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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작에선 2명뿐이었던 특별반 학생들이 드라마에선 6명으로 늘었고, 다시 한국에서는 5명으로 축소되는 등 사소한 차이는 있지만, 아무래도 '공부의 신'의 원작은 만화 '꼴찌 동경대 가다'라기보다는 드라마 '드래곤 자쿠라'라고 봐야 할 정도입니다. 그만치 만화 원작 보다는 드라마로부터 받은 영향이 더 커 보입니다.
그럼 한국판의 다섯 특별반 학생과 일본판의 여섯 학생들은 어떻게 다를까요?
1. 황백현 vs 야지마 유스케 (유승호 vs '야마삐' 야마시타 토모히사)
잘생긴 반항아이고, 구체적으로 학교의 보스라거나 이런 지위는 아니지만 어쨌든 아이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존재. 황백현은 별 특기는 갖고 있지 않지만 야지마 유스케는 밴드에서 트럼펫을 불고 있었습니다. '드래곤 자쿠라'에서는 사쿠라기 변호사가 야지마를 끌어들이는 데 이 트럼펫이 꽤 큰 역할을 하죠.
황백현의 부모는 어려서 죽고 백현은 할머니의 손에서 키워졌지만 야지마는 아버지가 빚 독촉에 몰려 가출하는 바람에 졸지에 어머니와 두 식구만 남아 빚을 짊어질 상황이 됩니다. 만화 원작에서 명문가의 버림받은 막내인 야지마와는 전혀 다릅니다. 대신 전교 여학생들이 달려들어 고백을 하고자 한다는 새로운 특징이 생깁니다.
유승호는 다소 박력이 좀 부족해 보인다는 점 외에는 다혈질이었다, 차분했다 하는 약간 이중적인 백현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야지마 역을 맡았던 야마시타 토모히사는... 김현중과 쌍둥이같은 잘 생긴 얼굴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지만 솔직히 연기력이 뛰어나다고(특히 이 시기에는) 보기는 어렵습니다. 야지마 역을 연기하면서 늘 똑같은 패턴으로 흥분했다가 가라앉는 바람에 '드래곤 자쿠라'가 일본에서 그리 큰 붐을 조성하지 못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나...
2. 길풀잎 vs 미즈노 나오미 (고아성 vs 나가사와 마사미)
만화 원작과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이 여주인공 캐릭터는 모두 술집을 하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딸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너무나도 앳되게 보이는 고아성과는 달리 '드래곤 자쿠라'의 미즈노 역을 맡은 나가사와 마사미는 꽤 성숙해 보입니다.
'드래곤...'에서 미즈노는 나중에 과로로 쓰러진 어머니를 대신해 술집을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면까지 보이지만, 이런 역할은 아무래도 고아성에겐 무리일 듯. 그리고 이 미즈노는 남자주인공을 졸졸 따라다니는 고사카 요시노를 늘 긴장시키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이 드라마 이후 가장 큰 성취를 보인 배우라면 나가사와 마사미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윤은혜와 닮은꼴인 건강미인 이미지를 살려 아다치 미츠루 원작인 '터치'와 '러프'에서 잇달아 주인공을 맡으며 또래 중의 1인자로 떠올랐습니다. 최근엔 '천지인'에서도 닌자 풍의 미녀 스파이 역으로 인기를 모았습니다.
3. 홍찬두 vs 오가타 히데키 (이현우 vs 고이케 텟페이)
사실 '드래곤...'에서 오가타는 그냥 있는 둥 마는 둥 하는 캐릭터입니다. 오가타까지 캐릭터를 살려 주기에는 일본 드라마의 기본인 11부작은 너무 짧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16부작이 기본이기 때문에 캐릭터별로 좀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집니다.
'공부의 신'의 찬두에게는 부잣집 막내라는 캐릭터가 주어지고, 풀잎과의 살짝 러브라인도 그려집니다. 아예 존재하지 않았던 만화 원작, 그냥 조연 느낌이던 '드래곤...'과는 천양지차.
오가타 역을 맡은 고이케 텟페이는 '의룡' 시리즈에 순진한(?) 인턴 이주인 역으로 인기를 모았고 '고쿠센' 시리즈에도 얼굴을 비쳤습니다. 반면 이현우는 '선덕여왕'의 어린 김유신 역에 이어 꽤 비중있는 역을 맡아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4. 나현정 vs 고사카 요시노, 고바야시 마키 (지연 vs 아라가키 유이, 사에코)
[사진은 사에코 - 아라가키 유이 - 지연 순]
양쪽 모두 남자주인공과 여자친구로 대략 인정을 받고 있지만 정작 남자주인공은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뿐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고사카는 나중에 폭주족과 어울리기도 하는 다소 터프한 캐릭터지만 '공부의 신'의 나현정은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드래곤...'의 특별반에는 '최초의 동경대 출신 아이들이 되겠다'는 고바야시 마키 캐릭터가 있지만 '공부의 신'에서는 이 캐릭터가 아예 사라졌죠. 나현정이 정작 걸 그룹 멤버인 지연(티아라)에 의해 연기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언제고 '연예인이 되고 싶어' 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고사카 역의 아라가키 유이는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신예죠.
어쨌든 이 경우에도 11부작과 16부작의 차이 때문에 황백현을 사이에 둔 나현정 - 길풀잎의 삼각관계는 상당히 강조될 듯 합니다.
5. 오봉구 vs 오쿠노 이치로 (이찬호 vs 나카오 아키요시)
[나카오 아키요시: 사진 왼쪽]
가장 공통점이 없는 캐릭터. '드래곤 자쿠라'에서 오쿠노는 쌍둥이 형제의 형입니다. 동생은 진학 명문고에 다니고 있는 수재로 집안의 모든 기대는 동생에게 몰려 있습니다. 오쿠노도 성실하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지만 머리가 뛰어난 편은 아니고, 착하고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우리 집안에서 동경대에 갈만한 수재는 동생 하나로 족하다"며 현실을 그냥 웃어 넘기는 학생이죠. 그러다 막차로 특별반에 합류하게 됩니다.
비쩍 마르고 기운없어 보이는 오쿠노에 비해 오봉구는 외형부터 완전히 다른 캐릭터죠. 고깃집의 아들로 유복하게 자란데다 부모 역시 '너는 공부까지 잘 할 필요 없으니 쉬엄 쉬엄 하라'고 전혀 자극을 주지 않습니다.
어쨌든 '공부에 관심은 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정말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는 학생이 어느날 계기를 맞아 정말 공부에 올인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는 캐릭터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교사들까지 다 끝내 버릴까 했는데 너무 길어지는건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리고 교사 편에선 따로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드래곤 자쿠라/꼴찌 동경대 가다'는 모두 현실에 대한 풍자를 배경으로 깔고 있습니다. '동경대? 동경대가 정말 그렇게 대단해? 미안하지만 동경대 들어가는 편법도 얼마든지 있어'라는 식의 생각이죠. 아마 이런 식의 태도가 결정적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악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어쨌든' 이 드라마는 '감동의 학원 드라마'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공부 열심히 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겠다고 아이들을 몰아세우는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으로, 그렇지 않고 학생 인권이나 들먹이는 교사는 무능하고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한국 정서에서는 당연한 일인 듯 합니다.
이대로 가면 또 뻔한 학력만능주의 조장이니 뭐니 하는 비판이 나올 듯도 한데, 여기에 '공부의 신' 팀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처할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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