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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작이든, 일본판 드라마 '드래곤 자쿠라'든, 한국 드라마 '공부의 신'이든 어느 작품이거나 주인공은 다소 반골 기질이 강한 변호사 캐릭터입니다. 변호사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문제아 학교의 특급 문제아들을 지도해 최고 명문대에 합격시키는 것으로 아이들의 운명은 물론 자신의 운명까지 대역전을 노리는 인물이죠. 그리고 김수로는 '너희같이 멍청한 놈들일 수록 천하대에 가서 인생을 바꾸라'고 소리치는 강석호 역을 통해 대한민국 학부형들의 선호도 1위 연예인으로 떠오른 동시에 각계에서 호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럼 김수로가 이 역할을 맡지 않았다면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었을까요?
일단 일본 드라마 '드래곤 자쿠라'에서 이 역할을 누가 연기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일본의 최고 연기자 중 하나인 아베 히로시가 등장했습니다.
아베 히로시는 일본 배우로는 드문 장신에다 호남형 외모와는 달리 엉뚱한 예측불허 캐릭터를 소화하는 데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기력의 소유자입니다. '트릭'이나 '히어로'에선 무표정과 망가짐을 오가는 절묘한 코믹 연기를 보여준 반면 최근 화제작 '천지인'에서는 또 진지한 표정으로 전국시대의 대표적인 무장 우에스기 겐신 역을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아베 히로시를 아는 한국 시청자들에겐 거의 자동으로 떠오르는 얼굴이 있습니다. 바로 차승원이죠. 차승원을 '한국의 아베 히로시'라고 하건, 아베를 '일본의 차승원'이라고 하건 거의 비슷한 느낌입니다.
훤칠한 키와 독특한 유머 감각이 참 많이 닮아 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시청 직원 김선아가 시장이 되는 드라마 '시티 홀'에서 차승원의 캐릭터와, 초등학교 교사 기무라 타쿠야가 총리가 되는 일본 드라마 '체인지'에서의 아베 히로시의 캐릭터가 얼마나 비슷한지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차승원이 강석호 역을 맡았어도 훌륭한 한편의 볼거리가 나왔겠지만, 상당히 다른 캐릭터가 됐을 겁니다. 아마도 지금보다는 '드래곤 자쿠라'의 아베 히로시가 연기한대로, 아이들에 대한 열정보다는 뭔가 알 수 없는 음모를 꾸미는 신비로운 인물의 이미지가 강조되지 않았을까요.
반면 현재의 김수로가 연기하는 강석호는 훨씬 '빈 몸으로 시작해 몸으로 부딪히는' 사나이의 이미지가 훨씬 강조돼 있습니다. 그리고 김수로가 연기하는 쪽이 훨씬 '교사적'으로 보이는 것도 당연한 결과일 듯 합니다. 어쩐지 영화 '울학교 ET'에서의 교사 느낌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독설과 카리스마라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죠. 만약 '강마에' 김명민이 강석호 역을 맡았다면 어땠을까요.
이것 역시 나무랄 데 없는 한편의 드라마가 됐겠지만, 시청자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카리스마틱한 강석호 변호사가 등장하고, 이런 인물이 왜 학교를 한꺼번에 손아귀에 넣지 못하는 지 의문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유승호나 이현우 같은 '공신돌'들도 오히려 반항하는게 더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에 비해 현재의 김수로는 아이들과 적절한 선에서 대립과 억압의 상황을 잇달아 연출하면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물론 김명민이 강석호 역을 맡아서 똑같이 강마에 연기를 할 리는 만무하지만, 만약 '강마에=강석호'라면 어떨까 하는 예상을 전제로 하는 농담입니다.)
한때 '버럭 범수'로 불렸던 이범수도 이 역할의 적임자로 꼽힐 만 합니다. '외과의사 봉달희'에서 선임자 역할을 비롯해 '킹콩을 들다'에서 헌신적으로 여중생들을 이끄는 역도 코치, 그리고 '온에어'에서는 역시 헌신적으로 자기가 맡은 배우를 이끄는 매니저 장기준 역으로 줄곧 '신뢰감 가는 남자' 역할을 통해 캐릭터를 구축해 왔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반면 뭔가 너무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역할을 잇달아 맡음으로 인해서 자신의 커리어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무튼 이범수가 강석호 역을 맡았다면 뭔가 매회 두어번씩 아이들과 멱살잡이를 하는, 박력 넘치는 '강쌤'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이래저래 독특했겠군요.
물론 이런 저런 다른 선택들과 비교해 봐도 김수로의 강석호 연기는 발군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역할로 등장하는 김수로를 보고 있으면, 김수로가 아니었더라면 '공부의 신'의 초반 붐이 이렇게 확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김수로의 열연 덕분에, 냉철한 듯 하면서도 인간적인 강석호 선생님은 2010년의 기억할만한 드라마 캐릭터에 꼽힐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다만 방송 시기가 연초라는 점 때문에 연말 연기상의 논공행상 때에는 상당히 불리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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