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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1박2일'이 다음주까지 글로벌 특집으로 진행됩니다. 미국, 영국, 루마니아, 코트디브와르(아이보리코스트), 일본, 인도에서 온 각국 젊은이들이 기존의 1박2일 멤버들과 각각 파트너가 되어 프로그램에 출연했습니다.

이미 친구를 한명씩 데려와 보기도 했고, 일반인 한 부대씩을 이끌고 1박2일을 치러본 적이 있는 멤버들이라 외국인이라고 해서 그리 어려울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 게다가 1박2일 멤버들이야 원래 연예인이라 그렇겠지만, 새로 등장한 외국인 친구들의 끼는 못말릴 정도더군요.

이 대목에서 우리가 느낄 만한 점이 있습니다. 이날 방송에 나온 친구들은 '한국인의 좋은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객지인 외국에 와서도 잘 적응하고, 한국 방송에까지 출연해 시청자들을 웃기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외국에 나가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도 사랑받는 외국인이 되면 더 좋지 않을까요?

1박2일 글로벌 특집의 교훈은 '어떻게 하면 사랑받는 외국인이 될 수 있을까'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간단합니다. 입장만 바꿔 놓고 생각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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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그 나라 말을 쓰려고 노력해라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가려고 결심하면 6개월 전부터 그 나라 말을 배우는 사람이 있습니다. 뻥 아닙니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와 6개월 사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말을 배울 수 있는 지능을 모두 갖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이건 그냥 예로 든 겁니다.
아무리 형편없는 가이드북이라도 그 나라 말을 어느 정도 소개하지 않는 가이드북은 없습니다. 하다못해 인삿말이라도 좋습니다. 그 나라 말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합시다. 패키지 여행만 가도 가이드는 처음에 그 나라 인삿말과 몇가지 표현을 가르쳐 줍니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 말을 한번이라도 써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그냥 듣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과연 그 나라 사람들이 볼 때 어느 쪽에 더 정이 갈까요.
소위 세계 공용어라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웬만한 지역에 가면 불편 없이 지내다 올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현지어 인사말 한 마디는 팁보다 좋은 효과를 낼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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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말은 못해도 좋다.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여라

자, 인삿말은 할 수 있다. 그래도 의사소통은 언감생심. 특히 '외국어 울렁증'이 많은 분들은 아예 말을 못 꺼냅니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 함부로 영어로 입 열었다가 전혀 '외국인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현지인들의 따발총같은 말투(...이건 누가 뭐래도 미국인들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에 찔끔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더욱 그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외국을 몇번 나가 본 결과, 양쪽 모두 소통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사람과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습니다. 말을 할 줄 알고 모르고보다는 이 의지가 중요합니다.
'1박2일' 글로벌 편에서 감탄한 건 아프리카 출신의 와프입니다. 한국어 실력이 여섯명중 가장 처지는 사람이지만, 눈치 하나로 뭐든 해결할 수 있는 재치가 돋보였습니다. 눈치 하면 또 한국 사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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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나라에 대해 공부해라.

미국 출신 출연자가 시애틀 출신이라고 하자 강호동이 "오바마의 고향?"이라고 했다가 아니라고 하자 부끄러워하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시카고도 고향은 아니죠. 오바마씨는 하와이 출신입니다) 어쨌든 이런 말이라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감동적인 건 청산도를 걷다가 "아리랑 노래 부를때 이 길 아니야?"(위 사진)하던 단의 말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단은 '서편제'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세 주인공의 '진도 아리랑 신'(아래 사진)을 보았던 겁니다.
이 말을 들은 한국 사람도 '서편제'를 봤다면, 단의 말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이 말 한마디로 단은 '나는 한국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람의 친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다른 말 백마디 보다 분명하게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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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루마니아에 갔다고 칩시다. "우리(루마니아) 축구 예전에는 잘 했는데 요즘은 영 별로다"라고 말하는 현지인들에게 "무슨 소리냐. 게오르그 하지는 정말 최고의 선수였다"고 말해줘 보십쇼(물론 무투도 좋습니다). 얼마나 좋아하겠습니까. 하다못해 "어려서 코마네치의 팬이었다" 정도만 해 줘도 좋아할 겁니다. 이날 출연한 와프가 제기를 찰 때 "와, 디디에 드록바(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첼시 스트라이커)의 나라 출신이라 역시 대단하구나"하면 얼마나 좋아할까요.
90년대에도 유럽에서 기차 타고 배낭여행을 하다가 네덜란드 사람을 만나면 아무 맥락 없이 "루드 훌리트, 반 바스텐, 라이카르도, 요한 크루이프!" 라고만 해도 치즈와 하이네켄 맥주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요즘은 오히려 그쪽에서 '박지성!'해서 한국 관광객들로부터 뭘 얻어 먹을지도...).
예를 축구로 들어서 그렇지, 그 나라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은 결코 실패하지 않습니다. 공부하고 갑시다.



