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다함의 매화'가 호기심을 자극한 MBC TV '선덕여왕'의 한편이었습니다. 물론 일부러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시도이니 6일 방송에서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것은 뻔하지만 아무튼 정보 빠른 네티즌들에 의해 이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사다함의 매화는 월력, 즉 달력이었죠. 미실이 기우제를 지내자 바로 비가 온 것도 사실은 미실이 선진 책력을 이용해 천기를 짐작한 덕분이었던 겁니다.

과학 기술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은 김영현 작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미 '서동요' 때, 시청자들이 기대하던 신라와 백제의 패권 다툼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전파 이야기에만 주력하다가 시청률이 고비(30%)를 넘기지 못한 기억이 여전하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김작가는 다시 과학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물론 '서동요'때는 지나치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꽤나 근거 있는 이야기가 될테니 - 어차피 드라마 후반에 첨성대 이야기가 나와야 할테니까요 - 너무 과학 기술 이야기에 깊이 빠지지만 않는다면 이번엔 시청률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아무튼 달력은 달력이고, 사실 사다함과 미실 사이에는 다른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화랑세기'가 부인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의혹이 짙은 부분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사다함의 매화'가 달력이라는 것은 제작진의 1급 비밀이었지만 드라마가 끝난 직후 검색해보니 이미 '매화의 정체는 달력'이라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더군요. 뭐 짐작으로 맞췄다 해도 사실 그리 엄청난 건 아닙니다. 소화와 덕만 얘기에서도 달력 이야기가 나왔고, 6일 방송 끝자락, 다음회 예고에 보여준 '책력(冊曆)'이라는 글자(위 사진이죠)가 이미 답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의 각국은 이미 모두 국가 지정 달력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미실 혼자 독점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듯도 하지만, '보다 정확한 달력'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몰래 감춰 둔 승려는 그걸 신라의 날짜에 맞춰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봐야 하겠죠.

아무튼 아쉬웠던 것은 미실과 사다함의 러브스토리가 너무 축소됐다는 것입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이 이야기는 그 자체가 드라마 한편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을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지난번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번 포스팅에서 빠진 내용에 대해 몇가지 기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사다함은 삼국사기 열전 4권에 전기가 나오는 실존 인물입니다. 실존 여부가 분명치 않은 미실이나 설원 등 '화랑세기'의 주요 인물들(혹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물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뜻이죠.

 

그런 의미에서 '화랑세기'는 사다함을 중심으로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실은 사다함의 옛 연인이며, 설원은 사다함과 어머니가 같은 형제입니다. 둘 사이는 참 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공이 설성(설원의 아버지)의 어머니를 첩으로 취하자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은 소년 설성을 정부로 취해 설원을 낳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설원랑의 입장에서 보면 구리지공은 할머니의 정부이면서 어머니의 남편이라는 복잡한 촌수입니다.^

하지만 '화랑세기'의 이런 기술과는 달리 정사인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사다함은 그냥 씩씩한 화랑일 뿐입니다. 16세의 나이로 5천 병력을 거느리고 대가야 정벌의 선봉을 맡았고,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지만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조한 친구 무관랑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병들어 죽어간 비운의 화랑입니다.

그러나 '화랑세기'에 따르면 사다함이 죽은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다시 한번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첫번째 이유는 전쟁에 나간 사이 연인이던 미실이 세종전군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무관이 자신의 낭도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화랑세기' 기록에 따르면 금진은 미실 못잖은 남자 밝힘증 환자입니다. 설성을 비롯해 다섯 남자를 동시에 거느렸고, 아들의 친구인 무관랑도 정부로 삼습니다.

사다함은 이를 알고도 뭐라 하지 못했지만, 사다함의 낭도들은 풍월주의 어머니를 탐한 무관을 용서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무관은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오는 사다함의 낭도들로부터 달아나다가 해자에 떨어져 죽고, 무관이 비참하게 죽어간 데 대해 사다함은 비애를 이기지 못합니다. 두 겹의 슬픔이 사다함을 일찍 숨지게 한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다함 역의 박재정과 미실 역의 유이... 대사가 하나도 없는게 영 아쉽군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세종과 미실 사이에선 아들 하종이 태어납니다. 네. 지금 김정현이 연기하고 있는 바로 그 하종입니다. 과연 이 하종의 친아버지가 누구냐 하는 것이 오늘의 미스터리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에 대한 '화랑세기' 세종전의 기록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천주사에서 사다함의 명복을 빌었는데 그날 밤 과연 사다함공이 미실의 품에 들어오며 "나와 그대가 부부가 되기를 원하였으니, 그대의 배를 빌려 태어날 것이다" 하였다. 미실이 세종공에게 아뢰니 공 또한 이상하게 여겼다. 바로 임신이 되어 하종공을 낳았다. 하종공은 모습이 사다함과 심히 비슷하였다. 그러므로 세상에서는 혹 사다함과 정을 통할 때에 이미 임신을 하고서 입궁하여 낳은 아들이라 하나, 그렇지 않다.

