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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박중훈쇼'가 오는 19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최근 시청률은 참담할 정도입니다. 5일 엄정화-신영옥 출연편이 3.4%로 지금까지 방송된 내용 중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최근 방송분이 3~4%대를 오르내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갑자기 떨어진 것도 아니고, 아예 회복이 안 되는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연말, 방송 전만 해도 '박중훈 쇼'는 방송가의 최대 화제가 될만 했습니다. 아마도 방송-영화계를 망라해서 지금 연예 대통령을 뽑는다면, 스스로 고사하지 않는 한 박중훈이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겁니다. 물론 연예계에는 그보다 훨씬 관록이 두터운 선배들도 있지만, 그만큼 연륜과 인망, 친화력에서 넓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중훈쇼는 4개월만에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과연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에 가장 책임이 큰 것은 이 쇼의 제작진입니다. 박중훈 본인이 이 멍에를 다 뒤집어쓰기엔 제작진의 책임이 너무도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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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박중훈 쇼'는 본래 SBS를 통해 방송될 예정이었습니다. 일이 잘 풀렸다면 1년 전에 이미 방송을 하고 있을 상황이었죠. 하지만 방송 계획이 이미 언론에 공개된 이후, 방송의 세세한 조건을 놓고 이견이 발생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박중훈은 제작진에게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KBS가 먼저 제의를 했는지, 박중훈 측에서 제의가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아무튼 박중훈은 "SBS만 아니면 어떤 방송사든 좋다. 당초 SBS가 내건 조건보다 나쁜 조건이라도 할 수 있다"는 적극적인 입장이었고, KBS건 MBC건, "박중훈이 토크쇼를 진행한다"는 호재를 놓칠 방송사는 없었을 겁니다. 당연히 덥석 물었죠.

하지만 '박중훈 쇼'라는 이벤트는 현재의 제작진에겐 너무 큰 고깃덩이였습니다. 소화시킬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일단 현재의 제작진들의 전력을 살펴보면 '예능 전력'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아마도 교양/다큐멘터리 영역에서는 훌륭한 연출자들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교양 출신으로 예능으로 전업해서도 훌륭한 재능을 발휘하는 연출자들도 간혹 눈에 띄긴 하지만, 대개의 경우 교양과 예능은 동양과 서양처럼 쉽게 만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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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쇼'에 불만을 느낀 시청자들의 반응 중 가장 큰 목소리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왜 재미가 없었을까요. 많은 시청자들은 '다 아는 얘기, 전혀 궁금하지 않은 것만 골라 물어보는데 어떻게 재미가 있을 수 있겠느냐'고 항변합니다. 이 대목에서 시청자와 제작진이 전혀 다른 곳을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박중훈은 여러 차례 '정통 토크쇼를 하겠다(품위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제작진도 재현 화면이나 자막 같은 것이 없는 토크쇼를 하겠다고 이 말을 뒷받침했습니다. 좀 답답한 노릇입니다. 박중훈이라는 MC는 이름 값이 무겁지만 TV 토크쇼 진행자로서는 초보입니다.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을 요구하는지를 체크해서 MC에게 전달해야 할 사람이 바로 제작진인데, 제작진도 MC와 마찬가지로 시청자의 요구를 전혀 모르고 있으니 시간이 흘러도 쇼가 달라질 이유가 전혀 없는 겁니다.

'감히' 톱스타 박중훈에게 진행의 방향을 이러이러하게 가는게 좋겠다는 말을 누가 하냐구요. 바로 그 말을 하기 위해서 제작진이 있고, 전문 작가진이 있는 겁니다. 초보 MC가 '내가 생각하는 토크쇼는 이렇다'고 할 때 잘 안 될 것을 알면서도 그 길을 끝까지 함께 걷는 사람은 박중훈씨의 개인 스태프입니다. 방송 제작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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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인 장동건 편에서 이미 제작진의 한계는 드러났습니다. 박중훈과 장동건이 친한 사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제작진은 여기서 '장동건이 나온다' 이상의 욕심을 내야 했습니다. 물론 친하다고 아무거나 물어볼 수 있는건 아니지만, '박중훈의 품위'와 '장동건의 몸 사림' 사이에서 신선하게 느껴지는 질문을 방송에 낼 수 있도록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쇼의 제작진은 '무릎팍도사' 식의 토크쇼가 경박하고 저열하다고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들이 간과한 것은, '무릎팍도사'의 질문들은 출연자에 대한 치열한 연구, 수년간 곁에서 지켜본 사람들(예능 전문 작가들과 연출자들)에 의해 나오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 받는 사람도 뜨끔하고, 보는 사람도 아 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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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중훈 쇼'의 질문들은 '우리는 사실 장동건(혹은 김태희, 혹은 주진모, 혹은 김혜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라는 아마추어적인 태도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켜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명색이 토크쇼인데 질문자가 일반 시청자보다도 식견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어 온 것이죠.

그동안 이 쇼의 내용 중 가장 진부했던 것이 소녀시대 편, 흥미로웠던게 장기하 편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유는 뭘까요. 장기하라는 새로운 인물에 대해서는 어차피 제작진도 잘 모르고, 시청자도 잘 몰랐기 때문에 격차가 그만큼 좁혀졌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 쇼의 제작진이 '예능을 다루는 태도'는 5일 엄정화 편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이날 '엄정화의 패션 변천사'라는 간단한 구성 화면이 나왔습니다. 3-4곡 정도의 과거 히트곡 뮤직비디오를 짜깁기한, 상당히 성의 없는 화면이었는데 배경음악은 전부 'D.I.S.C.O'였죠. 이 때문에 화면은 과거 화면이었는데, 박중훈이 "아, 저게 'D.I.S.C.O'때의 모습이군요"라고 얘기하는 실수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충분히 채널을 돌릴 만한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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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 제작진은 구성 단계에서 "오프라 윈프리 쇼에 자막 나오는거 봤어?"하면서 '자막으로 도배된' 무릎팍 도사를 비웃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제작진은 오프라 윈프리 쇼의 소파와 세트는 참고할 줄 알았어도, 그 쇼에 나오는 질문과 대답에 대해서는 전혀 공부하지 않은 태가 역력했습니다. 미국 시청자들이 세트가 멋져서 오프라 윈프리 쇼를 열심히 본 줄 알았나보죠.

'박중훈 쇼'의 교훈은 명확합니다. 아무리 달변의 진행력과 톱스타의 섭외력을 갖춘 훌륭한 MC를 데려다 놓아도 제작진이 그걸 훌륭한 방송으로 승화시킬 능력이 없는 한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톱스타를 데려와서도 망하는 드라마가 한둘이 아닌 것이나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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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갖고 "박중훈은 역시 방송용은 아니었어" 라든가, "&&&는 인제 텄어"라고 치부하기에 앞서 제작진이 먼저 반성해야 합니다. 지난해에도 '교양 마인드로 예능을 건드린' 시도는 몇 차례 있었습니다. MBC에서도 주말 다큐멘터리 코너를 통해 이영애와 비를 밀착 취재(?) 한 적이 있었죠. 두 번 모두 시청자들로부터 '잔뜩 기대했는데 보여준 게 뭐냐'는 질책을 면치 못했습니다. 방송의 내용으로 봐선 피사체가 된 스타들은 만족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꽃등심이나 바닷가재가 만족하면 뭘 합니까. 손님이 좋아해야 식당이 잘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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