4. 그 나라 음식을 먹어라.

요즘은 용병 선수들이 흔해져서 그렇지 프로야구나 농구의 용병 도입 초기에는 지겨울 정도로 '토종 용병'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습니다. 어느 구단의 아무개는 곰탕에 밥을 말아 김치를 척척 얹어 먹네, 아무개는 보쌈에 굴김치가 없으면 못 먹네, 아무개는 청국장도 먹네...
그렇습니다. 음식만큼 친근감을 자아내는 것도 드물죠. '똑같은 것을 먹는 사람=통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에서 6개월 이상 산 외국인 가운데 "개고기 먹을래?"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굉장히 붙임성이 없는 사람일 겁니다.
'1박2일'에서도 묵은지에 회를 싸먹는 외국인들의 식성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미녀들도 말합니다. 한국 식당에 가서 한국어로 "아줌마, 소주는 써비쓰!"하면 술값은 안 내도 된다는 거죠.
물론 닳고 닳은 관광객 전용 식당에서는 이런게 통할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어느 나라를 가건 현지인들이 가는 식당을 가 봐야 하는 겁니다. 외국인이 발품 팔아 찾아온 걸 신기하게 여기는 그런 식당에서는 "맛있다. 뭐 다른 건 없어?"라고 할 때마다 신이 난 주인들이 더 맛난 걸 가져옵니다. 원래 사람이란 그러게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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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말이라도 조심해라.

이미 2번 항에서 얘기했지만 신기하게 한마디도 모르는 나라 말이라도, 의미는 그대로 전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말하는 사람의 표정과 억양만 봐도 이게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는 귀신같이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해외에 나가면 "한국말로 하는 건 절대 안 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큰 소리로 방문한 나라를 욕하는 것도 결코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옆에 있으면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속담이 생각나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6.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봐

해외에서 처음 만나는 미국인들에게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건 "나는 미국이 싫으니 내 앞에서 썩 꺼져"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요즘은 별로 없겠지만 예전엔 일본 사람만 만나면 "독도가 어느 나라 땅이야?"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김C가 이날 한 말 중에 위태위태한 것이 있었습니다. 아프리카 출신인 와프에게 "우리보다 이 프로그램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야생의 땅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혹시 아프리카 출신이라는 이유로 와프는 야만인이나 원시인 취급을 받는데 진력이 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아프리카에 미개척 지역이 많다고 해서 와프가 나무에 매달려 야자열매를 따 먹다가 온 건 아니겠죠. 이런 식의 표현은 매우 위험합니다.
베트남에 가서 "우리 삼촌이 월남전때 와서 무공훈장 받았다던데..."라는 말로 '방문국과 나의 인연을 얘기해서 친근감을 두텁게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가끔 있습니다. 터키에 가서 친숙하게 보이려고 "아, 나 알란 파커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보고 터키에 꼭 와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면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지도 모릅니다. 터키를 소재로 한 영화인 건 분명하지만 이 영화 속의 터키 교도소는 생지옥입니다. 일본에 가서 "태어나서 가장 신났던 영화가 '일본 침몰'"이라고 말하는 식일 겁니다.
3번의 '공부하자'는 말과 통하는 얘깁니다. 어설프게 알면 사실 좀 위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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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얘기하면 "미국 사람들은 우리 나라 와서 제멋대로 하는데 왜 우리라고 나가서 눈치를 보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네. 미국 사람 뿐만이 아니라 잘 사는 나라일수록 밖에 나가서 현지인들의 눈치를 안 보는 경향이 있죠. 이런 질문을 받으면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현지인들에게 그 사람들처럼 보이고 싶으면 맘대로 하라"고 해야겠죠. 우리가 무시당한 걸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걸로 풀고 싶다면 그걸 누가 말리겠습니까. 다만 그런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괜히 피해보는 동포들을 위해서라도 웬만하면 외국은 나가지 말라고 말리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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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자나 후편에서도 역시 와프의 활약이 돋보일 듯 합니다... 아, 그리고 인도 청년의 '뚫훅송'도 오랜만에 참 반갑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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