군가요?'하고 호기심을 가졌던 10대들도 이제 최양락이 누군지는 다 알았습니다. 최양락이 복귀하면서 함께 합류한 이봉원에 이어 양원경, 홍기훈 등도 방송 활동을 재개했고, '저그(아저씨 개그맨)' 라는 신조어까지 꽤 귀에 익었습니다.

과연 저그의 전성기는 다시 올까요? 이들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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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최양락의 '왕의 귀환'이 한창 화제일 때 이런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최양락이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개그맨으로 군림하던 시절의 '쇼 비디오 자키' '유머 1번지'에 대한 추억을 기록한 글이었죠. 그 글은 이렇게 마무리됐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협력체제입니다. 현재의 예능계는 독불장군이 살아남기 힘든 형태입니다. 유라인과 강라인은 물론이고 대세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윤종신-신정환-김구라-김국진의 라디오 스타 팀, 또는 송은이-신봉선의 패키지를 보듯 팀의 형태로 움직이는 것이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말하자면 '라인의 구축'이 급선무입니다.

그럼 과연 최양락의 곁에는 누가 있게 될까요? 그건 그때 가서 알게 될 일입니다. 다만 그 시점에서도 '왕년에 잘 나갔던 노장들'만으로 움직인다면 그건 상당한 약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지금은 강호동이 살짝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좀 더 젊은 쪽에서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유리해 보입니다.

노장 노장 하지만 최양락은 1962년생. 이경규보다 2년 연하고 여자 연예인과 비교하면 최화정과 황신혜의 사이에 있습니다. 아직 충분히 정상에 설 수 있는 나이입니다. 모처럼 노장들의 성공적인 행진이 오래 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전문은 이쪽에 있습니다.


이 글을 쓸 당시,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가 있었습니다. '저그', '저그시대'라는 말은 매우 폐쇄적입니다. 이건 '아저씨 개그맨들끼리의 연대' 혹은 '80년대 개그맨들의 회귀'라는, 듣기 좋고 기사 제목 뽑기 좋은 허울 안에 갇히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이들이 '옛날식 개그'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이 아무리 옛날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의 개그를 구사한다 해도 스스로가 이렇게 '나는 옛날 사람'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으면 현재의 방송환경에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그것을 벗어나는 길은 연하 예능인들과의 과감한 연대죠. 물론 1962년생인 최양락씨는 '지금도 젊은 사람들과 충분히 연대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젊은 사람'이 우리 나이로 40줄에 접어든 강호동(1970년생)이라면 매우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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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나이 차이로 계산해봅시다. 최양락과 강호동은 8세 차이가 납니다. 강호동에게 8세 차이가 나는 후배는 은지원, 9세 차이가 나는 후배는 MC몽입니다. 치고 받고 하는 스스럼없는 사이를 생각하면 최양락-강호동의 관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가깝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의 최양락과 강호동의 관계는 강호동과 이승기(17년 차이)의 관계보다 더 멀어 보입니다.

비슷한 경우는 강호동보다 두 살 어린 유재석에서게 볼 수 있습니다. 유재석의 요즘 파트너는 1989년생인 대성입니다. 강호동-이승기와 마찬가지인 17년 차이죠. 현재 정상에 서 있는 이들은 그 정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무려 17년이나 어린 동생들의 정기(?)를 흡수하며 견고한 연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들은 좀 더 세월이 흘러 20년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도 훌륭하게 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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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비하면 현재의 '저그'들은 아래로의 연대가 매우 힘겨워 보입니다. 최양락과 17년 차이가 나는 후배라면 이효리나 김동완 정도의 1979년생들이 되겠군요. 이들과 최양락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풍경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당장 시도한다 해도 될 일은 아니지만, 최양락이 '그래도 말이 통하는' 강호동이나 윤종신의 보호벽 안에 있는 한 더 젊은 세대와의 소통은 요원할 뿐입니다.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저그들에게는 40대-50대에 이미 구축된 팬층이 있고, 이들을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굳이 부담을 감수해 가면서 '아래로 내려가라'고 강요하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방송 환경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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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들이 드라마 위주의 연기자라면 전혀 '아래로 갈'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예능은 이야기가 다르죠. 예능에서 40대 이상의 성인 시청자들이 마이너 계층이라는 것은 매우 선명합니다. 10대와 20대를 겨냥하고 40대까지 흡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40대와 50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한국의 지상파 방송에서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일단 이런 프로그램은 광고주들이 외면합니다. 각 방송사들은 대외적으로는 '온 세대를 아우르는' 방송을 부르짖지만, 실제로는 광고주들이 외면하는 프로그램을 굳이 살려둘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면피용으로 일요일 새벽 6시-7시대 정도에는 편성할 수 있겠죠. 한국의 중년층이 또 다른 소비 시장으로 거듭나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이 연령대 시청자들은 과외비를 대느라 자기 본인들에게 투자할 여력이 거의 없는 불쌍한 부모들입니다. 광고주들이 매력을 느낄 여지는 별로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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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 때문에 예능인들은 나이를 먹어도 젊은 세대와 연대하는 것이 생존을 위한 필연입니다. 이런 논리에 일찍 눈을 뜬 사람들은 적지 않습니다. 당장 1958년생인 조형기와 4세 연하인 최양락 중 누가 더 젊은 세대에 친근하게 느껴질까요. 이들보다 훨씬 젊은 박명수는 이미 데뷔 초부터 이런 논리를 깨달았습니다.

그 자신의 입으로 그런 비결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내가 장수하는 이유를 알아요? 나는 항상 그 시기에 가장 잘 나가는 친구들과 방송을 했어요. 그 기를 흡수해야 나도 살거든." 이 말을 들은 것이 3년 전. 그의 '제8, 제9의 전성기'는 그저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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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 '저그'들의 앞날은 그리 선명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복귀를 앞다퉈 환영했던 미디어는 벌써 시들해졌습니다. 이들은 냉혹합니다. 절대 생존에 협조적이지 않습니다. 내일에는 또 내일의 스타가 뜨고, 미디어는 다시 그들을 쫓기 바쁠 겁니다. 그건 본래 미디어의 속성이니까요.

가장 좋은 대책은 '아래로 아래로'입니다. 이를 부정하고 '저그들끼리의 더 공고한 연대'나 독자적인 생존을 노린다면, 그나마 어느 정도 남아 있는 '저그에 대한 특수'가 사라진 다음에도 이들이 지금같은 관심과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가능하면 이들이 오래 오래 현역으로 남아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도 그 세대이기 때문이죠. 저도 어린 시절의 영웅들이 계속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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