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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내린 비가 이미 부산 앞바다를 장악한 비키니 열풍을 잠잠하게 한 주말, MBC TV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그냥 '친구')' 1회와 2회가 방송됐습니다.

과연 800만 관객을 동원한데다 글자 그대로 전설이 되어 버린 영화를 어떻게 드라마로 다시 만들까, 굳이 드라마로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1회에서 현빈과 장동건의 연기 논란이 뜨겁게 일기도 했지만, 결국 1회와 2회의 의미는 '이 드라마를 왜 만들었는가'에 대한 곽경택 감독의 대답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1회에선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니가 가라, 하와이" 시퀀스가 방송됐습니다.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드라마의 결론, 뭐 감출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이었겠죠. 배우는 달랐지만 전복되는 얼음 트럭까지 영화 그대로 재현된 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1회와 2회에 걸쳐 과연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첫 단서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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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를 보고 난 사람들 중 절대 다수는 당연히 동수(장동건)의 죽음은 준석(유오성)이 지시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두 조직간의 갈등이 갈 데까지 가 있었고, 수습하기 위해선 동수와 준석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할 상황이었죠. 그리고 준석이 동수의 아지트를 떠나기 전 던진 담배가 '타협의 여지는 없다. 동수를 제거하라'는 명령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기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준석의 모습과 '건달은 쪽팔리면 안되잖아'라는 대사를 증거로 댑니다. 즉 준석은 동수 살해와 무관하지만 조직의 논리에 의해서, 혹은 죽은 동수의 체면을 위해서 자신이 배후라고 자백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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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들으면 해석 과잉이란 생각도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조직과 조직간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동수는 양쪽 조직 모두로부터 제거 대상 1호가 됩니다. 동수와 준석은 모두 조직의 보스는 아니고, 더 상위에 있는 보스의 지휘를 받는 입장입니다. 양쪽의 최고 보스들이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사태를 수습하려면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동수를 제거하는 것으로 '성의 표시'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준석이 상관이 없다면 동수의 죽음은 (1) 준석의 조직 상부로부터 준석을 건너 뛰고 내려진 암살 지시 (2) 동수의 조직 상부로부터 내려진 제거 명령 등 둘 중 하나로부터 나온 결과라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동수의 심복이었던 은기(정호빈)이 동수 살해의 순간 뒤에서 동수의 팔을 잡고 암살에 협조하는 장면이 보이기 때문에 (2)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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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드라마. 2회에서 준석(김민준)은 진숙(왕지혜)에게 "동수는 내가 죽인 거나 다름 없다"며 괴로워합니다. 진숙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며 위로하죠. 그리고 1회에서는 동수의 보스(이재용=영화와 같은 역입니다)가 "그놈들(동수와 준석)이 우정 생각을 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곽경택 감독은 영화를 만든지 8년만에 드라마 '친구'를 통해 동수는 조직의 논리에 따라 같은 편에 의해 제거된 것이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이런 해석이 마음에 드는 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처음 생각했던 대로 '친구끼리도 죽고 죽이는 이야기'라는 쪽이 보다 현실에 맞는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자칫하면 지금의 드라마 이야기는 '좋은 건달과 나쁜 건달이 있다'는 허황된 이야기로 흐를 가능성이 보입니다.

아무튼 영화 '친구'는 누가 뭐래도 진하디 진한 건달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과연 방송용 소재로 적합한가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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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모자이크로 떡칠을 하면서까지 굳이 방송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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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에는 그리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현빈은 영화보다 훨씬 더 비중이 커진 동수 역할을 소화하는 데 있어 할만큼 했다는 느낌입니다. 문제의 '니가 가라 하와이' 신에서는 현빈이 문제가 아니라 김민준의 연기가 눈에 걸렸습니다.

수세에 몰렸지만 자존심을 잃지 않고 친구에게 도피를 권유하던 영화판의 준석 유오성에 비해 드라마 친구의 준석 김민준은 누가 봐도 겁에 잔뜩 질려서 제발 하와이로 도피해달라고 비는 얼굴이더군요. 이런 준석은 영화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유오성이 너무 명연을 펼친 터라 김민준으로서는 좀 역부족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드라마 '친구', 다음 주부터는 진숙을 둘러싼 세 친구의 첫사랑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듯 합니다. 아무래도 폭력성 시비를 줄이려면 액션은 최소화하고 개인사를 파고 드는 수밖에 없겠죠. 영화만 봐서도, 동수 역시 진숙을 좋아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부분이 보다 적극적으로 묘사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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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똑같았나 했더니 옷 색깔과 머리칼 방향이 바뀌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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