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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본드걸'로 불리는 김연아가 또 일을 터뜨렸군요. 잇달아 세계 신기록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데 김연아의 이번 안무를 '본드걸'이라고 부르는 건 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도 듭니다. 음악이 제임스 본드 테마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이 안무에서 김연아의 역할은 제임스 본드 영화에 나오는 본드걸의 역할이 아니라 007 제임스 본드의 역할인 거죠.

뭐 쓸데없는 얘기긴 합니다. 그건 그냥 그렇고, 오늘 할 얘기는 진짜 피겨 스케이트 선수 출신으로 007 영화에 본드걸로 출연한 배우가 있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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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 중 1981년작인 '유어 아이즈 온리(For your eyes only)'는 본드 팬들에게도 사실 그리 인기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시나 이스턴이 부른 주제곡은 대대적으로 히트했고 이 영화의 메인 본드 걸인 캐롤 부케는 역대 최고로 칠만 하지만, 그다지 긴박감을 주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에는 악당이 키우는 피겨 스케이터 역으로 린 홀리 존슨이라는 배우가 나옵니다. 얼굴을 보시면 기억하실 분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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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생인 린 홀리 존슨(Lynn Holly Johnson)은 1974년 전미 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한 유망주였지만 프로 진출을 위해 1977년 아마추어 경력을 포기합니다. 이렇게 해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갈 일은 없어진 것이죠.

대신 1978년, '사랑이 머무는 곳에'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개봉됐던 '아이스 캐슬(Ice Castles)'라는 작품으로 영화에 데뷔합니다. 린 홀리 존슨의 징크스인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 역시 영화 자체보다는 멜리사 멘체스터가 부른 'Looking Through the Eyes of Love'라는 주제곡이 훨씬 더 히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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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상당히 80년대풍의 신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두 남녀가 있지만 여자가 스케이트 신동으로 주목받는 스타가 되면서 조금씩 둘은 멀어집니다. 하지만 어느날, 불의의 사고로 여자는 거의 시력을 잃게 되고, 자연히 경력을 포기하기에 이르죠.

하지만 지극한 사랑의 힘으로 여자는 다시 설 용기를 얻고, 스케이트장의 크기를 느낌으로 외운 상태에서 피겨 연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아래 화면은 'Looking Through the Eyes of Love'가 깔리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입니다.

무대에 복귀한 여자는 명연기를 펼쳐 관객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습니다. 모두 그녀의 재기를 기뻐하지만, 앞을 볼 수 없는 그녀는 관객들이 던전 꽃에 걸려 넘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말^)

정작 멜리사 멘체스터의 목소리는 1,2분 정도를 남겨 놓고 나옵니다. 당시의 스타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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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영화 이후 사실상 두번째 출연작이 '유어 아이즈 온리'고 여기서도 스케이트 유망주로 출연하면서, 린 홀리 존슨은 007 로저 무어를 좋아하는 연기를 합니다.

뭐, 31년 차이다 보니... 별 긴장감은 없죠. 이 설정은 역대 007과 본드걸의 관계 사상 최악의 커플링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23세의 본드걸과 54세의 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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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누구나 예상하시겠지만, 그 뒤로 린 홀리 존슨의 커리어에는 기억할만한 작품도, 사건도 없습니다. 지금도 뭔가 하고 있겠지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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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김연아의 '본드걸' 기사가 하도 많길래 잠시 옛날 생각에 잠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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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건 누가 봐도 본드걸은 아니고 본드의 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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