누가 봐도 저 '그렇지 않다' 가 너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또 미실이 진흥왕의 총애를 독차지하여 권세가 날로 높아가는 대목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사다함의 영혼이 미실의 가슴 안에 있으며 좋은 계책으로 도와주는 덕분이라고 하였다.

물론 '화랑세기'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이 자손을 낳을 때 한 여자가 아버지가 제각각인 아이들을 낳는 것은 흉이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이미 아버지가 죽고 없는 아이라면, 왕의 아들인 전군의 아들로 포장하는 것이 죽은 화랑의 아들이 되는 것 보다는 장래를 위해 훨씬 나을 것입니다. 세종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하종은 뒷날 전군의 칭호를 달고 왕자 대접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봐도 하종의 생부는 세종이 아니라 사다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아무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이 '사다함의 좋은 계책'이 바로 달력이 된 셈입니다. 혹시 '선덕여왕'에서도 나중에 언젠가 세종의 입으로 "하종이 내 아들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뭐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그나저나 대남보가 미생의 아들이었다니, 실망입니다.

미실이 왜 조카를 못 알아보는지 궁금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본래 미생은 수많은 첩들로부터 수많은 아이들을 낳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선덕여왕'에서도 미실이 미생에게 "아우님은 자기 아이들 이름은 다 압니까?"하고 면박을 주는 장면이 나왔죠.

 

