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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 감독의 '해운대'의 천만 관객 동원이 기정사실이 됐습니다. 한국 영화 사상 다섯번째의 위업이고, 과연 어디까지 더 갈지가 궁금합니다.

사람 힘만으론 안되고 하늘이 도와야 가능하다는 천만 관객 동원, 대체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윤제균 감독의 힘, 설경구와 하지원, 그리고 이대호(^^)의 열연, 김인권과 이민기의 탁월한 재능 발휘, 해운대라는 친숙한 환경이 사라진 폐혀의 모습, 등등은 이미 수없이 거론됐던 부분들입니다.

하지만 '해운대'라는 영화 바깥에서 천만 관객 동원을 지원한 세력들이 있습니다. 바로 외부 세력들입니다. 과연 누가 '해운대'를 외부에서 도와줬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물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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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발 금융위기

참 멀리 간 얘기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대체 금융위기가 영화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셨던 분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게 그게 아니라는 걸 아실수 있을 겁니다.

1991년 '터미네이터2'가 최초로 제작비 1억달러 선을 돌파한 이후 거의 20년, 이제 여름 시즌을 겨냥한 할리우드 블럭버스터의 예산은 평균 1억달러를 넘긴 지 오래입니다. 1억5천-2억달러 선의 영화도 한 시즌에 두세편씩 개봉되는게 보통이죠. 한국 돈으로 는 2000억원에서 5000억원까지의 돈이 왔다 갔다 합니다.

아무리 할리우드라지만 이런 돈을 쌓아놓고 장사하는 영화사는 없습니다. 대개 영화 제작 단계에서 제작비 투자를 받죠.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월 스트리트를 싹 쓸어버린 금융위기는 블럭버스터 투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결과는 올해 여름, 할리우드의 이렇다 할 블럭버스터가 최소한으로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난해와의 차이는 다음 항목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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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트랜스포머 2

2억 달러가 들어간 대작 '트랜스포머 2'는 현재까지 미국 내에서만 약 4억달러 가까운 돈을 긁어 모았습니다. 지난 6월24일 국내에서 개봉한 뒤에도 740만 관객을 쓸어모았죠. 전 세계적으로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 될 전망입니다. 그런데 왜 이게 '해운대'의 흥행에 도움이 됐다는 걸까요? 위 항목과 연계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될 영화에 투자가 끊기는 법은 없습니다. 금융위기일수록 확실한 곳에 투자가 몰리는 법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올해, 2년만에 마이클 베이가 감독하는 '트랜스포머'의 속편이 나온다는 사실은 다른 영화에 대한 투자가 쑥 들어가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결과 올해는 대자본 영화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극명합니다. 바로 1년 전 여름 시즌 할리우드의 공세는 대단했습니다. '월E'와 '쿵푸팬더' 등 애니메이션 대작을 비롯해 '다크나이트' '핸콕' '원티드' '아이언맨' '헬보이2' '마마미아' '미이라3' '인크레더블 헐크', 그리고 '인디애나 존스 4'가 줄줄이 개봉했습니다. 5월 말 이후 개봉 일정에서 대혼전이 벌어졌습니다. 지난해의 한국 영화들인 '님은 먼곳에' '놈놈놈' '눈눈이이' 등은 이런 대작들과 힘겨운 정면승부를 펼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헐렁했습니다. '트랜스포머 2'와 앞서 개봉한 '터미네이터4',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와 '지.아이.조' 정도를 빼면 이렇다할 대작이 보이질 않습니다. 일찌감치 개봉한 '천사와 악마'를 합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미국 국내 흥행을 살펴봐도 대작들이 사라진 결과 한 여름의 황금 시즌에 '행오버(Hangover)'같은 3500만달러짜리 소품(^^)이 2주씩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억60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기현상까지 벌어지더군요. 이런 영화들은 국내 개봉 일정도 불분명합니다.

이렇게 해서 금융위기와 '트랜스포머 2'의 합작으로 '해운대'는 할리우드의 대작 블록버스터가 사라진 여름을 맞았습니다. '트랜스포머 2'는 경쟁작들을 사전에 봉쇄하면서 이 '해운대'의 천만 관객에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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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리 포터

그 몇 안되는 블럭버스터 가운데 '해운대'의 가장 강력한 위협으로 꼽힌 것이 바로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입니다.

하지만 시사회가 끝난 뒤 '해운대' 쪽은 쾌재를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반응이 완전히 썰렁했기 때문이죠. 물론 해외에서의 해리 포터는 여전히 위협적입니다. 시리즈 6편인 이런 작품도 세계적으로는 4억달러 이상의 돈을 걷어들이며 순항중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개봉 초기 악평이 쏟아진 가운데 전편들에 비교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너무나 음울하고, 특별히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소설에서도 6부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맹점이라고 보는게 일반적입니다) 때문에 '해리 포터' 시리즈의 골수 팬들 외에는 대부분 실망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해운대'는 '트랜스포머 2'를 피하고 '해리포터'가 예상보다 약했던 덕분에 견제 세력이 사라진 고삐 풀린 말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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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스 울릭

'해운대'가 개봉을 앞둔 올 상반기, 홍보의 초점은 한스 울릭이라는 시각효과 전문가였습니다. 뉴욕이 빙하기를 맞는 영화 '투모로우', 거슬러 올라가면 '스타워즈' 시리즈에 참가했던 CG의 대가죠. 특히 '퍼펙트 스톰'에서는 대양을 휩쓰는 해일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스 울릭과의 협업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돌았습니다. 심지어 영화에 참여한 관계자들의 입을 빌어 "할리우드에 비싼 돈 내고 갔는데 정작 배울게 없더라. 괜히 돈만 날린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결정타가 된 것이 일찍 공개된 예고편이었습니다. 해운대를 휩쓰는 엄청난 해일이 강조된 예고편을 본 순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금 과장하면 '해운대 망했다'는 소문이 쓰나미처럼 번져갔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제작진이 전면 재편집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죠.

사실 CG는 아무리 좋아도 영화의 성패를 결정하지 못합니다. 이건 세계적인 거장들도 여러 차례 경험한 교훈입니다. 한스 울릭이 만들어 낸 '해운대'의 비주얼은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이게 영화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물론 아주 나빴다면 그건 치명타였겠죠).

어쨌든 울릭은 '해운대'가 영화의 방향을 CG와 쓰나미 자체가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드라마에 맞추게 하는 데 큰 영향을 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가 중심이 되면서 비로서 '해운대'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영화가 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뜻하지 않은 기여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하긴, 이렇게 쓰고 보니 네가지 요인 중 의도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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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네 팀(?)의 외부 조력자들을 살펴봤습니다. 물론 조건이 갖춰진다고 그냥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제균 감독이 관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면 천만 관객이란 꿈에 불과했을 겁니다.

아무튼 최고의 공헌자는 당연히 윤 감독과 직접 영화를 만든 사람들입니다. 이 글에 나오는 네 팀의 조력자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 영향의 크기라는 건 그냥 웃고 넘어가셔도 될 겁니다. 혹시라도 "영화는 아무것도 아닌데 여건이 좋았다"는 얘기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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