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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할배'라는 별명이 김래원에게 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MBC TV '무릎팍도사'에 나온 김래원의 모습이 퍽 신선했던 것은 우선 이런 프로그램에서 김래원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는 것 때문이었을 겁니다.

지난 2003년 MBC TV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정다빈과의 공연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사실 기억을 더 더듬어 보면 김래원은 한방에 올라선 반짝 스타는 아닙니다. 데뷔가 너무 빨랐던 셈이죠. 1997년 김수근 최강희 등이 주연이었던 청소년드라마 '나'에서 이미 모습을 비쳤고 2001년-2002년에 이미 주연급으로 얼굴을 비쳤지만 히트작이 없었을 뿐입니다. 얼마 전 '꽃남' 이민호가 "김래원 선배를 롤 모델로 생각한다"고 말한게 우연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다른 청춘스타들에 비하면 훨씬 긴 시간을 이미 활동해 왔고, 그런 동안 천천히 성장해서 어느새 정상에 위치하게 된 김래원. 그야말로 '요란하지 않은 스타덤'인 셈인데 그의 이런 성장사를 돌이켜보다가 기억나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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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이민호의 태국 방문 얘기 때 잠깐 소개드린 분이 다시 등장합니다. 요즘 태국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한류 관련 행사를 떠맡고 있는 KTCC의 이유현 사장님입니다. 그동안 태국에 다녀온 수많은 스타들 중 이분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죠. 그런 이사장님이 유독 칭찬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김래원입니다.

김래원은 지난해 10월, 방콕에서 열린 한국-태국 수교 50주년 기념 행사에 한류 스타를 대표해 참석했습니다. 당연히 공항에까지 많은 팬들이 몰렸고, 경찰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했습니다. 호텔까지 경찰들이 에스코트를 해 주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여기까지는 여느 스타들과 똑같았다는 거죠.

그런데 김래원은 여기서부터 달랐습니다. 호텔에 도착한 김래원은 자신을 호위해준 경찰관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감사 인사를 하더라는 겁니다. "이때부터 김래원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이 이사장님의 증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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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의 사소한 일들은 생략. 그 다음은 행사를 마치고 귀국하던 날의 김래원입니다. 이사장님의 부하 직원의 증언은 대략 이렇습니다.

호텔에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던 김래원은 진을 치고 있던 많은 팬들이 택시를 타고 자신을 따라 공항까지 오려고 준비하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는 가이드를 통해 태국 현지 직원(바로 이사장님의 부하 직원이죠)에게 '공항까지 택시비가 얼마나 드냐'고 물었다는 겁니다. 얼마라고 대답하자 김래원은 그 팬들에게 다가갔습니다.

김래원은 통역을 거쳐 "공항까지 멀고, 택시비도 많이 나온다. 또 중간에 들를 곳이 있어 바로 공항으로 가지도 않는다. 공연히 고생할 필요 없이 여기서 이별을 하자"고 한 뒤 단체로 사진 촬영까지 마쳤다고 합니다. 이 현지 직원이 "이런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고 하더라는군요.

뭐 더 많은 팬 인파를 경험해 본 사람들은 '호텔에 와 있던 팬들이 별로 없어서 그게 가능했나 보지'라고 웃어넘길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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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알고 나서 '무릎팍 도사'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김래원은 스스로 '재미 없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자신이 남을 웃기거나 즐겁게 하는 데 큰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털어놓더군요.

이날 방송 분량은 평소 다른 스타들에 비해 조금 짧았습니다. 브라운관에서의 '재미'를 위해 뽑아낼 부분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죠. 글자 그대로 '예능에는 최악의 출연자'라고 꼽을 만 했습니다. 물론 그런 경우라도 '무릎팍 도사'의 재미를 보장하는 것이 강호동과 유세윤의 몫인 만큼 어제는 두 MC의 활약이 유난히 빛났습니다. (강호동의 사과 개인기 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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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연예계에서 '겸손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굳혀가고 있는 김래원이 말한 일화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건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가 끝날 때까지 말을 놓지 못하고 (상대역인 김태희에게) '태희씨'라고 물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이런 사람 보다는 오히려 약간 오버하는 사람이 상대를 더 편하게 해 줄 때도 있습니다. 결코 장점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는 경우지만, 여기서 또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연기자 중에는 차인표가 상대방에게 '말 못 놓는 배우'로 유명합니다. 영화 '닥터 K'를 다 찍도록 상대역 김혜수에게도 '혜수씨'라고 불렀다는 것을 비롯해 함께 출연한 배우들 가운데 말을 놓고 오빠-동생, 혹은 형-동생 하는 경우가 더 드믈 지경입니다. 이 부분에서 묘하게 두 배우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은 우연한 일은 아닐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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