대남보가 누군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마음에 드시면 추천 버튼을 눌러 주셔도 괜찮습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엘멘자 1등? 2009.07.07 08:34
  • 프로필사진 엘멘자 와우!
    정말 1등이네요~~
    여기는 외국이라 한국 드라마 다운 받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버퍼링도 오래 걸리는데 빨리 볼 수 있는 사이트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2009.07.07 08:38
  • 프로필사진 송원섭 외국 일은 외국에 계신 분들이... 근데 어디신가요. 2009.07.07 09:32
  • 프로필사진 교포걸 MBC 드라마는 imbc.com에서 해외용 서버를 (국내용 보다 조금 비쌉니다) 이용하시면 훨씬 더 빠르고 버퍼링도 없습니다. 제가 국내용이 속터지게 느린 바람에 해외용으로 한번 써봤더니 스트리밍이 안정적으로 되더군요. 저 MBC 직원 아닙니다 ^^ 2009.07.07 13:03
  • 프로필사진 엘멘자 감사합니다. 2009.07.07 23:49
  • 프로필사진 후다닥 오옷 2등이군요....
    마지막줄에 오타를 발견했습니다 "그나자나" ....
    급하셨나봐요... ^^;;
    어제 방송분은 와이프 퇴근 기다리면서 차에서 보느라
    대충 봤더니 내용이 헷갈리네요...
    달력이 그런 무서운 무기가 될수도 있었군요...
    요새 조금씩 스토리가 늘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부디 쭉쭉쭉 진행시켜주길 바랍니다.. ^^;;;
    2009.07.07 08:57
  • 프로필사진 후다닥 유이 고현정씨랑 꽤 비슷하네요...
    요즘 여자 아이돌 대세는 유이라고 하던데 말이죠...
    그래도 저는 에이트 주희가 좋아요....
    2009.07.07 08:59
  • 프로필사진 송원섭 에이, 어릴적 고현정이 훨씬 예뻤죠. 2009.07.07 09:32
  • 프로필사진 후다닥 ㅋㅋㅋ 그거야 물론이죠...
    고현정 대학1학년때 한번 잠깐 봤는데
    후광이 아주 그냥~~~~~
    2009.07.07 10:33
  • 프로필사진 고리 저도 대학 1학년땐가 2학년땐가 드라마(아마도 모래시계인듯) 찍고 있는 걸 봤더랬지요. 태어나서 투명한 피부는 처음 봤습니다. 비유가 좀 그렇지만 고치가 되기 전의 누에같다고나 할까요.. 2009.07.07 16:01
  • 프로필사진 삐에로 잘읽었습니다. 달력이었구나~ 2009.07.07 09:16
  • 프로필사진 송원섭 ^^ 2009.07.07 09:33
  • 프로필사진 TV익사이팅 사다함과 미실과 사이에 또 어떤 비밀이 있을 지 매우 기대됩니다. 미생은 자녀가 100명이 넘었다고 하니 참 정력도 좋습니다. 미실의 동생이라 그런걸까요? ㅎㅎ 송원섭님의 말을 들으니 사다함의 매화는 달력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도 기대가 되네요! ^^ 2009.07.07 09:39
  • 프로필사진 후다닥 셋도 버거운데 100명이라니... 2009.07.07 10:34
  • 프로필사진 아웅=ㅁ= 100명의 자손중에 첩실이 낳아서 댈고 온 자식도 포함된다고 하더군요 미생이 좀 색을 밝혀서 그렇지 아이들을 워낙 좋아해서 많은 첩실이 낳은 자식중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도 똑같이 사랑했다고 합니다. 2009.07.07 11:43
  • 프로필사진 zizizi 83번째 아이가 괜찮더이다~ 하는 미실의 대사가 너무 웃겼더랬지요. 2009.07.07 21:20
  • 프로필사진 선우재우부 불교가 4세기에 우리나라에 전래된 이후 조선시대가 될 때까지 불교의 영향 하에 태음태양력(윤달을 끼워 넣은)을 사용해 왔을 것입니다.
    종교라는 게 해마다 치룰 행사가 많았을 것이고, 7세기 초라면 어느 정도 역법은 안정되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9.07.07 09:45
  • 프로필사진 후다닥 그럴수도 있겠네요
    제갈량이 동남풍 불러오는 시절도 아닌다음에야...
    2009.07.07 11:12
  • 프로필사진 ㅎㅎㅎ 어제 사실 관심이 간건 카레 에피소드였습니다. 과연 삼국시대 때 우리나라에 카레가 들어왔을까요? 웬지 좀 아닌 것 같아서 방금 찾아봤더니 위키에 나와있는 내용으로는 카레는 우리나라에 일제시대에 와서야 전해졌다는군요.
    물론 덕만이 타글라마칸 사막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설정 자체가 허구입니다만... 작가들이 그 설정을 한번 잘 써먹은 것 같네요.
    미실의 아역이 회상신에서 대사가 하나도 없는 건 제작진의 고육지책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대사가 들어가서 연기를 해야되기 시작하면 과연... 물론 미실의 아역을 좀 길게 넣어서 연기도 제대로 해야 된다면 다른 아역을 캐스팅했을지도 모르죠.
    2009.07.07 10:54
  • 프로필사진 후다닥 박재정씨도 부담스러웠을 수 있겠죠... 2009.07.07 11:13
  • 프로필사진 송원섭 카레 재료나 다 있었는지. 2009.07.07 11:48
  • 프로필사진 너구리 울금이라는게 우리나라에 있는건 사실인듯. 저번에 패떳에 카레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황정민씨가 출연해서 울금 열심히 빻아서 카레 만들었지요. 울금의 뿌리를 말린것이 강황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카레의 주재료라고 합니다. 맛있다고들 먹던데요. 박예진씨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니 작가가 보고서 아이디어를 얻은듯 합니다. 2009.08.09 01:34
  • 프로필사진 아웅=ㅁ= 구리지공은 설원의 할머니를 첩으로 취했어요.
    구리지공이 설원의 할머니를 첩으로 취했는데
    이미 사가에서 설성을 낳아서 기르고 있었습니다.
    구리지공이 설성(설원의 아빠)를 귀엽게 봐서
    자신의 무관으로 삼았고 금진낭주가
    구리지공이 전쟁에 나간틈에 설성을 취했죠
    그래서 태어난게 설원이랍니다.
    좀 복잡해요 ㅠㅡㅠ
    2009.07.07 11:28
  • 프로필사진 송원섭 네. 잠시 혼동했던 것 같습니다.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7.07 11:49
  • 프로필사진 예고에서... 저 휙 지나가는 책 제목에 아예 '책력'이라고 써 있었군요. 다음부턴 예고도 똑똑히 봐야겠어요. 2009.07.07 12:06
  • 프로필사진 대한민국 황대장 항상 글을 보면 가장 현실적으로 이야기 하시는 것 같아요
    참 복잡한 성관계가 그 시절 많았다는 것은 들었는데 선덕여왕을 보면서 놀라는 면이 너무 많이 들어요
    너무 부러운 사람도 있구요 ^^;;;
    2009.07.07 12:44
  • 프로필사진 송원섭 대체 누가 부러우신지... ^^; 2009.07.08 13:35
  • 프로필사진 대한민국 황대장 전 아이를 10명만 가져도 아마...^^ 2009.07.08 23:21
  • 프로필사진 echo 드라마를 안봐도 내용이 다 따라가 지는군요.^
    다음편이 궁금해집니다.
    2009.07.07 13:06
  • 프로필사진 루비 정말 요즘보다 더 개방적인 시대였군요~
    선덕여왕 재밌게 보고있는데 도움이 되는 포스팅
    감사드립니다 ^^
    2009.07.07 19:57
  • 프로필사진 zizizi 읽을수록 궁금한 게, DNA 확인도 안 되는 시대에 어찌 누가 누구의 아들인지 딱딱 잘라서 알고 있는 건지?? 미실도 그렇고, 언급하신 금진도 그렇고. 서로 철저히 날짜를 나누었던 건가... -_- 2009.07.07 21:20
  • 프로필사진 송원섭 여자들은 다 안다던데요? 2009.07.08 13:36
  • 프로필사진 교포걸 이제 이곳 한인방송국에서도 오늘 드디어 선덕여왕을 시작했네요 (인터넷과 인공위성 시대에 왜 이리 느린건지). 고현정이 참 멋있게 나오네요. 여배우로서 욕심나는 배역이었겠어요. 2009.07.08 11:23
  • 프로필사진 송원섭 welcome to Shilla world! 2009.07.08 13:38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